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뷰티 시장을 압도하는 맨즈 뷰티의 시대가 열리며, 동시에 ‘젠더 뉴트럴’이 뷰티 트렌드의 중요 키워드가 됐다. 유니섹스(unisex), 젠더리스(genderless),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패션과 뷰티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이 트렌드의 키워드들은 같은 듯 미묘한 차이를 지닌다. 유니섹스가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는 의미라면, 젠더리스는 남녀 성별 구분이 없는, 젠더 플루이드는 남녀 스타일을 자유로이 오가는, 젠더 뉴트럴은 성별과 관계없이 개인의 취향에 따른, 이라는 의미로 설명될 수 있다. 2020년대 초반부터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젠더 뉴트럴’ 뷰티는 처음부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딩 한다.

최근 선보여진 프리미엄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 탈리다쿰(Talitha Koum)의 신제품 HM+Barrier™ 브라이처스 라인은 남녀 모두를 위한 브라이트닝 제품이다. 탈리다쿰의 독자 개발 장벽케어 특허 성분인 흰민들레 태좌 추출물이 민감한 피부 본연의 힘을 길러주고 저자극 브라이처스 콤플렉스가 피부톤을 밝고 균일하게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탈리다쿰은 처음부터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모든 민감한 피부를 위해 시작됐다. 켈로이드 난치성 피부 질환을 가졌던 채문선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켈로이드성 피부와 민감한 피부들을 위해 수분 장벽을 강화하는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했다. 패키지도 성별의 구분보다는 브랜드의 컨셉과 제품의 효능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젠더 뉴트럴 브랜드의 컨셉에 따라 홍보와 마케팅에서도 기존 뷰티 브랜드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뷰티 브랜드들이 연예인을 모델이나 브랜드 앰버서더로 내세우지만, 탈리다쿰은 탁구선수 신유빈을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탈리다쿰의 이효섭 공동 대표는 앞으로도 인종, 성별,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협력해 열린 브랜드 마케팅을 해갈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이브러리(EATH Library)’는 전통 한의학에 기초한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다.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가 뷰티 크리에이터로 한의사 장동훈과 함께 론칭했다.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한의사 장동훈에게 처방받은 한방차를 마시며 피부톤이 환해지는 변화를 경험하며, 한방차 성분에서 ‘이스라이브러리’의 코어 성분 ‘페이스 리액터(Face Reactor)’를 발견했다. 남녀 상관없이 건강하고 밝은 피부로 개선시키는 원리를 담은 모던 한방 화장품으로, 자연스럽게 젠더 뉴트럴 브랜드로 자리잡아 가게 됐다.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 ‘콰티(QUA-T)’는 ‘남녀의 경계가 없는 것이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와 제네레이션리스(generation-less)를 추구하며 다 같이 즐기는 코스-라이프스타일(cos-lifestyle)을 찾아가는 것이 브랜드의 철학이다. 같은 라인의 제품도 남녀 모델을 함께 등장시켜, 하나의 제품을 남녀가 각각 자신의 개성에 따라 사용하는 젠더 뉴트럴 뷰티 라이프를 보여준다. 2018년에 론칭한 라카(Laka)는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색조 브랜드다. ‘뷰티는 원래 모두의 것(Beauty is meant to be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과 남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제안하며, 일본 오프라인 3대 멀티숍에도 진출했다. ‘프루티 글램 틴티’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60만 개를 넘어서는 등 여러 개의 밀리언셀러를 보유할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젠더 뉴트럴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리듀어(réduire)도 성별, 인종, 나이로 규정되지 않는 고유한 ‘나’에 주목하며, 편견 없이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킨케어를 추구한다. 남성 고객의 구매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젠더 뉴트럴 브랜드로 리뉴얼했다.



예전부터 성별의 구분보다 제품의 효능을 키워드로 삼는 패밀리 뷰티 컨셉의 브랜드들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패밀리 뷰티가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함을 추구한다면,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들은 자신의 개성과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는 브랜딩의 차이를 지닌다. 앞으로 점점 확장되어 갈 젠더 뉴트럴 뷰티 마켓. 이제 우먼 뷰티, 맨즈 뷰티와 함께 젠더 뉴트럴 뷰티가 나란히 공존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