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5㎞ 길이의 머리카락을 연구… 단 한번의 펌핑으로도 오래 간다
입력 2024.08.16 00:30

다이슨
뷰티에 엔지니어링 접목
첫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
‘다이슨 키토산’

오이스터 머쉬룸. 키토산은 버섯 세포벽에 존재하는 복합 고분자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버섯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이슨은 연구 끝에 오이스터 머쉬룸에서 키토산을 추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①다이슨 키토산 프리 스타일 크림. ②포스트 스타일 세럼. /다이슨 제공

모든 위대한 발명은 ‘불편함’에서 시작한다. 일상을 살아내기에 좀 더 나아질 방법은 없을까,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안은 없을까 같은 생각들이 모여 도전과 시도를 만든다.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덧붙이면 금상첨화. 불편에 대한 원인을 스무고개 넘듯 파헤치다 보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안지를 계속 썼다 고치게 된다. 불편과 불만족, 의구심 같은 태도가 완벽으로 향하는 추진체인 셈이다.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Dyson)이 드라이어 같은 헤어 케어 제품군을 선보였을 때, 아마 가장 긴장한 이들은 화장품·헬스케어 업계일지도 모른다. 피부 트러블을 없애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자주 사용하는 ‘근본적’이라는 단어는 두피와 모발까지 확장되곤 했다. 두피도 피부라는 관점에서, 건강한 모발이 자라날 수 있는 두피 환경에 대해 연구하기 때문이다.
다이슨 트라이오데틱 기술. 키토산 성분을 기반으로 한 다이슨의 트라이오데틱 기술은 헤어 스타일을 끈적거리거나 뭉침 없이 자연스럽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1625km 인모(人毛) 연구…근본을 파고드는 다이슨적 사고(思考)
다이슨이 열로 인한 손상을 줄이면서 스타일도 완성하는 제품을 선보였다는 것은, 다이슨이 그 ‘근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수천·수만번 실패를 거쳐 내놓는 그들의 제품은 그만큼의 ‘개선’을 낳았다. 2016년 첫 헤어 케어 제품인 다이슨 슈퍼소닉을 개발하는 동안 다이슨은 스트레이트, 웨이브, 컬, 심한 곱슬 등 약 1625km에 달하는 실제 머리카락을 연구했다. 피지부터 큐티클, 모근, 모발 끝까지 모발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했고, 모발을 건조할 때 모발이 받는 스트레스, 머리빗질(브러싱)의 영향, 그리고 염색과 화학물질이 모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2012년부터 10년 넘게 전 세계 모발 연구소에 약 1억 파운드(약 1572억 1400만 원) 이상을 투자하고 수천 명의 엔지니어, 모발 과학자 및 전문가를 고용했다.
나이·성별·호르몬 변화·유전적 요인 등 모발 차이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를 연구하는 건 기본. 개인 맞춤형 같지만 전 세계 공용(유니버설)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해보다 보면, 대부분 비슷한 지점으로 생각이 모인다.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모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헤어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을 같은 회사에서 선보일 것이라고까지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헤어 관리 제품은 보통 화장품 업계에서, 드라이어기 같은 제품은 미용기기 같은 생활 가전 업계에서 개발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선보인 뒤 그 스타일을 더 활성화하는 관리 제품 개발까지 사고를 확장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그 부분을 파고들지 않았다. 영국의 유명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1928~2012)이 머리카락 관리를 위한 샴푸류를 선보인 적 있지만, 미용기기까지 내놓은 건 아니다. 비달 사순 이름을 단 헤어드라이어 등 미용 기기는 미국의 유명 가전회사인 콘에어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 지점이 바로 다이슨을 차별화시키는 부분이다. 요즘 유행하는 ‘000적 사고(思考)’를 응용해 ‘다이슨적 사고’라고 붙인다면 한마디로 ‘왜 안돼?’ 정신일 것이다. 다이슨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실제 모발에 테스트를 진행한다. 헤어드라이어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업계 표준인 IEC 테스트가 젖은 천에서 증발되는 수분을 측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 아니라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재발명’하는 다이슨의 철학이다.
다이슨 키토산 프리 스타일 크림. 스타일링 전, 젖은 상태의 모발에 바르는 크림으로, 손에 펴바르는 순간 크림에서 세럼으로 제형이 변화되어 모발에 고르게 도포된다.

