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를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위빙(가죽을 땋는 듯한 독특한 기법으로 엮은 것) 기법이 아마 그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말마따나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정한 장인정신의 ‘정수’로 불린다. 하지만 요즘의 보테가 베네타엔 여기에 하나더 포함된다. 바로 ‘무브먼트(movement)’에 대한 연구다. 사실 많은 럭셔리 기업들이 여행에서 영감을 받고, 여행용 제품에서 그 기원을 갖는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 무언가 들어야 할 때가 많아 의복엔 주머니가 생겨나고, 그 주머니를 의복 밖으로 꺼낸 것이 바로 가방이다. 좀 더 먼 거리를 가기 위해 말이든, 마차든 이동수단에 맞는 의복과 구두, 장신도구 등이 만들어졌다. 20세기 초 마차를 자동차가 대체하고, 마차를 끌어주는 마부 대신 자가 운전자가 생겨나면서 가방 물건이 쏟아지지 않아지지 않게 지퍼 등 잠금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는 인간이 이동성에 대해 패션사(史)를 아우르는 통시적 관점. 여기에 브랜드의 철학이나 특별한 미학적 기법이 붙으면서 자신만의 ‘럭셔리’를 개발시킨다. 여행 가방 로고가 패션에 이용되기도 하고, 패션 패턴이 가방에 응용되기도 한다. 브랜드에 일관성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테가 베네타는 2021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를 만나 ‘움직임’에 대한 단어를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한 연구, 그에서 오는 실루엣의 변화, 역동성 등을 마치 살아있는 조각처럼 의복으로 재탄생시킨다. 같은 옷이라도 입는 자의 걷는 습관이나 행동에 따라 그 움직임이 개별화된다. 이동성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필수품인 가방에도 그 역동성이 반영된다.

◇블라지의 철학, 보테가 베네타 가방에서 꽃피우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살아있되 이를 좀 더 새로운 스타일로 응용해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햇빛이든, 조명이든 빛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조형이다. 제2의 피부처럼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은 탄력 있게 걸음마다 부드럽게, 혹은 경쾌하게 춤을 춘다. 움직임에 대한 공시적인 해석이다. 여행과 여행에 대한 갈망, 일상생활, 낮시간과 밤시간 활동의 차이와 그 경계를 형태감으로 분석한다. 여행용 가방은 서류 가방이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 ‘뽐내는’ 핸드백은 드레스와도 어울릴 수 있다. 그건 마티유 블라지의 독특한 관점이다. 생각해보면 여행은 휴식에 초점을 맞춰(혹은 현지 쇼핑을 위해) 짐을 최소화할수도 있고, 비즈니스 여행으로 일만 잔뜩 들고와야 될 때도 있다. 그러면서 때때로 격식에 맞게 차려입는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착용자를 주인공으로 가방은 주종(主從)을 전환하며 움직임을 강화한다.
보테가 베네타와 마티유 블라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주로 그가 새롭게 선보인 창의적인 의상과 제작 기법, 원단의 쓰임과 재단이 만들어낸 구조적 볼륨감 같은 것을 주로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대체적인 주제는 가방이다.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가방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티유 블라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뒤, 극찬으로 가득했던 첫 컬렉션이 끝난 후에 그와 단독 인터뷰를 나눈 적 있다. 첫 컬렉션에서 이탈리아 조각가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조각품을 비롯해 많은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부분은 사실 보테가 베네타 그 자체”라고 말했다.
