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Inside] Legendary Item ⑯ 페라가모 간치니
1907년 9살의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는 어려운 형편에 성찬식에 신을 신발이 없는 여동생을 위해 처음 구두를 제작했다. 1909년 11살이 되며 살바토레는 나폴리의 한 구두점에서 수련공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년 후에는 집 한 켠에 여성용 맞춤 구두 가게를 오픈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 어린 천재 슈 메이커가 후에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그레타 가르보 등 세기의 스타들의 맞춤형 슈즈를 제작하게 된다.

열정 넘치는 모험가이자 천재 슈 메이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놀랍게도 16살에 형제들과 함께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갔다. 1919년엔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로 이주해 구두 제조 및 수리점을 개점했다. 페라가모는 인체공학적인 신발을 제작하기 위해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야간 대학에서 인체 해부학을 공부하는 열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며, 그는 1927년 이탈리아 피렌체로 돌아와 ‘살바토레 페라가모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 브랜드의 진정한 시작이었다.

페라가모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탄생한 간치니
페라가모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시그니처인 간치니(Gancini). 페라가모의 대부분 제품에 장착되어 있어 한눈에 페라가모임을 알아보게 하는 더블 후크 잠금 장치다. 간치니의 뜻자체도 이탈리아어로 자물쇠다. 간치니는 공식적인 페라가모 로고는 아니지만,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간치니의 기원은 미스테리하게 남아 있지만, 페라가모가 탄생한 이탈리아 피렌체 중심부에 위치한 대형 고딕 궁전 ‘팔라초 스피니 페로니’의 문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의 잠금 장치 디자인에서 하우스의 시그니처로
간치니는 1950년대 페라가모의 아이코닉 심볼로 처음 선보여졌다. 1965년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딸 피암마 페라가모가 슈즈를 보완하는 액세서리로 가방과 작은 가죽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피암마는 간치니를 가방의 잠금 장치로 디자인했다. 1972년 당시 권위 있는 미국 잡지 ‘우먼스 웨어 데일리(Women’s Wear Daily)’에 간치니가 장식된 페라가모 백을 처음 게재했다. 페라가모를 대표하는 톱 핸들 백에 간치니가 장착됐는데, 백의 A라인 실루엣과 전면에 자리한 간치니 잠금 장치의 조화는 매우 우아했다. 이후 간치니는 백 뿐 아니라 가죽 액세서리, 의류, 슈즈, 스카프 등에 널리 장식되며 페라가모의 시그니처가 되어갔다.




페라가모 지지자들의 간치니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갔고, 간치니는 다양하게 페라가모 제품 곳곳에 적용됐다. 벨트의 버클이 되고, 사슬처럼 이어져 스카프와 블라우스에 프린트 되었다. 간치니 버클의 마야 키튼 힐과 로퍼도 페라가모 아카이브에 빛나는 클래식이다.
간치니의 유산을 이어가는 모던 아이콘 허그 백
현재의 간치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맥시밀리언 데이비스의 ‘허그 백(The Hug Bag)’으로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허그 백은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포옹’에서 영감을 받아 뒤에서 안을 감싸 안는 듯한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허그 백’의 주요한 디테일은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간치니이다. ‘허그 백’은 간치니를 품은 페라가모의 새로운 현대적 아이콘이다.

페라가모의 아카이브를 담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
만약 피렌치를 여행하게 된다면 페라가모 뮤지엄을 찾아가봐야 할 것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창조성과 앞서간 실험 정신은 1995년 아내 완다 페라가모와 가족들이 페라가모 본사 내에 설립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에 전시 되어 있다. 1만 3천여 켤레의 제품 원본과 목각 발본, 살바로테 페라가모가 남긴 신발 디자인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