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지는 잇백(it bag)은 가라, 보테가 베네타의 지속 가능한 잇백들
입력 2024.03.06 11:25

보테가 베네타가 2024년 여름 패션쇼에서 처음 선보인 씨타(CITTÀ) 백. 씨타는 이탈리아어로 도시를 뜻한다. 여름 컬렉션의 주제인 오디세이(Odyssey: 경험이 가득한 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물결 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며 역동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 보테가 베네타 제공.

패션계에서 ‘it bag’(그 가방·고급브랜드 제품 중에서 너도나도 갖고 싶어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러)이란 건 2000년대 즈음 휘몰아치던 한 때의 일인 듯 싶었다. 각종 협업이나 한정판 등 눈에 띌 만한 요소를 골라 ‘잇 백’ 탄생에 몰두하다 보니, 이번엔 어느 브랜드의 제품이 ‘잇 백’의 왕관을 쓸 지 서로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잇 백’이란 존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즌마다 새로운 ‘잇 백’ 등장에 왕좌를 물려주다 보니, 어제의 ‘잇 백’은 오늘의 ‘헌 백’이 돼 버리는 일이 생긴다는 걸 만드는 이도 소비자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첨단 유행을 걷는다는 표식으로 거금을 투자했건만, 가방을 다시 들려니 ‘잇 백’이 아닌 유행에 뒤떨어진 ‘그 가방’을 들고 다니게 된 것이다.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는 건,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은 물론이고 브랜드의 역사와 명성, 더불어 그 가치까지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금액에도 지갑을 여는 건 단핸순한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족감이나, 일부의 과시, 스스로에 대한 성취욕 등이 내포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잡한 계산 속에 고르고 골랐던 ‘잇 백’이 하루 아침에 ‘헌 백’ 신세가 되어 자신의 가치까지 감가상각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넥스트 ‘잇 백’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잇 백’이란 단어가 힘을 점점 잃는 대신 패션계엔 ‘지속 가능성’ ‘장인정신’ 같은 모토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친환경과 지구 보호를 중시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들이 소비의 축으로 부상하고, 한 때의 트렌드보다는 ‘지속 가능한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혹은 자발적인 시민 운동처럼 등장한 현상이었다.
◇지속 가능한 ‘it bag’의 탄생
그 틈 사이를 비집고 최근 들어서 패션계에 ‘it’이 다시 등장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 때의 ‘잇’과 지금의 ‘잇’의 느낌이 조금 달라졌음은 분명했다. DNA 같은 상징성을 담으면서도 갖고 싶은 욕망이 들게끔 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건 기본이 됐다. 유행따라 휩쓸리기 쉬운 로고플레이(로고를 앞세우는 것)는 마치 러시안 룰렛게임에 자신을 맡기는 것마냥 투자 위험성을 끌어안아야 했다. 코로나 이후 ‘조용한 럭셔리’ ‘올드머니룩’이란 트렌드가 등장하며, 겉치장이 아닌 ‘진짜’를 골라내는 잣대처럼 작동했다. 이 모든 것을 거치고 살아남은 일부의 ‘it’ 중 하나가 바로 보테가 베네타의 안디아모(ANDIAMO) 백이었다.
안디아모(ANDIAMO) 백 라지 사이즈. 보테가 베네타 글로벌 앰버서더인 RM이 군 입대 전 밀라노 패션 위크로 향하면서 안디아모 백 라지 사이즈를 들면서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제품은 2024 여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스타일로, 브리스톨 가죽과 캔버스 소재로 완성되었다. / 보테가 베네타 제공.

호주 출생 배우 제이콥 엘로디가 안디아모 백을 착용한 모습이 파파라치컷에 포착됐다.