“특히 보테가 베네타의 히스토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최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핸드백 브랜드이다. 특히 브랜드가 설립되었던 70년대에는 핸드백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누군가가 핸드백을 들었다면, 그것은 그 누군가가 어디론가 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어디론가 여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분명히 예술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보치오니의 작품을 들여다 본 이유이다. 보치오니는 조각작품에서 움직임을 잘 포착한 위대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움직임을 위한 실용성을 갖추자라는 것이 핸드백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1966년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는 60년 넘게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 필요한 가방과 신발을 만들어왔으며, 파리에서 태어난 블라지는 이러한 여행과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와 가죽에 대한 브랜드의 명성을 결합하여 각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테가에서 정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첫째, 가방 회사라는 점입니다. 실용적(pragmatic)이란 뜻이지요. 가방 회사라는 건, 곧 움직임(motion)에 대해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움직이는 럭셔리라는 개념을 좋아하고, 옷도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모든 옷을 보면 모든 것이 이미지로만 만들어지고, 실제로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쇼에서 보여주기 용으로 제작하고 실생활 용은 아니라는 의미). 저는 그런 분야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모든 출발점이 가방에서 시작한다는 것,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담고, 그 가방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이동에 편의성이 생기고, 그 가방에 맞춰 옷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럭셔리 인 모션… 착용자의 관점에서 럭셔리를 탐구하다
그가 2021년 11년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자인 팀의 규모를 줄여 모두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 모든 대화에 장인(가죽 작업자 및 원단 개발자)을 참여시켰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레오 롱고네 회장은 “마티유 블라지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고, 모든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마티유 블라지는 디자인 회의를 할 때도, 팀원들에게 “착용해 보겠어요?”라고 묻고는 “만약 입고 싶지 않다면 디자인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며 근본적인 질문부터 파고들었다.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 움직이는 동안에 가장 럭셔리하게 느낄 수 있는 것, 즉 착용한 사람들이 스스로 멋져보이고 편하게 느끼면서도 ‘고급스럽다’는 감성 안에서 생명력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안디아모 백은 지난 2023 여름 컬렉션을 통해 첫선을 보인 가방으로 ‘안디아모’란 이탈리아어로 “가자(LET’S GO)”란 의미다. 국내엔 보테가 베네타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RM이 군 입대 전 밀라노 패션 위크로 향하면서 안디아모 백 라지 사이즈를 들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외에선 할리우드 스타 헤일리 비버, 카일리 제너, 할리우드 배우 로지 헌팅턴, 미셸 여, 힙합 스타 에이셉 라키 등이 착용한 모습이 연이어 포착됐다. 하우스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이탈리아 공방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티유 블라지의 감각이 곁들여지며 탄생했다.

‘가자’(안디아모)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블라지가 사랑한 ‘럭셔리 인 모션’은 이 가방의 철학이자 마티유 블라지의 디자인 미학을 관통하는 ‘craft in motion(크래프트 인 모션·제작자인 장인과 착용자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를 감정과 움직임의 교환을 통해 담아내는 것)’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다. ‘크래프트 인 모션’은 마티유 블라지가 강조하는 철학이자 보테가 베네타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류, 그리고 장인 정신과 창의성에 대한 리드미컬한 탐구 그 자체다.
하우스 코드가 담긴 메탈 ‘놋’ 디테일로 길이 조절이 가능한 슬라이딩 브레이드 스트랩을 적용해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췄다. 숄더백으로 맬 수도 있고, 탑 핸들을 이용해 토트백처럼 들고 다닐 수도 있다. 가방 사이즈나 색상에 차이를 두면 출근을 하든, 여행을 하든, 파티에 가든 어디나 어울리게 설계된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기법인 인트레치아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놋 디테일로 조각적인 느낌도 더해 들고 다닐 수 있는 예술 작품 처럼 디자인했다.
