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Inside] Brand Story ⑦ 몽클레르
등산가들의 패딩을 하이 패션과 꾸뛰르의 세계로 초대한 몽클레르. 이제 몽클레르는 미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소유를 너머 소장하는 아트 컬렉션이 되기도 한다. 알프스부터 K2까지, 80년대 스트리트 패션부터 오늘날의 하이 패션 런웨이까지, 몽클레르의 70여 년은 비범하고 경이롭고 대담한 여정이었다.
알프스에서 K2 정상까지 정복하다
몽클레르의 여정은 1952년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 소도시인 모나스티에 드 클레르몽(Monestier de Clermont)으로 가장 먼저 안내한다. 드라크(Drac) 강과 이제르(Isère) 강 사이의 프랑스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 이 호텔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이 도시는 유명한 알파인 등반가인 르네 라미용(René Ramillon)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1952년 그는 등반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을 담아 동료 기업가인 앙드레 뱅상(Andrè Vincent)과 함께 브랜드를 설립했다. 모나스티에 드 클레르몽 도시에 대한 사랑은 도시 이름의 약어를 따라 몽클레르(Moncler)라는 브랜드명으로 탄생됐다. 처음엔 패딩 침낭, 후드 재킷, 외부 덮개가 있는 텔레스코픽 텐트(telescopic tent) 등 등반가를 극한의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설계된 제품을 선보였다.


몽클레르는 곧 유명한 프랑스 산악인 리오넬 테레이(Lionel Terray)를 매료시켰다. 1954년 높은 고도의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초의 다운재킷이 고안됐는데, 리오넬 테레이는 이 재킷의 강력한 기능에 주목하며 전문 라인인 ‘리오넬 테레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를 탄생시켰다. 재킷, 작업복, 장갑 및 고강도 침낭은 모두 테레이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현장 테스트를 거쳤으며 각자의 피드백을 따라 개선했다. 또한 같은 해, 몽클레르 다운재킷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를 향한 이탈리아 원정대인 등반가 아킬레 콤파뇨니(Achille Compagnoni)와 리노 라체델리(Lino Lacedelli)에게 선택됐다. 그리고 이들은 1954년 7월 K2 정상에 최초로 등정한 듀오가 됐다. 동시에 이들이 선택한 몽클레르도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1955년 마칼루(Makalu) 정상에 도전한 프랑스 원정대가 몽클레르 다운재킷을 착용했고, 트레킹을 포함한 더 많은 국제 원정대에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몽클레르의 기술력과 명성도 함께 정상으로 치솟았고, 1964년 몽클레르는 리오넬 테레이가 주최한 알래스카 탐험의 공식 후원사가 된다.


산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산다
몽클레르는 세계 최정상 정복을 꿈꾸는 이들이 동경하는 브랜드가 됐다. 1968년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에서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며, 이 때 수탉 형태로 로고를 변경한다. 이 프랑스 국가대표팀과의 협업은 2010년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데뷔한 스키복 컬렉션 ‘그레노블(Grenoble)’에 영감을 주게 된다. 몽클레르는 처음부터 기능만큼이나 미학을 중요시했다. 특히 1970년대가 되며 눈의 반사 특성을 재현할 수 있는 원단과 마감재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몽클레르를 패션 패딩으로 히트시킨 반짝이는 래커(lacquer: 광택) 효과의 원단이 탄생했다.