지난 2023 여름 컬렉션을 통해 첫 선을 보인 가방으로 ‘안디아모’란 이탈리아어로 “가자(LET’S GO)”란 의미다. 국내엔 보테가 베네타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RM이 군 입대 전 밀라노 패션 위크로 향하면서 안디아모 백 라지 사이즈를 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외에선 할리우드 스타 헤일리 비버, 카일리 제너, 할리우드 배우 로지 헌팅턴, 미셸 여, 힙합 스타 에이셉 라키 등이 착용한 모습이 연이어 포착됐다. 하우스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이탈리아 공방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티유 블라지의 감각이 곁들여지며 탄생했다. ‘가자’란 이름 그대로, 이 가방의 철학이자 마티유 블라지의 디자인 미학을 관통하는 ‘craft in motion(크래프트 인 모션·제작자인 장인과 착용자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를 감정과 움직임의 교환을 통해 담아내는 것)’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다. ‘크래프트 인 모션’은 마티유 블라지가 강조하는 철학이자 보테가 베네타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류, 그리고 장인 정신과 창의성에 대한 리드미컬한 탐구 그 자체다.
하우스 코드가 담긴 메탈 ‘놋’ 디테일로 길이 조절이 가능한 슬라이딩 브레이드 스트랩을 적용해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췄다. 숄더백으로 멜 수도 있고, 탑 핸들을 이용해 토트백처럼 들고 다닐 수도 있다. 가방 사이즈나 색상에 차이를 두면 출근을 하든, 여행을 하든, 파티에 가든 어디나 어울리게 설계된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기법인 인트레치아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놋 디테일로 조각적인 느낌도 더해 들고 다닐 수 있는 예술 작품처럼 디자인했다.
안디아모 백 미디움 사이즈 / 보테가 베네타 제공.

체인 안디아모 백 스몰 사이즈 / 보테가 베네타 제공.

마티유 블라지가 평소에 강조하는 ‘실용성’이란 아마 이런 모든 철저한 계산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와 실용성이란 보통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단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지가 돈을 쓰는 걸 보면, 그가 말하는 ‘실용성’의 뜻을 되새기게 된다. 그는 가끔은 유명 미술 작품의 초고(first drafts) 구매에 돈을 투자해 사무실 벽에 걸어 놓는다고 했다. 어릴 땐 완성본을 살 만큼의 돈이 넉넉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어떤 것의 ‘첫 번째 표현’이란 것이 특히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했다.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발전했는지 구상해보고, 그 사이 예술적 창의성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돈을 은행에 묵히는 것 보다 벽에 걸어놓고 싶다”고 말한 그는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에서도 예술적인 가치와 향유하는 즐거움, 실제 착용감과 사용했을 때의 효용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벨기에 혈통을 지닌 마티유 블라지는 1984년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라 깜브르를 졸업한 뒤 라프 시몬스의 남성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아티자날’ 라인과 여성 레디투웨어 쇼 디자인을 담당했고, 2014년에는 셀린느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함께 캘빈 클라인의 디자인을 맡아왔다. 2020년에 보테가 베네타의 레디투어웨어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된 바 있다. 그의 이력을 이렇게 쓰는 건, 실험적인 요소와 마법사 같은 재단, 미니멀한 스타일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실력을 갖췄다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2021년 11년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자인 팀의 규모를 줄여 모두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 모든 대화에 장인(가죽 작업자 및 원단 개발자)을 참여시켰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레오 롱고네 회장은 “마티유 블라지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고, 모든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마티유 블라지는 디자인 회의를 할때도, 팀원들에게 “착용해 보겠어요?”라고 묻고는 “만약 입고 싶지 않다면 디자인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며 근본적인 질문부터 파고들었다. ‘luxury in motion’, 움직이는 동안에 가장 럭셔리하게 느낄 수 있는 것, 즉 착용한 사람들이 스스로 멋져 보이고 편하게 느끼면서도 ‘고급스럽다’는 감성 안에서 생명력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크래프트 인 모션 ’나만의 가방’이 탄생하다
그는 같은 가죽이라도 어떻게 하면 생동감을 지닐 수 있는지, 구조적인 형태는 유지하면서 이동성에 대한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지도 연구했다. 데뷔 시즌인 2022 겨울 컬렉션부터 2023 겨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3부작에 걸쳐 ‘이탈리아’에 대한 헌사를 담아낸 2024 여름 컬렉션을 통해 시선을 밖으로 향했다. 쇼노트를 통해 ‘여정(journey)’이라는 단어를 주요 핵심어로 끌어낸 그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자 신념인 ‘크래프트 인 모션 (Craft in Motion)’을 자연과, 자연을 갈구하는 인간, 우리가 서로 어우러지는 인류애로 확대해 나간다. 마티유 블라지는 말한다. “오디세이(Odyssey·경험이 가득한 긴 여행)는 자유롭고도 희망찬 여행이자 자신이 과거에 어땠는지와 앞으로 누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예요. 오디세이는 외적이면서 내적이고, 실재하는 동시에 상상할 수 있는 변화와 탈출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간과 자연, 부족주의까지 연구했던 그의 컬렉션이 무릎을 치게 하는 건, 일상이 여행일 수 있다는 그의 발칙한 개념 때문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출근길도 생각해보면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우리가 가장 열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는 자유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어로 도시를 뜻하는 씨타(CITTÀ) 백은 독특한 수공 기법뿐만 아니라 그러한 발상의 전환까지 더해져 유명 패션 디렉터와 셀럽을 사로잡았다.
보테가 베네타가 2024년 여름 패션쇼에서 처음 선보인 씨타(CITTÀ) 백. 블랙, 아이스(하늘색), 프레시 민트, 바롤러(버건디) 4가지 색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 보테가 베네타 제공.