지난해 4월 보테가 베네타의 아틀리에와 작업의 일부를 공개한 ‘크래프트 인 모션’ 영상은 한번쯤 꼭 봐둘 필요가 있다. 보테가 베네타가 지금껏 럭셔리 중의 럭셔리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안감없이 제작되어 안팎으로 인트레치오 위빙 기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가방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겉만 위빙을 흉내내 틀에 붙인 것이 아니라, 안쪽 역시 가죽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가죽의 쓰임도 훨씬 많고 내부도 외부 같은 단단한 위빙 기법을 관찰할 수 있다. 장인의 손길에 일부러 박음질로 안감을 덧댄다면 인트레치아토 위빙 기법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뺏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상에서 장인들은 천연가죽 색상에 가까운 모카 베이지의 아틀리에 복장을 입고, 마치 노벨상 연구소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연구자들처럼 빈틈없는 솜씨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마무리해나간다. 그들의 손등 살거죽 위로 솟아 오른 핏줄은 세월과 함께 열정을 버무린다. 장인들은 “우리는 가방을 만들 때 “몇 시간이 아닌 며칠이 걸릴지 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래프트 인 모션… ‘나만의 가방’이 탄생하다
그는 같은 가죽이라도 어떻게 하면 생동감을 지닐 수 있는지, 구조적인 형태는 유지하면서 이동성에 대한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지도 연구했다. 데뷔 시즌인 2022 겨울 컬렉션부터 2023 겨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3부작에 걸쳐 ‘이탈리아’에 대한 헌사를 담아낸 그는 2024 여름 컬렉션을 통해 시선을 밖으로 향했다. 쇼노트를 통해 ‘여정(journey)’이라는 단어를 주요 핵심어로 끌어낸 그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자 신념인 ‘크래프트 인 모션 (Craft in Motion)’을 자연과, 자연을 갈구하는 인간, 우리가 서로 어우러지는 인류애로 확대해 나간다. 마티유 블라지는 말한다. “오디세이(Odyssey·경험이 가득한 긴 여행)는 자유롭고도 희망찬 여행이자 자신이 과거에 어땠는지와 앞으로 누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예요. 오디세이는 외적이면서 내적이고, 실재하는 동시에 상상할 수 있는 변화와 탈출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2024 여름 컬렉션을 통해 물리적인 이동을 넘어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나아가고 있는 내적인 움직임의 세계를 그려냈다. 도심 속 출퇴근길의 테일러링 슈트부터 니트 재질의 수영복, 그리고 폼폼 디테일의 드레스까지, 옷을 착용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내적인 여정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인간과 자연, 부족주의 등도 연구했던 그의 컬렉션이 무릎을 치게 하는 건, 일상이 여행일 수 있다는 그의 발칙한 개념 때문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출근길도 생각해보면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우리가 가장 열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는 자유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어로 도시를 뜻하는 칼리메로 씨타(Kalimero Città)백은 독특한 수공 기법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발상의 전환이 더해지며 유명 패션 디렉터와 셀럽을 사로잡았다.

최근엔 밀란 패션 위크를 찾은 배우 이영애가 착용해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도회적인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물결치는 듯한 구조적인 스커트에 칼리메로 씨타 백을 매치해 하우스의 장인정신 및 이동(going places)과 모던한 도시의 감성을 오롯이 담았다. 그 장면을 기억한다면 칼리메로 씨타백은 보통 핸드백은 아니라고 말하는 범주에 더 가깝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좀 더 예리하게 봤다면, 이전에 선보였던 버킷 형태의 칼리메로 가방과 제작 방식이 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패밀리 라인인 셈이다. 종이처럼 얇게 정돈된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100% 카프 레더)을 고도의 인트레치오 수공 기법인 풀라드 인트레치오를 이용했다. 풀라드는 보통 스카프 같은 뜻으로 해석되지만, 보테가 베네타에선 얇은 비단 같은 가벼운 무게감의 패브릭으로 의미를 응용했다. 장인들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가죽을 마치 얇은 패브릭을 주름을 잡듯 수공으로 주름을 내어 인트레치아토 위빙으로 완성한 것을 말한다. 즉, 수작업으로 가죽에 드레이핑과 같이 주름을 잡아 물결이 치는 듯한 입체적인 시각효과를 연출한 형태를 말한다.

