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의 파격적인 숏컷이 모두의 동공을 확장 시켰다. 그동안 여배우들이 보여주어 왔던 숏컷 정도가 아니라, 반삭에 가까운 짧은 숏컷이어서다. 김고은의 대담한 숏컷은 ‘핏시 컷(Pixie Cut)’ 스타일이다. ‘픽시 컷’은 앞머리와 옆머리를 조금 남기고 전체적으로 짧게 자르고 구렛나루를 뾰족하게 남기는 숏컷이다. 귀가 뾰족한 작은 요정 또는 도깨비를 뜻하는 ‘픽시(Pixie)’에서 나온 이름으로, 60년대 프렌치 시크 가득한 헤어 스타일이다.

픽시 컷으로 파견 변신 후 49회 토론토 영화제(TIFF)에 참석한 김고은은 60년대 패션 아이콘 진 세버그(Jean Seberg)를 연상시킨다. 진 세버그는 프랑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로 세기의 아이콘이 됐다. 이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프랑스 누벨 바그의 시대를 열었고, 영화를 통해 진 세버그는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으로 사랑 받기 시작했다.

미국 태생 여배우로 과감하게 프랑스로 건너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된 그녀의 삶은 40세에 미스테리한 죽음을 맞기까지 그 자체가 영화 같다. 진 세버그의 비극적인 일생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세버그(2019년)’로 영화화 됐다.

진 세버그는 스트라이프 톱과 셔츠, 청키 니트, 피코트 등 수많은 스타일을 남겼지만, 레전드가 된 건 ‘픽시 컷’이다.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1958년 영화 ‘슬픔이여 안녕’에서 주인공 레이몬드의 딸 세실(Cecile)로 출연하면서, 진 세버그의 숏컷이 그녀의 아이코닉 헤어 스타일이 되어 ‘세실 컷(Cecile Cut)’으로 불리기도 한다.

진 세버그 이후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만, 앤 헤서웨이, 크리스틴 스튜어트, 엠마 왓슨 등의 스타들이 파격적인 픽시 컷 스타일을 보여주어 왔다. 김고은은 이렇게 예쁜 두상을 숨겨왔을까 싶을 정도로 픽시 컷에 완벽한 두상과 얼굴형을 지니고 있다. 픽시 컷은 톰보이에서 매우 도시적인 차갑고 시크한 이미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넘나드는 폭넓은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김고은은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역할을 위해 짧게 헤어 컷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숏컷 스타일로 변화를 준 짧은 기간 동안에, 김고은은 ‘픽시 컷’으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공식 석상과 일상에서 보여주고 있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보여준 프레아 제임스의 실크 드레스 룩에서는 ‘픽시 컷’의 우아함을 보여 주었다. ‘픽시 컷’으로 인해 김고은의 긴 목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데콜테 라인이 더욱 돋보인다. 더 로우의 그레이 수트와는 세련되고 시크한 느낌을 연출했다. 김고은의 ‘픽시 컷’이 수트 룩을 더욱 파워풀하게 만들어주며, 걸 크러시를 일으킨다. 김고은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일상 패션에선 ‘픽시 컷’의 톰보이 느낌과 사랑스럽고 발랄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소년미와 소녀미를 오가는 ‘픽시 컷’만의 중성적인 매력이 빛난다.


얼굴형과 두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픽시 컷은 사실 도전하기에 만만치 않다. 얼굴이 작고 갸름하며 목이 길고 두상이 예쁜 사람의 강점을 최대화 시켜주는 극단의 숏컷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김고은보다 길이를 좀더 길게 해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픽시 컷’을 찾을 수도 있다. 이번 가을, ‘픽시 컷’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형적인 긴 머리 대신에 숏컷 챌린지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