배우 이영애가 밀란 패션 위크에서 블랙 컬러의 씨타(CITTÀ) 백을 착용해 우아하면서도 도회적인 감각을 뽐냈다. / 보테가 베네타 제공.

최근엔 밀란 패션 위크를 찾은 배우 이영애가 착용해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도회적인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물결치는 듯한 구조적인 스커트에 씨타 백을 매치에 하우스의 장인정신 및 이동(going places)과 모던한 도시의 감성을 오롯이 담았다. 그 장면을 기억한다면 씨타 백은 보통 핸드백이라고 말하는 범주에 더 가깝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좀 더 예리하게 봤다면, 이전에 선보였던 버킷 형태의 칼리메로 가방과 제작 방식이 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패밀리 라인인 셈이다. 종이처럼 얇게 정돈된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100% 카프 레더)을 고도의 인트레치오 수공 기법인 풀라드 인트레치오를 이용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가죽 위에 섬세하게 잡혀진 주름이 물결 치듯 움직이는 풀라드 가방도 선보인 바 있다.
가죽에 형태감을 준 다음 이를 수작업으로 서로 엮어 만드는 데, 무려 32m의 길고 부드러운 가죽을 바디부터 로프 쉐잎 숄더 스트랩까지 자르지도 않고 수작업으로 완성해낸다. 풀라드 인트레치오 스트랩 디테일의 놋을 묶어 스트랩 길이 조절이 가능하며, 숄더백이나 토트백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풀라드 인트레치오 기법은 같은 사각형 모양에 같은 틀이라도 단 하나도 똑같은 디자인이 없다는 게 특징. 마티유 블라지가 꿈꾸는 “개인화”에 맞출 수 있는 방식이다. 기성품은 맞춤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화될 수 없지만, 이렇게 수공예로 만든 제품의 경우 직조에 따라 조금씩 서로 다른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가방에 각종 참 장식을 다는 등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꾸밀 수는 있지만, 가방 그 자체로 탄생부터 ‘나만의 가방’이 되는 것이다. 또 기법 역시 가죽이 빛을 받는 대로 또 다른 명암과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마치 춤을 추듯, 역동성과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이 칼리메로 백을 손수 작업하는 모습. / 보테가 베네타 제공.

