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슈트’ 이탈리아 브리오니 CEO “한 벌에 7000번 손 박음질 고수하는 이유는”
입력 2024.04.07 16:02

메흐디 베나바지 CEO 인터뷰
최근 국내 호텔 신라 매장 리뉴얼 오픈 맞아 방한
내년 80주년 기념 장인 정신 기릴 예정
고객 관심에서 영감 받은 제품과 골프 캡슐 등도 선보여


브리오니 앰버서더 오스카 아이삭 2024 SS 캠페인/브리오니

194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탄생한 고급 패션 브랜드 브리오니(Brioni)가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 부티크를 새단장 오픈했다. 브리오니는 2000년대 각종 글로벌 조사에서 세계 3대 최고급 슈트 브랜드로 꼽히며 명사들을 고객으로 보유했던 브랜드로 현재 구찌 등을 보유한 케어링 그룹 산하에 있다.
브리오니는 ‘제임스 본드’ 역할로 잘 알려진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자주 착용하며 ‘제임스 본드 슈트’라는 애칭을 얻었다. 할리우드 배우 존 웨인, 클라크 게이블, 게리 쿠퍼 등도 브리오니 애호가였다. 국내에서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유명 CEO들이 즐겨입으며 ‘회장님 슈트’로 불리기도 했다.
내년 80주년을 맞아 국내에선 맞춤 슈트 뿐만 아니라 캐주얼, 골프, 여성라인까지 다양한 의상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리오니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브리오니 글로벌 CEO인 메흐니 베나바지(Mehdi Benabadji)와 인터뷰를 나눴다.
Brioni CEO_Mehdi Benabadji /브리오니

-브리오니는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 등 스타들이 입는 제임스 본드 슈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라운지웨어와 온라인 커머스의 인기, 젠지 스타일링(스트리트 스타일의 접목) 등 시대가 바뀌면서 패션계도 부침을 많이 겪었습니다. 브리오니의 CEO가 된 후에는 리포지셔닝과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왔고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하우스는 오랫동안 최고 수준의 남성복 제작에 대한 헌신으로 인해 칭송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정성은 우리의 노력을 계속해서 이끌고 있으며, 우리는 오늘날의 남성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공식적인 행사복과 일상적인 생활에서 우아함을 받아들이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저희의 시그니처 테일러링 기술은 이제 레저웨어 컬렉션에도 엮여 있습니다.
또한 상당한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발과 가죽 제품도 더욱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물리적 입지 측면에서는 실제로 모든 대륙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10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교토, 댈러스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모든 부티크를 매장 콘셉트에 맞게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해 한국 내 소매점 운영을 재통합했습니다.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더 쉽게 브랜드를 발견하고 더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디지털 공간을 강화했습니다.”
브리오니 호텔 신라 아케이트 리뉴얼 오픈 매장/브리오니

브리오니 호텔 신라 아케이트 리뉴얼 오픈 매장/브리오니

-신라호텔 아케이드 콘셉트를 설명한다면요?
“브리오니 아뜰리에는 고객이 마치 집처럼 편안한 이탈리아 분위기 속에서 최상의 일대일 서비스와 뛰어난 맞춤 전문 지식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Brioni 매장의 컨셉을 반영합니다. 블랙 그래픽 요소와 대비되는 골드 톤의 울 카펫은 MITA(Manifattura Italiana Tappeti Artistici)의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신라호텔의 명칭에서도 보이듯, 번영의 황금기로 알려진 한국의 신라 왕조(Shilla Dynasty)에서 착안했습니다. 이 공간에는 한쪽은 따뜻한 황금색, 다른 쪽은 파란색으로 된 패브릭 병풍과 두 개의 빈티지 이탈리아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시즌 캠페인은 “슬로우 럭셔리 정신”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슬로우 럭셔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남성복의 가치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스타일은 공식적인 착장의 한계를 초월하고 남성의 삶의 모든 측면으로 확장됩니다. 브리오니는 여가의 순간을 포함해, 근무 시간이나 특별한 이벤트에 국한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우아함을 추구합니다. 브리오니는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항상 로마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브리오니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오늘날의 남성들을 위해 모든 상황에 맞는 완벽한 옷장(어떤 옷이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보유했다는 뜻)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고객들의 관심을 직접 반영한 골프 캡슐을 최근에 출시했습니다. 골프는 한국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입니다. 곧 이에 2024년 리비에라 캡슐을 추가할 예정이며, 이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와 관련된 세련되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겨울 캡슐은 추운 기후나 산악지대에서 보내는 여가 시간에 대비하여 고객들에게 완벽한 룩을 제공합니다.”모든 브리오니 아이템은 정장과 레저 웨어 모두에서 동일한 사토리얼(맞춤형 재단) 방식을 제공 합니다.”
2024 봄 컬렉션은 풍부하지만 채도가 낮은 모래, 적갈색, 파란색, 녹색 톤으로 주로 채워졌다. 브리오니 측은 “회화적인 로마 색조로 가득 찬 무중력과 차분함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그가 특히 흥미롭게 선보인 것은 가디건 느낌으로 라펠이 없는 여름 재킷. 캐주얼한 모임이든, 격식 있는 비즈니스 미팅이든 다양한 활동성이 높은 의상이라고 강조했다.
브리오니는 특히 고객의 요청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하기도 한다. 여러 주머니가 있는 재킷의 경우 여행을 많이다니는 최상위 고객의 제안으로 여권, 동전, 서류 등 다양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외부 주머니와 내부 히든 포켓 등을 통해 재킷이 물건 때문에 축 처지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납력을 극대화 했다.
브리오니 호텔 신라 아케이트 리뉴얼 오픈 매장/브리오니

