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이 다시 뜬다...오데마 피게·바쉐론 콘스탄틴 등 최고가 브랜드 플래그십 들어서
입력 2024.01.26 10:30

티파니도 빠르면 올해 안에 플래그십 들어설 예정
패션계 이어 초고가 시계 주얼리 업계 들썩
해외 매체 “세계 명품 트렌드의 창”

세계 최고급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스위스 오데마 피게는 올해 서울 청담동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장점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오데마 피게는 음악가나 패션 디자이너 등과 협업하며 독특한 창의성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오데마 피게가 최근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타마라 랄프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로열 오크 콘셉트 플라잉 투르비용 한정판 모습. 둘의 만남은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봄·여름 오트 쿠튀르 패션 위크 기간에 타마라 랄프 런웨이 쇼에서 선보였다. 18캐럿 핑크 골드 소재의 이 한정판은 대담한 여성성, 무한한 창의성,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아함이 어우러진 디자이너의 심미성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스티드 골드 마감으로 반짝이며, 브라운 및 브론즈에서 골드 컬러로 이르는 점진적인 색조로 구성된 독특한 팔레트를 연출한다. /오데마 피게 제공

럭셔리의 상징인 서울 청담동 시대는 저물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고가 브랜드 건물과 연예계 회사가 속속 자리하면서 지역 자체가 화려함을 상징하던 곳이었다. 청담동은 곧 부촌(富村)을 의미했고, 청담동에서 연예인이란 일반인을 뜻할 정도였다. 청담동에 우연히 vip처럼 사는 ‘비주류 서민’의 웃지 못할 애환을 그린 ‘청담동 살아요’(2011~2012)라는 시트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루이 비통·디올·샤넬·펜디 등 해외 거장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디자인한 대형 단독 매장(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면서 청담동의 청담동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디올이 커피 거품에도 브랜드 문자를 새기는 라떼 아트로 소셜 미디어 친화적인 카페를 들여놓고, 루이 비통이 상설 아트 전시장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며 MZ 고객을 맞는 등 ‘친절하게’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여러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정적인 문턱은 이미 특수 군사기지 한복판에 와 있는 듯 했다.

아시아 최고의 쇼핑 거리인 긴자가 럭셔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긴자 식스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복합 문화 공간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동안 청담동의 위상은 조금씩 흔들려 갔다. 구찌가 지난 2021년 한남동에 ‘가옥’이라는 순수 우리말로 된 두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디올이 2022년 성수동에 프랑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를 본딴 컨셉트 스토어를 열면서 ‘럭셔리=청담’의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 같았다. MZ세대가 체험하고 느끼고 소비하는 공간이 한남동, 성수동 등으로 이동해 버린 것이다.
하기사 과거 청담동은 고객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해외 브랜드가 그 나라에 진입하기 위해 ‘깃발’을 꽂는 모델하우스 전시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럭셔리라는 느낌이 주는 폐쇄성 때문인지, 청담동은 대중들이 모여들기 쉬운 구조도 아니다. 8차선 도로는 사람보다는 차가 주인공, 좁은 인도 마저도 발레 맡겨진 차들에 공간을 빼앗겼다. 청담동 자체가 언덕길이라 오르 내리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도쿄 긴자 지역처럼 주말에 차없는 거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 연결편도 여의치 않다. 차 없는 사람이 굳이 오지 말라는 거만함이 느껴진다는 이들마저 있었다. 태생부터, 애프터 서비스까지 고객 친화적이진 않다는 얘기다. 어느새 거만한 거인 같던 청담동 건물에는 ‘공실’이라는 딱지들이 붙어갔고, 안 그래도 사람 없는 거리는 더욱 스산하게 느껴졌다.
그랬던 청담동에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청담동 명품 거리의 산 증인이자 터줏대감으로 지난 1997년에 자리를 잡은 프라다가 지난해 옆옆쪽 건물로 이전 단장하면서 청담동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특히 패션계 중심에서 고가의 시계 주얼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하나둘씩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프랑스 하이주얼리 메종 반클리프아펠이 문을 열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바 있다.
1755년 설립되어 27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속해온 시계 제조사인 스위스 바쉐론 콘스탄틴도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독보적인 전통과 혁신의 정신으로 고유의 가치를 이어오며,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메티에 다르, 오버시즈, 피프티식스, 히스토릭, 에제리 컬렉션 등을 탄생시켰다. 사진은 오버시즈 컬렉션에 풍성함을 더할 새로운 투르비용 모델. 오버시즈 컬렉션 최초로 화이트 골드 소재와 컬렉션의 시그니처로 손꼽히는 블루 다이얼, 그리고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이 조화를 이뤘다.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올해는 세계 최고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스위스 오데마 피게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AP하우스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서울 압구정로 428부지에서 AP HOUSE SEOUL(AP하우스 서울) 프리 오프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역시 최고가 브랜드 중 하나인 바쉐론 콘스탄틴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청담동에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매장에선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시계의 기술적, 예술적인 부분부터 라이프스타일 측면까지 고루 체험할 수 있게 다각도로 기획하고 있다.
LVMH 그룹이 인수한 보석 브랜드 티파니도 늦어도 내년 이전에 일본 긴자 스토어의 층면적 두배 규모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는 계획이다. 리차드 밀도 재단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 리뉴얼 오픈하면서 ‘환대’와 ‘살롱 문화’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기존의 닫힌 이미지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미지로 변화시키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젊은 층에 인기 많은 LVMH 그룹 계열의 로에베를 비롯한 일부 패션 브랜드도 청담동 명품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여느 유명 도시에서도 찾기 힘든 플래그십 스토어가 서울에 들어선다는 건 그만큼 전 세계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말해주기도 한다. 과거 같으면 ‘과소비 도시’로 낙인찍혔겠지만, 이젠 K팝·K드라마를 넘어서 이제 미국 사회에서도 한국계 작가·영화감독·배우 등 아티스트들이 주류로 진입하는 단계다. 보그 등 해외 매체들은 “젊음과 생동감 있는 에너지의 문화를 읽고 싶으면 서울을 보라”고 했다. 한국의 서울이 아니라, 세계의 서울, 또 세계 속 청담이란 얘기다. ‘청담(淸:맑을 청, 潭:못 담)’이라는 지명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유래했다는데 부디 이곳엔 ‘맑은 윗물’이 드나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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