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주차_해외 금수저 셀럽들이 선택한 코디법, ‘조용한 럭셔리’
  • 더부티크팀
입력 2023.08.25 08:39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프로듀서는 대중들이 싫증을 느끼는 단계를 헤겔의 정(正)·반(反)·합(合)으로 이해했죠. 기존 트렌드(정)가 질리면 이에 대조되는 ‘반’이 등장하고, 이후에는 정과 반이 합쳐진 ‘합’이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패션계에서도 정, 반, 합의 흐름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과감한 디자인으로 자신을 표현하던 파격적인 유행에도 끝이 보입니다. 이제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소재와 분위기로 부를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가 핵심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또 치장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성에게도 적용되고 있는데요. 남성 패션·뷰티 시장이 꾸준하게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패션계는 비(非) 패션 브랜드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인지도와 신선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시끄러운 로고 패션은 가라!
‘조용한 럭셔리’가 대세
출처: 소피아 리치 인스타그램

바비 열풍에 핑크로 물들었던 패션계. 이에 대항할 신흥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인데요. 지극히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이지만 알고 보면 고가의 제품들이라 아는 사람은 알아본다고 하죠. 조용한 럭셔리라 불리는 옷들은 최고급 품질의 원단으로 만드는 건 물론 장인 정신이 깃든 제작 방식을 거쳐요.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는 소비’와도 맞닿아있습니다.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질 좋은 제품을 오래 입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죠.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조용한 럭셔리에 대한 열기는 뜨거운데요.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선 조용한 럭셔리가 385억 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소피아 리치,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출처: 인스타그램

조용한 럭셔리의 대표 아이콘은 소피아 리치입니다.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의 딸이자 배우 니콜 리치의 여동생인데요. 튀는 색상이나 화려한 장식이 아닌 뉴트럴한 색감(무채색류)과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요. 부티 나는 이름처럼 실제 재벌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부를 직접적으로 과시하기보다는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을 보여줍니다. 최근 켄달과 카일리 제너 역시 조용한 럭셔리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소피아 리치의 스타일을 베꼈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로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캐주얼한 룩을 선호하던 켄달 제너는 깔끔한 실루엣의 원피스를, 과감한 노출을 즐기던 카일리 제너는 우아한 화이트 드레스를 착용했어요.
(왼쪽부터) 더 로우,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출처: 인스타그램

조용한 럭셔리를 표방하는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어떤 브랜드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라는 우스갯소리도 떠돕니다. 로고 경쟁보다는 캐시미어, 리넨, 실크 등 프리미엄 원단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이에요.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막스마라, 더 로우, 보테가 베네타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로로피아나의 경우 신의 섬유라 불리는 비쿠냐 울을 사용하는데, 낙타과 희귀 동물인 비쿠냐의 털을 채취해 만듭니다. 옷의 질적인 완성도와 실루엣으로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죠. 올가을, 바비와 Y2K 열풍으로 옷장이 화려해졌다면 미니멀한 스타일의 조용한 럭셔리는 어떠세요?

[산업] 꼭 하버드 다녀야만 하버드 옷 입나요?
(왼쪽부터) 예일, 하버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출처: 무신사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지금 패션계는 ‘비(非) 패션 브랜드’ 론칭 전쟁 중입니다. ‘라이선스 브랜드’라고도 하는데요. 기존 브랜드의 상표명만 빌려와 국내에서 별도로 디자인, 생산, 유통 등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인식과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론칭 시 마케팅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중적인 호감도는 물론 해당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아카이빙 덕분에 패션 콘셉트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국내에서는 MLB(미국 프로 야구)를 시작으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전미 지리 학회), 코닥(카메라) 등 줄지어 라이선스 브랜드가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캠브리지, 예일, 하버드 등 각종 명문대학교를 위주로 론칭하고 있어요.
라이선스 브랜드는 특히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에게 효과적인데요. 잘파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SNS를 통해 세계적인 콘텐츠를 많이 경험한 세대예요. 그래서 명문 대학교를 비롯한 유명 해외 상표와 매우 친숙한 상태지만, 직접 경험하지는 못해 상표가 갖고 있는 역사를 신선하게 느끼죠. 라이선스 브랜드는 주요 타깃인 젊은 층 외에도 중년 세대까지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오기 때문이에요.
한편,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자주 보이는 명문대 로고를 활용한 브랜드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후드티, 반팔, 가방 등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나타내는 비슷한 상품 구성과 콘텐츠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 남자도 외모 가꾸는 시대,
패션∙뷰티계 ‘그루밍족’ 열풍
(왼쪽부터) 레오제이, 주우재, 디올 여름 2024 컬렉션 /출처: 인스타그램

파운데이션과 아이브로우, 그리고 립 틴트까지. 남성도 다채로운 메이크업을 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의미하는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인데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스타티스타(Statista)는 세계 남성 그루밍 시장이 작년 800억 달러(약 107조 960억 원)에서 2028년 1,150억 달러(약 153조 9,50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오늘날 남성성에 대한 개념 변화와 SNS 상에서 미용·뷰티에 일가견이 있는 남성 유명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뽑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루밍족들로 인해 남성 패션∙뷰티 시장이 활기를 띠었는데요. 롯데백화점은 2030 남성이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자 본점 한 층을 해외 남성 패션 전문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 결과, 남성 컨템포러리(2030세대가 즐기는 신흥 럭셔리)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 올랐어요. 올해 1~7월 남성 뷰티 매출 또한 20% 증가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루이비통, 구찌, 디올, 셀린느 등 남성 명품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명품 특화층을 마련했어요.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해외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리뉴얼하고 신흥 럭셔리 브랜드를 들여온 결과, 상반기 남성 명품관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6%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한섬은 남성 기초 화장품부터 프리미엄 향수까지 다양한 분야의 남성 뷰티 사업을 확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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