브리오니 호텔 신라 아케이트 리뉴얼 오픈 매장/브리오니

-최근 인기 할리우드 배우 오스카 아이삭을 홍보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배우 오스카 아이삭과 함께한 봄-여름 캠페인은 주로 캐주얼 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린넨과 면 소재의 밀리터리 셔츠에 팬츠를 매치한 베이지 룩과 습한 한국 여름에 특히 유용한 시어서커 소재의 릴렉스 슈트 룩을 선보이고 싶어요.
-한국에서 홍보대사를 영입할 계획이 있나요?
“다각도로 고려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중순 한국에 완전히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고, 매장 역시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에 다시 통합했습니다. 매일매일 우리는 고객들의 선호도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공공 인물들과의 협업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유명인들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없던 여성 라인도 선보였습니다. ‘올드 머니 룩’ 트렌드를 타고 로로 피아나(LVMH 그룹),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브리오니는 하이엔드 슈트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니트, 블레이저, 블루종 등 다양한 의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더 골프 캡슐(THE GOLF CAPSULE)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덜 알려져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캡슐을 출시했습니다. 골프 캡슐의 아이디어는 고객의 관심사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습니다. 곧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세련되면서도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2024 리비에라 캡슐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겨울 캡슐은 추운 기후나 산에서 보내는 휴식 시간을 위한 완벽한 룩(look)을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골프 캡슐에는 테크니컬하고 편안한 바지와 반바지, 캐시미어와 실크 폴로, 실크와 면 저지, 조끼와 바람막이(윈드브레이커·모두 테크니컬 섬유 소재)가 포함돼 있다. 액세서리도 갖췄는데, 운동화, 부드러운 나파 장갑, 야구 모자 및 4가지 특정 골프 가죽 액세서리(헤드 커버, 클럽 홀더, 티 홀더, 볼 홀더)가 포함된다.
브리오니 골프 캡슐은 3월부터 전 세계 엄선된 부티크에서 선보인다. 이번 신라호텔 아케이드 부티크에서도 골프 캡슐을 만날 수 있다.
브리오니 앰버서더 오스카 아이삭 2024 SS 캠페인/브리오니

브리오니 앰버서더 오스카 아이삭 2024 SS 캠페인/브리오니

-브리오니는 고품질 수작업으로 유명합니다. 기존 기사들과 소개 문구를 보니 단 한 벌의 슈트를 위해 3000개 이상의 손박음질(핸드 스티치), 60개 이상의 다림질, 22시간의 손바느질 등 220단계의 마감 공정을 거쳐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완성까지 6주 이상 소요되고, 제품 품질 확보를 위해 하루 300벌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소개도 있습니다.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네, 저희는 브리오니의 창립자이자 마스터 테일러인 나자레노 폰티콜리로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받은 초기 전통 방식을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독창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스티치(손 박음질)를 포함해, 한 땀 한땀 손으로 직접 바느질을 하는 최대 7000개의 스티치(7000번 손 박음질)로 이루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도 모양이 유지되고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각 재킷은 200명의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칩니다. 브리오니가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계 중 하나인 다림질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각 주요 제작 단계는 해부학적인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다림질 과정을 거칩니다. 브리오니 슈트는 장인 정신과 숙련된 손길이 평면의 원단에서 입체적인 의상으로 살아 숨 쉬는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의류는 창립 멤버 중 한 명의 고향인 로마 동쪽의 아브루초 지역에서 계속 제작되고 있습니다. 내년 맞춤 제작 80주년을 맞이하여 숙련된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입니다.”
브리오니 앰버서더 오스카 아이삭 2024 SS 캠페인/브리오니

-경기 침체로 인해 명품 업계 전반의 불황 또는 침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쉬인(Shein) 등 중국 초저가 패션 그룹의 물량 공세를 포함해,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 테무 등 중국 온라인 기업들의 공격적인 확장도 자주 언론에 노출됩니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 기업을 운영하는 CEO의 입장으로 불황 언제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되나요?
“고급 브랜드 부문에서, 특히 슬로우 럭셔리 개념이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는 한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브리오니는 디자인에 걸리는 시간부터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 숙련된 장인의 장인 정신에 이르기까지 브리오니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 단순한 거래보다는 고객 및 파트너와의 관계 구축을 우선시합니다. 풍부함에 압도당하는 세상에서, 소비자가 신중한 선택을 하고 구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우아함’이라는 용어 자체가 슬로 럭셔리의 본질을 반영합니다. ‘Elegans’는 라틴어 ‘엘리제르(eligere)’에서 파생됐는데, 이는 신중하게 선택하거나 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중한 선택을 강조하는 이 원칙은 경기 침체기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시기에 특히 중요하며, 한국에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정보에 입각해 양심적,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고객들에게 어필(호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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