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을 위한 피치 퍼즈 컬러 입문서
입력 2024.02.16 08:41

팬톤이 선정한 2024년 ‘올 해의 컬러’, 복숭아 솜털 빛의 ‘피치 퍼즈(Peach Fuzz)’. 여성들만의 컬러 트렌드라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치기엔 아쉽다. 유행에 남녀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와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의 거시적인 패션 트렌드를 타고, 남자들의 2024년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도 피치 퍼즈로 가득했다. 젠더리스가 패션의 ‘뉴 노멀’인 만큼, 달콤하고 부드러운 피치 퍼즈 컬러도 남성 패션에서 예외 될 수 없다.
덴질 패트릭 컬렉션에선 도시에 잘 어울리는 피치 퍼즈 컬러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덴질 패트릭 홈페이지.

아미리(Amiri)의 2024년 봄, 여름 컬렉션은 피치 퍼즈 컬러의 향연과 같았다. ‘이토록 피치 퍼즈 컬러가 남자들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컬러였던가’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오게 한다. 특히 연한 크림 버터 컬러의 집업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를 피치 퍼즈 컬러의 나풀거리는 핀턱(pin tuck: 일정한 간격으로 박은 주름) 와이드 팬츠와 매치시킨 룩은 멋쟁이라면 한번 꼭 시도해볼 만한 스타일링이다. 그 외에 역시 2024년 트렌드 컬러로 제시된 스카이 블루, 그린, 버터 등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들과 조합한 스타일링도 근사하다.
피치 퍼즈 컬러의 향연을 펼쳤던 2024년 봄, 여름 아미리 컬렉션. 피치 퍼즈의 컬러 스타일링에 대한 교과서와도 같았다. 스카이 블루, 그린, 버터 등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나 그레이, 블랙 등 모든 모노톤 컬러와도 잘 조화된다. 아미리 홈페이지.

젠더리스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프라다 컬렉션에선 좀 더 차분하게 톤 다운 된 피치 퍼즈 컬러가 등장했다. 패션쇼에선 꽃밭처럼 여러 코사주들이 장식됐지만, 코사주만 빼면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세련된 프론트 포켓 셔츠로 블랙이나 그레이 팬츠와 잘 조화된다. 제냐, 겐조와 덴질 패트릭(Denzil Patrick) 컬렉션에는 피치 퍼즈 컬러의 수트가 선보여졌다. 정교한 테일러링의 수트에 피치 퍼즈 컬러가 입혀지며 뜻밖에도 매우 세련되고 여유 넘치는 캐주얼 수트 룩을 연출한다. 핑크와 오렌지의 컬러 스펙트럼 어느 사이에 위치한 피치 퍼즈는 휴양지 룩에 이상적일 듯 보이지만, 모노톤의 도시에 우아한 컬러 액센트가 되기도 한다.
프라다에 등장한 톤 다운된 피치 퍼즈 컬러의 셔츠. 코사주 장식만 빼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셔츠이다. 프라다 홈페이지.

다양한 톤의 피치 퍼즈 컬러를 보여주었던 겐조 컬렉션. 피치 퍼즈 컬러의 수트부터 트위드 수트까지 모던 클래식 룩과 피치 퍼즈 컬러의 멋진 조화를 보여주었다. 겐조 홈페이지.

평소 스타일링에서 컬러 포인트를 즐기는 남성들이라면, 피치 퍼즈의 활용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존에 스타일링 했던 대로, 자신이 갖고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에 한두가지 피치 퍼즈 컬러를 매치하면 된다. 컬러 스타일링에 초보자라면 재킷이나 카디건 안에 입는 이너 상의부터 피치 퍼즈 컬러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쉬운 선택이다. 티셔츠, 셔츠, 베스트 또는 니트 스웨터 중 하나를 피치 퍼즈로 선택하면 된다.
수많은 피치 퍼즈 컬러가 등장했던 제냐 컬렉션. 부드러운 어스(earth) 컬러부터 초콜릿 컬러까지 브라운 계열과도 피치 퍼즈는 세련된 조합의 스타일을 완성시킨다. 제냐 홈페이지.

A.P.C. 와 같이 피치 퍼즈의 셔츠와 스웻 셔츠 또는 볼캡의 스몰 아이템으로 하나씩 피치 퍼즈 컬러를 시도해본다. A.P.C. 홈페이지.

원 포인트 컬러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슈즈를 선택할 수도 있다. 브라질의 친환경 신발 브랜드 카리우마(Cariuma)는 팬톤과의 협업으로 ‘카리우마 X 팬톤(Cariuma X Pantone) 스니커즈를 선보이고 있다. 카리우마는 윤리적으로 공급한 유기농 면 소재의 캔버스로 스니커즈를 만들며, 스니커즈 한 켤레를 구매하면 2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기증하게 된다. 카리우마는 최근 팬톤의 2024년 ‘올 해의 컬러’인 피치 퍼즈 버전의 스니커즈를 공개했다.
‘카리우마 X 팬톤(Cariuma X Pantone)’의 피치 퍼즈 컬러 에디션. 피치 퍼즈 컬러의 스니커즈로 컬러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도 좋은 접근이다. 팬톤 홈페이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복숭아 솜털 빛깔의 ‘피치 퍼즈’. 핑크, 오렌지, 그린, 옐로의 전통적인 봄 컬러들과는 또다른 젠틀한 매력을 발산한다. 셔츠나 니트 스웨터 중 하나로 작게 피치 퍼즈 컬러를 시도해보자. 옷장에 오래 방치된 옷조차 환하게 되살리는 심폐 소생 컬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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