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를 도배하는 트렌드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강하게 사랑 받는 트렌드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에이브릴 라빈이 사랑했던 액세서리 중 하나인 ‘넥타이’다. 2020년 가을/겨울 패션쇼에 등장했고, 2022년엔 젠데이아 콜먼이 아카데미 시상식 애프터 파티에 넥타이를 스타일링해서 눈에 띄었다. 그리고 2023년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뉴 프레피 룩의 키 아이템으로 넥타이가 연이어 등장하며, ‘잇(it)’ 액세서리로 떠올랐다.

언제나 그랬듯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들의 반응이 가장 빠르다. 모델이자 유명 패션 블로거인 나탈리 림 수아레즈는 체크 수트와 검정 넥타이를 매치시킨 룩을, 스타일리스트 쟝 미쉘 콰미는 체크 무늬 넥타이와 스타일링한 수트 룩을 선보였다. 국내 스타 중엔 한소희가 블랙 넥타이를 하고 디올 행사장에 나타났으며, 손예진은 블랙 레이스 장식의 화이트 셔츠와 블랙 넥타이를 매치시키고 발렌티노 패션쇼에 참석했다. 그밖에 서현, 전소미, 아이브의 안유진, 르세라핌의 허윤진 등이 자신들의 넥타이 룩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모든 트렌드들이 유행의 사이클을 타고 돌아오듯 넥타이도 마찬가지다. 1977년 다이앤 키튼은 영화 ‘애니 홀’을 통해 베스트, 팬츠, 셔츠, 넥타이를 매치시킨 중성적인 매니시 룩(mannish look: 여성복에 남성적인 분위기나 디자인을 적용한 패션)을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 80년대와 90년대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넥타이를 액세서리로 즐겼고, 2000년대 초반엔 팝 스타 에이브릴 라빈이 넥타이를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2023년 버전의 넥타이 스타일링 아이디어는 유명 패션 하우스들의 런웨이에서도 얻을 수 있다. 발렌티노는 화이트나 블루 셔츠와 오버사이즈 재킷에 블랙 타이를 매치시켰으며, 알렉산더 맥퀸도 화이트 셔츠와 넥타이를 스타일링했다. 디올은 프랑스의 패션 아이콘인 캐서린 디올, 에디트 피아프, 줄리엣 그레코에게서 영감받은 넥타이 룩을 보여주었다. 화이트 셔츠, 폭이 넓은 와이드 팬츠, 흐르는 듯한 미디 스커트로 뉴 프레피 룩 또는 오피스 룩을 연출했다. 에르메스에서 보여진 넥타이 룩은 절제되고 매력적이었다. 가죽과 핀 스트라이프(pin stripe: 가는 수직 줄무늬) 넥타이를 같은 소재와 패턴의 셔츠와 세트로 스타일링했다. 언더커버는 셔츠, 수트, 넥타이의 선명한 컬러 대조로 가장 독특하고 대담한 넥타이룩을 선보였다.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여성과 남성 패션을 오가는 스타일)와 뉴 프레피 룩의 유행은 자연스럽게 넥타이를 트렌드의 한가운데로 되돌려 놓왔다. 이번 시즌 국내외 인플루언서와 스타들이 보여주는 스타일은 주로 화이트 셔츠와 블랙 넥타이를 매치시키는 프레피 룩이 많다. 이번 가을 새로운 패션 액세서리 또는 프레피 룩을 위한 아이템을 찾고 있다면, 넥타이가 스타일링의 치트키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