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헤네시를 통해 만난 가장 맛있는 순간의 향기, 임페리얼 티
입력 2024.05.08 21:34 | 수정 2024.05.08 22:29

킬리안 헤네시(Killian Hennessy)가 킬리안 파리(Killian Paris)의 새로운 향수 ‘임페리얼 티(Imperial Tea)’와 함께 한국을 찾아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지상의 꽃과 식물들만큼 많아진 니치 향수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가 된 킬리안 헤네시. 시그니처 향수 ‘엔젤스 셰어’의 신비로운 꼬냑 향, 그리고 ‘문라이트 인 헤븐’의 트로피컬 프루티 향과의 첫 만남이 강렬해, 새 향수 ‘임페리얼 티’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니치 향수 ‘킬리안 파리’의 창립자 킬리안 헤네시. 프랑스의 명성 높은 주류 제조 브랜드 헤네시 가문의 상속자이지만, 가업을 잇는 대신 그의 이름을 딴 킬리안 파리(Killain Paris)로 향수 브랜드를 시작했다. 킬리안 파리.

킬리안 헤네시는 자연스럽게 구김이 간 하얀 린넨 셔츠에 스카프를 무심하게 걸치고 있었다. 흐트러져 더 매력적인 프렌치 시크에 귀족적인 기품을 지닌 킬리안은 ‘향기의 문학가’란 표현이 잘 어울려 보인다. 킬리안 파리(Killian Paris) 향수의 애호가들은 이미 잘 알고 있듯, 그의 성 ‘헤네시’는 세상이 모두 다 아는 꼬냑 ‘헤네시’와 같은 이름이다. 헤네시 가문의 상속자로서, 킬리안은 어릴 적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가문의 수백 년 된 꼬냑 저장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꼬냑의 맛을 잘 알기 어려운 어린 나이였기에, 오랜 세월 꼬냑 창고에 스며든 풍부한 향기를 통해 타고난 후각이 먼저 깨워졌다. 오크 통의 젖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설탕, 알코올, 발효된 과일 향들에 대한 기억들이 킬리안 파리 향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꼬냑의 향을 어떻게 맡고 느껴야 하는지를 배웠죠.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향기와 살아가는 것이 편안한 일상이 되었던 거 같아요. 향수가 저를 선택한 건지, 제가 향수를 선택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꼬냑 저장고에선 느낀 향기의 기억들이 저의 향수 속에 담겨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킬리안 파리의 스테디셀링 향수 ‘엔젤스 셰어’. 꼬냑 병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런 보틀 디자인과 매력적인 꼬냑 향으로 전세계 니치 향수 애호가들을 사로 잡았다. 킬리안 파리.

특히 킬리안은 향기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문학적이다. 예를 들어, 킬리안 파리의 대표 향수 이름이 된 ‘엔젤스 셰어’는 오크통의 미세한 틈을 통해 알콜이 증발하며 약간의 술이 손실 되는데, 그 손실된 술을 천사들이 마신다 해서 ‘천사들의 몫’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꼬냑 향으로 시작되어 시나몬 향을 거쳐 프루티 향으로 빠져들게 하는 ‘엔젤스 셰어’의 향을 음미하고 있으면, 킬리안과 함께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꼬냑 저장고를 걸어 다니는 듯하다. 그러다 인간들의 눈을 피해 공기 중에 증발된 꼬냑을 즐기는 천사를 맞닥뜨릴 것만 같은 상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번에 킬리안은 ‘임페리얼 티’를 통해, 자스민 꽃이 만발한 중국의 한 다원으로 공간 이동시킨다. 향수병을 열고 시향을 하며 잠시 눈을 감으면, 코끝을 지나 입안에 자스민 티 한 모금이 머금어지는 듯하다. “여행은 언제나 창조적입니다. 중국을 여행할 때 자스민 꽃의 향기가 찻잎 속까지 깊이 입혀져 혀끝으로 음미 -되는 경험에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그 느낌을 그대로 향수에 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향수 ‘임페리얼 티’. 킬리안 파리 향수 중 ‘프레쉬(The Fresh)’에 속하며, 자스민 꽃 향을 중심으로 희귀 재료인 베르가못과 라미나리아 향으로 균형을 맞췄다. 킬리안 파리.

킬리안은 조향사 칼리스 베커(Calice Becker)와 함께 최고 품질의 차와 같은 향을 재창조했다. ‘임페리얼 티’는 킬리안 파리의 향수 라인에서 프레쉬(The Fresh)에 속하며, 희귀한 재료인 베르가못과 라미나리아 해조류로 향기를 재해석하고 균형을 맞췄다. 킬리안은 이를 꽃과 잎, 바다와 땅, 영원과 현재라는 노트 사이에서 가장 맛있는 순간의 감각을 담은 향이며, 정확히 사랑이라는 감정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임페리얼 티’는 이전 킬리안 파리의 향수들처럼 짧은 무비 트레일러 같은 시각적 상상을 펼치게 한다. 킬리안을 따라, 한 낮에 다원을 거닐며 찻잎의 향을 느끼다 저녁에 상하이 도시 한가운데로 돌아와, 바다 내음을 품은 습한 상하이의 밤 공기를 느끼며 자스민 티를 조용히 한 모금씩 음미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킬리안에게 임페리얼 티와 잘 어울릴 만한 스타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향수를 뿌리다’가 영어에서 ‘입는다(wear)’는 동사를 쓰는 것처럼 향수는 패션의 연장선이며, 킬리안은 자신의 향수 컬렉션을 ‘향수의 옷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킬리안 파리의 모든 향수는 남녀 모두를 위한 향이에요. 프레쉬 계열에 속한 ‘임페리얼 티’는 여름의 낮과 밤에 다 잘 어울리는 향수입니다. 린넨 셔츠나 드레스와 같이 스타일링 해보세요. 그 날의 패션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