안감없이 제작되어 안팎으로 인트레치오 위빙 기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가방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겉만 위빙을 흉내내 틀에 붙인 것이 아니라, 안쪽 역시 가죽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가죽의 쓰임도 훨씬 많고 내부도 외부 같은 단단한 위빙 기법을 관찰할 수 있다. 장인의 손길에 일부러 박음질로 안감을 덧댄다면 인트레치아토 위빙 기법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뺏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보테가 베네타의 아틀리에와 작업의 일부를 공개한 ‘크래프트 인 모션’ 캠페인 영상 속에도 드러났듯, 장인들은 가방을 만들 때 “몇 시간이 아닌 며칠이 걸릴지 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라지의 철학, 보테가 베네타 가방에서 꽃피우다.
여기서 잠깐. 보테가 베네타와 마티유 블라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주로 그가 새롭게 선보인 창의적인 의상과 제작 기법, 원단의 쓰임과 재단이 만들어낸 구조적 볼륨감 같은 것을 주로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대체적인 주제는 가방이다.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가방이라고 이야기한다. 1966년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는 60년 넘게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 필요한 가방과 신발을 만들어왔으며, 파리에서 태어난 블라지는 이러한 여행과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와 가죽에 대한 브랜드의 명성을 결합하여 각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테가에서 정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첫째, 가방 회사라는 점입니다. 실용적(pragmatic)이란 뜻이지요. 가방 회사라는 건, 곧 움직임(motion)에 대해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움직이는 럭셔리라는 개념을 좋아하고, 옷도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모든 옷을 보면 모든 것이 이미지로만 만들어지고, 실제로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쇼에서 보여주기 용으로 제작하고 실생활 용은 아니라는 의미). 저는 그런 분야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모든 출발점이 가방에서 시작한다는 것,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담고, 그 가방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이동에 편의성이 생기고, 그 가방에 맞춰 옷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22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첫 컬렉션에서 보치오니의 조각품을 비롯해 많은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부분은 사실 보테가 베네타 그 자체”라고 말했다.
“특히 보테가 베네타의 히스토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최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이다. 특히 브랜드가 설립되었던 70년대에는 핸드백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누군가가 핸드백을 들었다면, 그것은 그 누군가가 어디론가 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어디론가 여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분명히 예술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보치오니의 작품을 들여다 본 이유이다. 보치오니는 조각작품에서 움직임을 잘 포착한 위대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움직임을 위한 실용성을 갖추자라는 것이 핸드백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보테가 베네타가 2024 여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차차 백. 춤의 즐거움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경쾌한 무드를 자아낸다. 데이 룩부터 이브닝 룩까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 보테가 베네타 제공.

보테가 베네타가 2024 여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차차 백 블랙 컬러. / 보테가 베네타 제공.

이러한 움직임의 관점에서 좀 더 가벼운 발걸음에는 그 이름도 경쾌한 ‘차차(CHA-CHA)’ 백이 어울려 보인다. 춤의 즐거움을 연상시키는 차차는 오디세이(Odyssey: 경험이 가득한 긴 여행)를 주제로 한 2024 여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백으로, 데이 룩부터 이브닝 룩까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그는 인트레치아토와 금속 공예 같이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기법을 보테가 베네타로 완전 이전시켜 놓으면서 60여년된 회사에 역사성을 대폭 집어넣는다. 보테가 베네타가 정식으로 세워지기 훨씬 이전인 19세기부터 지역 장인들이 써왔던 인트레치아토 기법에 현대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BOF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과 새로움에 대한 집착은 제가 의문을 품는 부분입니다. 제조 과정에서는 새롭지만 그 결과물이 정말 새롭기 때문일까요? 수공예와 수작업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만든다고 해서 새롭지 않은 것이 아니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수명의 문제입니다. 저에게 공예는 시대를 초월합니다. 제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항상 시각적으로 새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입니다. 저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패션계는 늘 ‘무엇이 새로운가?’라는 질문을 한다”면서 “새로운 것을 위해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려 하지만, 장인정신은 시간을 초월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항상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고 손은 우리의 두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은 언제나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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