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며든 ‘그린’… “기술과 미학이 조화 이루는 시대 초월 매력”
입력 2024.02.23 10:22

바쉐론 콘스탄틴 VACHERON CONSTANTIN Traditionnelle 매뉴얼 와인딩


시계 제품을 딱 하나만 산다면, 아마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전문가에게 묻는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자신의 취향, 브랜드 명성, 중고로 되팔았을 때(resale)의 자산 가치 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드림 워치’ 같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시계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일부 인기 브랜드의 몇몇 제품은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년간 기다릴 줄 아는 인내는 미덕이다.
여기서 잠깐, 질문을 살짝 바꿔 시계 다이얼(문자판)의 색상 경향을 묻는다면 단연 ‘그린’이다. 여린 녹차잎 색상부터 에메랄드가 바다 빛을 반사하는 듯한 에메랄드그린, 깊은 쑥향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듯한 카키, 몽골 초원의 푸릇한 초록빛, 아마존 열대림 기운이 느껴지는 깊은 초록, 초록이지만 초콜릿 향이 날듯한 진한 초록 등 다양한 색상의 그린이 시계의 ‘얼굴’을 담당한다. 사실 “그린?”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4~5년 전 세계 시계 박람회를 강타했던 색상이 바로 그린이기 때문이다. 당시엔 그린 다이얼이 들어간 제품 하나라도 내놓지 않는다는 건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표식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해제되고, 이제 대자연을 만끽하는 시대로 돌아왔는데도 고급 시계 업계에선 다시 그린을 바라본다. 에메랄드가 그랬듯, 녹색은 고대부터 일부 왕조에선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역사적 유래가 아니더라도, 녹색은 컬러테라피에서 안정감과 침착, 균형감을 준다고 알려졌다. 각종 실험에서 녹색은 혈액 히스타민 수준을 올려 피부 손상 부위를 빠르게 호전시키는 등 인체에 유익한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과학적·비과학적 요소가 아니더라도 멋스러운 그린 다이얼의 시계를 하루 종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대자연 어딘가로 향할지도 모른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Traditionnelle 매뉴얼 와인딩 33mm 모델. 핑크 골드 케이스에 54개의 다이아몬드가 섬세하게 장식된 베젤로 정교하고도 화려한 매력을 발산한다.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세계적인 시계 박람회인 워치스앤 원더스 상하이를 다시 점령한 ‘그린’ 다이얼로 화제가 된 대표적인 제품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Traditionnelle 매뉴얼 와인딩이다. 장엄한 그린 선버스트 다이얼과 핑크 골드 케이스가 돋보이는 2가지 모델로 더욱 풍성해졌다. 33mm 버전은 54개의 다이아몬드가 섬세하게 장식된 베젤로 정교하고도 화려한 매력을 발산하며, 38mm 핑크 골드 케이스는 손목에 우아한 감성을 더한다. 38mm 모델의 경우 칼리버 4400AS가 탑재되어 65시간의 넉넉한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며, 33mm 버전에는 4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선사하는 칼리버 1440이 장착됐다.
바쉐론 콘스탄틴 특유의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은 시계 업계의 ‘오트 쿠튀르(최상위 맞춤형)’로 소문나며 남·녀 모두를 만족 시키고 있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 풍부한 역사성에 있다. 최신 유행인 모노크롬(단색) 다이얼을 이미 수백년 전부터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선보였다는 것.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트렌드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은 이렇듯 꾸준한 자기 계발과 풍부한 역사적 자산에 있다. 각종 초고가 보석과 화려함만 앞세우며 십수년 만에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들이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기품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는 이번 제품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컬렉션에서 모노크롬 다이얼을 탑재한 최초의 시계는 19세기 초에 등장했습니다. 이 때의 타임피스는 케이스에는 풍부한 장식 디테일을 더하면서도, 다이얼은 더욱 절제된 스타일이었죠. 디자인 자체는 차분했지만 워치 페이스는 새로운 장식 기법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서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그 예로 매트한 표면 위에 숫자를 장식하거나, 중앙 부분에 기요셰 장식을 더하거나, 텍스처를 살린 효과를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Traditionnelle 매뉴얼 와인딩 38mm 모델. 손목 사이즈와 관계 없이 누구나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직경으로 완성되었다. 핑크 골드와 그린 컬러의 조합이 손목에 우아한 감성을 더한다.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Traditionnelle 컬렉션의 모노크롬 그린 선버스트 다이얼은 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20세기 초에 등장하기 시작한 울트라-씬 시계를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접근법을 도입했다. 크리스티앙 셀모니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는 “심플한 외관 디자인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중요한 주춧돌로 손꼽히는 역사적인 시각과 부합한다”면서 “기술과 미학이 새로이 조화를 이루는 이 모델에는 시대를 초월한 매력과 순수한 고전주의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린 색상 이후의 또 다른 컬러 조합 시도도 궁금할 수밖에. Traditionnelle 컬렉션에서 골드 케이스와 젬세팅 된 베젤을 조합하는 디자인과 다른 컬러와의 조합에 대해 크리스티앙 셀모니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는 “최근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컬러풀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델에 대한 선호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Traditionnelle 컬렉션에 새롭게 등장한 2가지 모델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이같은 트렌드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으며, 메종의 고유한 디자인에 맞추어 이를 적절히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 “바쉐론 콘스탄틴 컬러 팔레트에 다른 다이얼 컬러가 추가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만, 동시에 바쉐론 콘스탄틴 스타일의 워치메이킹을 특징짓는 절제미와 우아한 품격을 계속해서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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