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드의 반전 과거. 샤넬 트위드 재킷 스타일이 트위드의 정석이 되면서 여자들만의 패션으로 믿어져 왔지만, 원래 남자들의 의상 소재 였다. 튼튼하고 방수성, 통기성, 보온성이 뛰어나 17세기부터 영국 시골의 농부와 양치기들이 입기 시작했고, 탁월한 소재의 기능성 때문에 19세기엔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귀족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귀족들의 사냥, 낚시, 골프 등을 위한 아웃도어 소재로 발전하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현재 트위드의 직조 패턴은 무한한데, 이 역시 1848년 에드워드 왕자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밸모럴성을 구입한 이후 이를 기념해 밸모럴 트위드를 디자인했다. 이때부터 자신만의 트위드 패턴을 만드는 일이 가문의 문장을 만드는 것처럼 귀족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1920년 초 코코 샤넬은 스코틀랜드에서 트위드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당시 연인이었던 웨스트민스터 공작 2세의 저택에 지내며 예측 불허의 스코틀랜드 날씨 때문에 그의 트위드 재킷을 걸치게 되는데, 그때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코코 샤넬은 이 트위드가 여성들의 수트를 위한 우아하고 세련된 소재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1925년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샤넬만을 위한 트위드 원단을 디자인해 스코틀랜드의 트위드 공장에 개발을 의뢰하게 된다.

트위드의 역사 속에서 반전 과거를 발견하고 나면, 이번 시즌 남성복 컬렉션에 넘쳐나는 트위드의 등장에 당황할 이유가 없어진다. 디스퀘어드 2, 루이 비통, 베르사체, 준야 와타나베 등의 남성복 컬렉션에 트위드 재킷과 베스트 등이 등장했고, 남자의 트위드는 디올 맨과 아미리 컬렉션에서 절정을 이뤘다.

샤넬의 트위드 재킷을 앞서 입었던 지드래곤과 퍼렐 윌리엄스를 보며, 뮤지션과 셀럽들만의 전유물로 여겼을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트위드 소재는 처음 영국과 스코틀랜드 귀족들의 아웃도어 패션이었을 때와 달리, 매우 여성스러워졌다. 소재감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면과 실크 등이 혼합되며 니트 카디건처럼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션쇼 런웨이에 올려진 화려한 컬러나 액세서리 스타일링을 제외하고, 모노톤이나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들의 트위드 재킷은 일상의 남성 재킷으로 부담 없다. 카디건이나 소프트 재킷의 연장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2024년 여름 컬렉션의 대부분을 트위드로 채웠던 디올 맨과 아미리를 보면, 이제 남자들을 위한 트위드의 세계가 다시 열렸음을 깨닫게 된다. 디올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무슈 디올이 소중히 여겼던 소재인 트위드를 새로운 모던 버전으로 재해석했다고 전했다. 울과 코튼 원사로 구성된 트위드는 소재는 재킷, 셔츠, 팬츠에 사용됐다. 트위드만의 독특한 라인은 재킷과 매혹적인 베이지, 핑크, 블랙, 그레이 컬러의 스웨터, 그리고 정교한 레이저 컷아웃으로 차별화된 감각을 전하는 디올 참(DIOR CHARM) 백 제품에서도 존재감을 빛낸다.







패션의 유행은 언제나 돌고 도는 사이클이 있다. 처음 남자들의 패션에서 여성 패션의 전유물이 됐던 트위드는 다시 남자들의 패션이 될 준비를 했다. 물론 적응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젠더 플루이드의 유행으로 패션쇼에 올려진 트위드는 여전히 여성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적응을 위해 트위드 베스트나 스웨터 또는 백부터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남성 패셔니스타들은 이미 트위드 재킷에 마음을 활짝 열기 시작했다. 이제 남성과 여성이 같이 트위드를 입어야 하는 시대가 열렸으니, 어떤 아이템부터 시작해야 할지 찬찬히 여유를 갖고 감상하며 즐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