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프리즈 서울 2024′서
20번째 아트카 아시아 최초 공개

지난 6월 프랑스 소도시 르망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대회 ‘르망 24시’를 한층 더 색다르게 만든 건 BMW가 출전시킨 20번째 아트카였다.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국 시각예술가 줄리 머레투가 디자인한 ‘M 하이브리드 V8′이 올해로 101년째 명맥을 잇는 유서 깊은 모터스포츠 대회에 나선 것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모터스포츠 대회 참여를 줄이는 추세다. 거기다 예술가와 협업을 통한 아트카가 대회에 나오는 것은 갈수록 더 진귀할 수밖에 없는 볼거리다.
서킷(경주장)에 등장한 20번째 아트카는 햇빛 아래 특유의 형광색 페인팅을 한층 강렬하게 드러냈다. 이 차량의 디자인은 머레투가 자신의 그림 ‘에브리웬(Everywhen)’을 3D로 스캔한 뒤, 차에 래핑하는 방식으로 수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에브리웬은 다층적인 선과 색을 이용해 그린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현재 이탈리아 베니스 그라시 궁전에 전시돼 있고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BMW M 하이브리드 V8 모델을 세워둔 작업실에서 저는 그림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차가 그 그림을 통과하며 변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 아트카는 그림 속으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듯한 외양을 한 채 서킷을 힘차게 돌았다.
대회 결과는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아쉬운 탈락. 그럼에도 이 차의 엔진은 꺼지지 않았다. BMW의 20번째 아트카는 지난 4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프리즈 서울 2024′를 찾았다. ‘프리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미술품 판매·전시회로, 2022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프리즈의 공식 후원사인 BMW는 2004년부터 21년째 행사를 지원해 왔다. 특히 올해 서울 행사에선 머레투가 제작한 20번째 아트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BMW 관계자는 “한국은 BMW 그룹 내에서 BMW 판매량 5위, 럭셔리 클래스 판매량 3위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프리즈 서울은 럭셔리 클래스 고객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이기 때문에 한국을 아시아 최초 공개 국가로 선정했다”고 했다.


BMW의 아트카를 보면, ‘자동차에 시대가 담겨 있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다. 첫 아트카를 제작한 이후 약 50년이 흘렀고 그간 20대의 아트카가 탄생했다. 프랑스의 경매가이자 레이서인 에르베 풀랭이 구상했고, 1975년 그의 친구인 알렉산더 칼더가 레이싱카 BMW 3.0 CSL에 페인팅을 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BMW 3.0 CSL이 르망 24시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고, 모터스포츠와 아트카의 결합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후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당대의 현대미술 거장들이 아트카 디자인에 참여했다. 또, M브랜드에서 처음으로 대량생산된 ‘BMW M1′ 등 의미 있는 차량들이 아트카로 탄생했다.
BMW는 아트카를 비롯한 예술 분야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BMW 아트카는 매년 루브르, 구겐하임, 상하이 아트 박물관을 비롯한 세계 주요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독일 뮌헨 BMW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그 이후 상당수의 작품은 글로벌 투어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또, BMW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20번째 아트카를 제작한 머레투와 함께 아프리카 여러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아프리카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아프리카 출신인 머레투와 함께 예술을 통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 결과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이츠 현대미술관에서 추후 공개된다.

올해 ‘프리즈 서울 2024′에선 BMW의 전기 세단 i7 미니어처 에디션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한국 아티스트 정희민과 영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알바로 배링턴이 BMW 아트카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실제 i7을 체험한 후 느낀 감각을 제품에 반영한 것으로, 각 아티스트가 7개씩 미니어처를 디자인했다. 프리즈 서울에서 독점 판매되고, 판매 수익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아트카를 통한 BMW의 도전은 계속된다. 때론 멈출지라도. BMW의 첫 아트카를 디자인한 칼더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면, 더 이상의 성취는 없다”(“When everything is perfect, there is no fulfil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