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차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핑크 물결이 일었던 패션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핑크가 아닌 다른 컬러가 2023 가을/겨울 컬렉션을 지배한 건데요. 밝고 쨍한 ‘레드’ 컬러가 이번 시즌 핵심 컬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옷은 기본이고 가방, 신발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이 빨간색으로 물들었어요. 한편,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줄곧 고가를 유지해오던 다이아몬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특수 장비를 사용해야만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질적·미적으로 똑같다는 점과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노동 착취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격 형성에 크게 작용했어요. 이에 많은 워치/주얼리 브랜드들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트렌드] 핑크 가고 레드 온다!
올가을/겨울 키 컬러, ‘레드(Red)’

올여름을 책임진 컬러는 일명 ‘바비 핑크’였습니다. 영화 바비와 복고 유행을 타고 사랑스러운 핑크 색상이 많은 인기를 얻었죠.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가을과 겨울에는 강렬한 ‘레드’가 키 컬러입니다. 이미 유수 명품 브랜드들의 2023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토마토같이 선명한 빨간색 물결이 일었어요. 옷은 기본이고 가방, 신발 등 다양한 레드 아이템들이 런웨이를 장식했답니다. 우선, 단 한 벌로 멋을 내기 쉬운 드레스는 레드 컬러를 만나니 더욱 관능미가 살아났습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블루마린(Blumarine)은 맥시스커트에 가방, 부츠, 팔찌까지 모두 레드로 깔 맞춤 했어요. 알렉산더 맥퀸과 로에베는 각기 다른 길이의 레드 드레스지만 소재를 니트로 해줌으로써 가을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과감하게 수트 셋업을 레드로 물들인 브랜드도 많았습니다. 페라가모는 하우스를 상징하는 컬러인 레드로 깔끔한 올 레드 룩을 선보였는데요. 몸에 딱 맞는 새빨간 수트 셋업과 신발로 우아함을 살려줬습니다. 블루마린과 페라가모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 올 레드 룩이 부담스럽다면 블랙과 함께 매치해도 좋습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마르니(Marni)는 블랙 셔츠 깃을 빼꼼 내놓아 레드의 강렬함을 살짝 눌러줬어요. 프라다는 자주 쓰이는 조합인 블랙과 레드 대신 핑크와 레드의 신선한 조합을 보여줬는데요. 둘 다 존재감이 강한 컬러지만 의외로 잘 어울려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멋스러운 코트를 툭 걸쳐주기만 해도 패션을 완성할 수 있죠. 특히 발목을 웃도는 롱 코트는 매년 등장하는 클래식한 아이템인데요. 이번 시즌에는 레드가 키 컬러인 만큼 빨간 롱 코트 역시 런웨이에 나타났습니다. 발렌티노는 ‘발렌티노 레드’라는 메종 고유의 빨간색을 만들 만큼 레드에 진심인데요. 양털과 같은 느낌을 주는 텍스처가 특징인 부클레 소재의 코트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조용한 럭셔리’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더 로우는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소재의 빨간 코트를 보여줬어요. 두 브랜드가 소재로 부드러운 레드를 표현했다면 돌체앤가바나는 빛나는 에나멜가죽이 돋보이는 트렌치코트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시선을 사로잡는 쨍한 레드 컬러로 연말을 장식해 보세요.
[산업]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을 흔들다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며 줄곧 고가를 유지하던 다이아몬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의 90%를 담당하던 드비어스가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메이커블’ 등급의 다이아몬드 가격을 최근 1년 새 40%가량 인하했다고 밝혔는데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다이아몬드의 가격 하락에는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의 영향이 큽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 다이아몬드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인공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질적·미적으로 차이가 커 선호도가 낮았는데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모두 100% 일치하면서도 천연 다이아몬드의 10~20% 수준의 가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노동력 착취에서 벗어난다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어요.

이에 유수 주얼리 브랜드들은 본격적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비어스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인 ‘라이트박스’를 론칭했으며, 스와로브스키는 국제 보석 연구소(IGI)의 인증을 받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라인 ‘갤럭시(Galaxy)’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또,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와 브라이틀링은 각각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제작한 ‘까레라 플라스마 투르비용 나노그라프’와 ‘슈퍼 크로노맷 오토매틱 38 오리진’을 출시했습니다. 심지어 판도라는 2021년 천연 다이아몬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브라이틀링은 2024년 말까지 전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전환할 것임을 밝혔어요. 마지막으로 세계 최고 명품 그룹으로 불리는 LVMH 산하의 투자회사 LVMH 럭셔리 벤처스는 지난 7월, 9000만 달러(약 1225억 원)를 이스라엘의 인조 다이아몬드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인 폴 짐니스키는 세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가 2030년 499억 달러(약 67조)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기존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은 몇몇 대형 업체가 독점하는 형태였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미국,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등 총 8개 국가에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