“클래식 시계의 또 다른 진화, 컬렉터가 열광하게 만들 것”
입력 2024.10.11 00:30 | 수정 2024.10.11 00:30

루이 비통
시계 디렉터 장 아르노가 설명하는 에스칼 시계

루이 비통 시계 디렉터 장 아르노

그는 ‘아르노’로 불린다. 패션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알 법한 루이 비통 그룹의 ‘그 아르노’다.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막내 아들이자, 그룹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루이 비통의 시계 부문 디렉터(watch director·총괄이사) 자리에 오른 장 아르노 얘기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루이 비통이 새롭게 선보인 ‘에스칼’(escale) 시계의 론칭을 축하하는 ‘루이 비통 워치 클럽’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아르노’에 앞서 ‘루이 비통’을 강조했다.
“내게 루이 비통이 소중하고 중요한 건, 수대에 걸쳐 전해지는 명성뿐만 아니라 루이 비통 가족 전반에 관한 것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루이 비통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과거를 복제하거나 답습에 그치지 않고 진취적으로 진화하고 진화하는 루이 비통의 역사를 존중한다. 난 루이 비통 가문의 역사와 이름에서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을 찾아 조명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장인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1854년에 세운 루이 비통은 아르노 회장의 인수 후에도 그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6대손으로 이어지는 동안 루이 비통 후손들은 루이 비통에서 근무하며 장인 정신을 지켜오고 있다. 장 아르노는 이 점을 언급하며, 이번 시계를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10년 전쯤 루이 비통 5대손인 파트리크 루이 비통을 만나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루이 비통 최고급 트렁크 등을 손으로 제작하는 특별 주문제작라인을 총괄하고 있었다. 여전히 과거의 작업 방식을 유지하고 장인 정신을 이어온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루이 비통을 소유한 아르노 가문의 일원으로 루이 비통 가문의 정신을 계승하고 표현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에스칼은 루이 비통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공예예술) 워치 3부작 중 하나다. 메종 창립자인 루이 비통의 손자이자 예술가였고 여행을 사랑한 가스통-루이 비통의 개인 소장품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루이 비통 트렁크(여행가방)의 독특한 패턴과 디자인을 개발하고 완성했으며, 브랜드에 예술성을 확고히 한 인물이다. 그를 기리며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이 에스칼 시계다.”
―당신이 강조하고픈 디테일이란.
“여러 가지가 많지만 예를 들면, 시계 리벳(금속핀) 부분은 루이 비통 트렁크의 고유한 특성에서 따왔다. 장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도 기능적이길 원했다. 루이 비통의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한 미관상 용도로 이용했다기 보다는 본질적인 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크라운(용두)을 고정하는 용도로, 또 스트랩(시곗줄)을 연결하는 부분에서도 그 독창성을 볼 수 있다. 특히 다이얼(문자판)은 루이 비통 트렁크의 캔버스를 따와 스탬핑했다. 트렁크를 완성하는 장인의 기술적 부분이 시계에 함축돼 있다. 또 시계를 착용할 때 새겨진 일련번호는 손목에 직접 닿아 착용자와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 사이의 감각적인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에스칼은 스탑오버(기항지·중간에 멈춰 들르는 곳)란 뜻이다. 루이 비통이 여행을 매개체로 발전한 회사인 데서 착안했을 것 같은데, 클래식한 드레스워치(보통 정장 등을 입을 때 착용하는 품격있는 시계)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웃음) 여행이라면 보통 스포츠워치나 GMT(한번에 두 가지 시간대를 표기하는 시계·보통 해외 여행을 갈 때 출발지와 현지 시각을 같이 표기하는 기능을 말한다)시계를 내놓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가. 에스칼은 매일 착용하고 싶고, 착용한 것조차 잊을 정도로 편안한 시계로 다가가고 싶었다. 기내에서든, 일하면서든, 중요한 자리에서든 어디서는 평생 착용하고 싶은 시계, 이것이 우리가 시계를 만드는 모토이기도 하다. 고가의 제품일 수 있으나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유용하다.”
①루이 비통 에스칼. 39mm 직경. 로즈 골드 케이스. 실버 다이얼. 이 다이얼의 새로운 질감은 루이 비통 모노그램 캔버스의 표면을 반영했다. 금속 다이얼 위로 캔버스의 유연성과 질감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소재를 거쳐간 끝에 맞춤형 다이얼 스탬프가 탄생했다. 중앙 다이얼과 스케일을 분리하는 홈을 따라 빛이 흐르며, 다양한 질감과 마감으로 시선을 이끈다. 매끄러운 곡선으로 광택 있는 베젤과 이어지는 돔 모양의 크리스탈 다이얼이 자연스러운 역동성과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 욕구를 담아낸다. ②루이 비통이 탄생 10주년을 맞은 에스칼(Escale) 시계 라인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출시했다. 메종을 상징하는 트렁크 장식과 캔버스 질감이 특징이다. ③에스칼 오토매틱 39mm 로즈 골드 실버 다이얼. ④에스칼 오토매틱 39mm 플래티넘. ⑤에스칼 오토매틱 39mm 로즈 골드 블루 다이얼./루이 비통 제공