가죽에 형태감을 준 다음 이를 수작업으로 서로 엮어 만드는 데, 무려 32m의 길고 부드러운 가죽을 바디부터 로프 쉐잎 숄더 스트랩까지 자르지도 않고 수작업으로 완성해낸다. 풀라드 인트레치오 스트랩 디테일의 놋을 묶어 스트랩 길이 조절이 가능하며, 숄더백이나 토트백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풀라드 인트레치오 기법은 같은 사각형 모양에 같은 틀이라도 단 하나도 똑 같은 디자인이 없다는 게 특징. 마티유 블라지가 꿈꾸는 “개인화”에 맞출 수 있는 방식이다. 기성품은 맞춤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화 될 수 없지만, 이렇게 수공예로 만든 제품의 경우 직조에 따라 조금씩 서로 다른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가방에 각종 참 장식을 다는 등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꾸밀 수는 있지만, 가방 그 자체로 탄생부터 ‘나만의 가방’이 되는 것이다. 또 기법 역시 가죽이 빛을 받는 대로 또 다른 명암과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마치 춤을 추듯, 역동성과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관점에서 좀 더 가벼운 발걸음에는 그 이름도 경쾌한 ‘칼리메로 차차(Kalimero cha-cha)’ 백이 어울려 보인다. 춤의 즐거움을 연상시키는 칼리메로 차차는 오디세이(Odyssey: 경험이 가득한 긴 여행)을 주제로 한 24 여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백으로, 데이 룩부터 이브닝 룩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블라지의 무브먼트, 하우스 DNA를 되살리다… 리베르타 백이 담아낸 역사성과 재생
마티유 블라지의 움직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는 지난 2월에 선보인 2024 겨울 컬렉션을 통해 회복과 재탄생을 담아낸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것은 불타버린 메마른 황무지에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재생(regeneration)의 과정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재탄생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형태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것에 중요한 목적이 있다. 이것은 결국 어딘가로 향하고 무언가를 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과 액세서리가 된다.

쇼 노트를 통해 마티유 블라지가 전했듯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기념비적 순간을 뜻하는 ‘모뉴멘탈리즘(Monumentalism)’에 초점을 맞춰, 이번 시즌에는 보테가 베네타에서 인트레치아토가 발명되기 이전의 하우스의 근간에서 영감을 받아 장식을 최소화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평범하게 만들어 보인다. 특히, 장인들의 제작 과정을 거치며 시각적인 단순함은 유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다. 장식은 컬렉션의 원단에 엮여 필수적이어지며, 기록이 담긴 프린트는 겹겹이 쌓인 시간과 앞으로의 여정을 보여준다. 노트북 위빙(notebook weave) 기법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희망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시대와 계절의 실루엣을 결합하고 압축하여 둥글리고 포용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분명하게 표현해낸다. 이번 컬렉션의 액세서리는 엄마의 클러치와 아빠의 옥스퍼드 구두와 같은 대대로 물려받는 유산이자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지며 유행을 넘어 불변의 가치가 있는 물건에 대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본질주의를 내포한다.
특히 2024 겨울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리베르타(Liberta) 백은 부드러운 가죽 소재로 유연한 형태감의 가방으로 정의되었던 하우스의 초기로 되돌아가 이를 새롭게 정의해낸다. 극도로 부드러운 가죽 소재로 유연함과 고급스러운 촉감이 돋보이도록 디자인된 리베르타 백은 조용하게 우리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시각적인 단순함은 유지한 가운데 브레이드 스트랩과 브라스 메탈 장식으로 하우스의 특징적인 장식을 최소한으로 더했다. 스트랩의 연출에 따라 숄더백 혹은 클러치 등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실용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인트레치아토와 금속 공예 같이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기법을 보테가 베네타로 완전 이전시켜 놓으면서 60여년된 회사에 역사성을 대폭 집어넣는다. 보테가 베네타가 정식으로 세워지기 훨씬 이전인 19세기부터 지역 장인들이 써왔던 인트레치아토 기법에 현대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BOF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과 새로움에 대한 집착은 제가 의문을 품는 부분입니다. 제조 과정에서는 새롭지만 그 결과물이 정말 새롭기 때문일까요? 수공예와 수작업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만든다고 해서 새롭지 않은 것이 아니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수명의 문제입니다. 저에게 공예는 시대를 초월합니다. 제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항상 시각적으로 새것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입니다. 저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패션계는 늘 ‘무엇이 새로운가?’라는 질문을 한다”면서 “새로운 것을 위해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려 하지만, 장인정신은 시간을 초월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항상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고 손은 우리의 두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은 언제나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