◇다이슨 최초의 헤어케어 제품, 다이슨 키토산(Dyson Chitosan™)
다이슨이 새롭게 선보이는 ‘다이슨 키토산’은 뷰티 분야에 엔지니어링을 접목한 다이슨 최초의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이다. 다이슨은 2022년부터 4년간 5억 파운드(약 8488억 원)를 뷰티 제품 연구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며, 20개 이상의 뷰티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슨 키토산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은 오이스터 머쉬룸(Oyster mushrooms·느타리 버섯)에서 추출한 복합 고분자 키토산 성분과 다이슨이 자체 개발한 트라이오데틱(Triodetic™) 기술로 종일 유연하게 헤어 스타일을 유지한다고 다이슨은 밝혔다. 다이슨 키토산 라인의 핵심 성분인 키토산은 버섯 세포벽에 존재하는 복합 고분자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버섯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기존의 키토산이라고 하면 게나 새우 등 갑각류 껍질에서 추출되는 고분자 물질인 키틴(껍데기의 단단한 표피를 구성하는 성분)을 가공한 물질로 면역력 강화, 피부미용,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슨이 주목한 건 버섯의 키토산. 동물성 키토산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추출 기술력이 발달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등과 관련해 최근 연구·개발이 활발한 분야다.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등재된 논문 ‘상처 치유에 관한 갑각류와 버섯 키토산 연구(Crab vs. Mushroom: A Review of Crustacean and Fungal Chitin in Wound Treatment·2020)을 보면 버섯류에서 추출한 키토산이 앞으로 상처 치유 등과 관련한 천연 약재로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갑각류 키토산에 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추출 과정도 간단하며, 면역 세포 활성을 증가해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는 베타글루칸과 공유적으로 연결돼 있어 추출 기술력만 뒷받침 된다면 각종 치유법 활용에 대한 사용 폭이 훨씬 넓고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토산 성분을 기반으로 한 다이슨의 트라이오데틱 기술은 뭉침이나 끈적임, 잔여물 없이 가벼운 결합 구조를 통해 헤어 스타일을 더 오래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 유연한 결합으로 모발이 전체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구부러지며, 스타일을 유지하도록 하여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더 오래 유지돼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설명. 부드럽고, 윤기 있으면서도 덜 부스스하고 매끄러운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팔까지 동원한 0.22mL 정량 펌핑
이번 신제품은 ‘프리 스타일 크림’과 ‘포스트 스타일 세럼’ 총 2가지. 프리 스타일 크림은 최대 230도까지 모발의 열 손상을 방지하고 스타일링을 더 오래, 매끄럽게 유지하는 제품이다. 스타일링 전, 젖은 상태 모발에 펴바르는 순간 크림에서 세럼으로 제형이 변화된다. 컨디셔닝 성분이 함유돼 부스스함을 줄이고 모발 본연의 윤기를 보호한다. 고성능 오일이 매끄러움을 더한다. ‘포스트 스타일 세럼’은 완성된 스타일링을 더 오래, 촉촉하게 유지시켜준다. 히알루론산 2종이 함유된 포뮬러는 최대 80%까지의 상대 습도에서 가벼운 보호막 역할을 한다. 또 12종의 아미노산 혼합물을 함유해 모발 표면의 손상 징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염색 및 펌 모발에도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
다이슨의 ‘이름값’은 제품 용기에서도 입증된다. 어플리케이터(applicator·(약 등을 바를 때 쓰는) 작은 도구, 도포용 도구)는 한 번 펌프를 누를 때마다 약 0.22ml의 정량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제품의 낭비와 과다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리필 카트리지는 가정에서 쉽게 재활용 분리 배출할 수 있다.
정량 펌핑을 위한 로봇 실험도 동원됐다. 로봇팔을 이용해 동일하게 작용하는지, 몇 회 사용이 가능한지 실험했다. 일반적인 펌프는 5000~6000회 작동을 기준으로 하지만, 다이슨 키토산 제품의 경우 리필제품을 고려해 2만 회에서 최대 5만 회 펌핑을 해도 문제가 없도록 테스트했다. 패키지 역시 운송 때 파손이나 변형 우려가 없는지, 리필제품을 넣을 때 쉽게 조립이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테스트했다. 내구성을 위해 낙하 방향과 높이, 강도 등을 다양하게 슬로우 모션 고속 카메라를 사용하여 낙하 상황에서 제품 어디가 파손되기 쉬운지, 어디를 보강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을 거쳤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