―고급 시계가 보통 세대에 걸쳐 이어지듯, 인생이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라는 은유로도 읽혔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매일의 삶 자체도 여행이고,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간다. 인류의 기원과 성장, 인간의 예술을 향한 탐구심 같은 것들을 한번에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에 선보인 에스칼 시계는 오로지 시간만을 보여주는 타임-온리 쓰리-핸즈 모델로 처음으로 탄생시켰다. 촉각적이고 질감이 돋보이는 표면과 함께, 케이스 디자인과 정교한 마감을 위해 고도의 기술로 접근하였으며, 워치에 사용된 무브먼트는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 제조의 고난이도 기술을 접목했다. 시계 러그 부분이 각진 모서리, 황동 브래킷과 리벳 등 메종의 상징인 트렁크를 연상시킨다. 폴리싱된 금 소재의 각진 리벳 마커가 매 15분에 위치한 인덱스와 스케일을 연결시킨다. 스케일은 루이 비통 트렁크 외부에 캔버스를 고정시키는 로진(lozine) 못을 연상시키는 금색 스터드로 장식되어 있다. 주위의 브러시 처리된 마감재와 은은하게 오목한 곡률은 탁월한 시각적 질감과 가독성을 더한다. 초침의 끝은 다이얼의 곡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돼 시차 오류를 최소화 한다.
―루이 비통이 인수한 고급 시계 공방인 라 파브리크 뒤 떵(la fabrique du temps·시간 공방)의 세계적인 워치 메이커 미셸 나바스 와 인터뷰 한 적이 있었다. 최근 들어 장인들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에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렇게 예술과 전통을 이어야 겠다는 공명심이나 자부심, 의지로 일군다고 하더라도 일부, 극히 일부 사람들이 향유하는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
“독립 시계 제작소나 아티스트를 위한 상을 제정한 것도 이러한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단순한 이윤을 확보하려고 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멀리 내다보며 극한의 가치를 지닌 소량의 제품을 선사하려한다.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을 찾았을 때 그들이 보유한 장인 정신과 기술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루이 비통의 공방에서는 동일한 워치메이커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계를 조립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자동차 산업처럼 조립 라인에서 일한다. 물론 장인들을 교육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돼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우리는 궁극의 제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사명감을 띄고 있다. 컬렉터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시계, 평생 간직하고픈 시계를 만드는 게 꿈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궁극의 시계란 무엇인가.
“보통의 컬렉터로서 나의 꿈은, 솔직히 말해서 평생 간직하고, 자녀에게 선물하는 시계 하나만 갖는 것이다. 하지만 시계 산업에 뛰어든 이상,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웃음) 내 욕심이 아니라 장인들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기념하며 이를 떠받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계를 내놓아야 한다. 어느 누구가 됐든 마지막 날에 그 시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기억을 후세에 물려주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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