1980년 당시 파리 패션계의 떠오르는 스타 디자이너였던 샹탈 토마스(Chantal Thomass)가 영입되며, 클래식 다운재킷의 디자인이 트렌디하게 재탄생하게 된다. 1989년까지 브랜드와 함께한 샹탈 토마스는 지퍼를 버튼으로 교체하거나, 모피 장식, 새틴 안감, 양면 원단, 독특한 스티칭 등의 디테일과 화려한 컬러를 통해 몽클레르만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창조해갔다. 이 트렌디한 몽클레르 다운재킷은 밀라노의 부유한 십 대 청소년 그룹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밀라노는 ‘파니나리(Paninari)’의 시대였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부유한 십 대들로부터 시작됐는데, 특정 디자이너 브랜드에 열광하며 특정 의류들을 자신의 전문 용어와 스타일로 정의하곤 했다. 그들은 샌드위치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스낵바에 자신들의 톡톡 튀는 스타일을 뽐내며 자신들만의 그룹을 형성했는데, 인기 스낵바였던 일파니노(Il Panino)의 이름을 따라 ‘파니나리(Paninari)’라 불렸다. 파니니(panini)는 이탈리아어로 샌드위치란 뜻을 지닌다. 몽클레르 다운재킷은 바로 ‘파니나리’들의 비공식 유니폼이었다. ‘파니나리’들은 팀버랜드, 리바이스, 아르마니, 스톤 아일랜드 등을 밝은 컬러의 몽클레르 다운재킷과 믹스시켰다. 그리고 80년대 미국의 프레피들에게 퍼져 나가며 이탈리안풍의 프레피 룩으로 유행했다. 이때부터 산에서 태어난 몽클레르는 도시의 패셔너블 아이템이 됐고, ‘산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산다’는 몽클레르의 슬로건이 오늘까지 이어진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브랜드가 되다
그러나 90년대 말 몽클레르는 도전에 부딪힌다. 럭셔리 대기업과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전문 회사들이 급부상하며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2003년 이탈리아 사업가인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몽클레르를 인수한다. 레모 루피니는 1999년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몽클레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었다. 그는 브랜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새로 시작했다. 그는 특히 가장 아이코닉 아이템인 다운재킷에 집중했다. 루피니는 10대 시절 모터사이클을 탈 때 아끼는 몽클레르 다운재킷을 입곤 했고, 이 브랜드의 아이콘을 소재부터 디테일까지 모두 럭셔리하게 하이 패션으로 클래스업 해갔다. 그렇게 프랑스 태생 몽클레르는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레모 루피니는 대범한 도전과 탐험의 여정을 통해, 몽클레르의 새로운 아카이브를 펼쳐갔다.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송, 사카이, 크리스토퍼 래번, 니콜라 제스키에르, 버질 아블로 등 동시대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몽클레르를 하이 패션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주었다. 또한 2006년 오뜨 쿠튀르 컬렉션인 몽클레르 감므 루즈(Moncler Gamme Rouge)를 런칭한다. 처음에는 알렉산드라 파치네티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후에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진두지휘하게 된다. 또한 2009년엔 톰 브라운이 이끄는 남성 오뜨 쿠튀르 컬렉션 몽클레르 감마 블루(Moncler Gamme Bleu)를 새롭게 선보였다.

한 세대를 넘어 모든 세대의 몽클레르가 되다
2018년 몽클레르는 다시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란 새로운 탐험에 나섰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각기 다른 개성과 창의성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진행해간다. 시즌마다 쟁쟁한 디자이너 라인업을 발표하며 이슈를 일으켜왔는데, 최근엔 캘리포니아의 소울을 담아낸 팜 엔젤스(PALM ANGELS)와 협업했다. 캘리포니아 태생의 팜 엔젤스다운 다채로운 컬러로 스타일링된 매력적인 캘리포니아 프레피 룩과 함께, 몽클레르 심볼 속 팜 엔젤스의 야자수가 자리한 로고가 시선을 주목시킨다. 레모 루피니는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라면 한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 몽클레르는 하나의 강력한 아이코닉 다운재킷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세대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라고 설명했다. 15~20세의 뉴 제너레이션과 대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 좀 더 개념적이며, 오뜨 쿠튀르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로 라인업하고 있다.


또한 몽클레르 본연의 아이덴티티도 놓치지 않았다. 고성능 스키 장비를 찾는 브랜드에 충실한 고객들을 위해 2010년 몽클레르 그레노블(Moncler Grenoble) 남성 및 여성 컬렉션을 출시하며, 역사적인 스키 의류들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브랜드의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하이 패션에서 오뜨 쿠튀르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몽클레르만의 비범함은 초고속으로 변화해가는 패션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능력이다. 전 세계 열렬한 팬들을 거느린 패션 컬트가 된 몽클레르. 이 비범한 탐험가의 여정은 다음 70년의 미래에 더 스펙터클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