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Inside] Legendary Item ② - 토즈 고미노
고미노(Gommino)란 말랑말랑한 드라이빙 슈즈의 등장은 센세이션이었다. 신는다기 보다 감싼다고 표현하고 싶은 안락한 착용감, 발바닥의 둥근 아치를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밑창이 선사하는 해방감은 경이로웠다. 고미노를 신고 걸으면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했다. 게다가 고미노는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해서 이탈리안 스타일의 완벽한 느낌표가 되어 주었다. 1978년, 전설적인 이탈리아의 스타일 아이콘인 피아트의 창립자 고 지아니 아그넬리(Gianni Agnelli)가 최고급 카라체니(Caraceni: 밀라노의 최고급 맞춤 수트 비스포크 테일러) 수트에 고미노를 신고 등장했을 때, 이 새로운 이탈리안 드라이빙 슈즈가 레전드가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고미노는 개리 그란트, 오드리 헵번, 까뜨린느 드뇌브, 잭 니콜슨,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부터 캐네디 일가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모나코의 카롤린 공녀 등 로얄 패밀리에게 사랑받는 영원한 클래식으로 토즈의 아이콘이 됐다.

133개 고무 페블 밑창, 전설의 시작
고미노의 이야기는 토즈의 회장 디에고 델라 벨라(Diego Della Valle)의 미국 졸업 여행에서 첫 장을 연다. 그는 여행 중 뉴욕의 한 중고 매장에서 고무 페블(pebble: 둥근 조약돌 모양) 밑창의 드라이빙 슈즈 하나를 발견하고 이탈리아로 가져왔다.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드라이빙 슈즈였는데 품질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디에고는 이 낡은 드라이빙 슈즈에서 남다른 가치를 발견했다. 당시 고급 슈즈들은 모두 무겁고 뻣뻣한 가죽 밑창이 대져있었는데, 그런 신발들을 변신시키고 싶었다.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드라이빙 슈즈는 남자들이 알파로메오나 페라리의 가속 페달을 밟는 쾌감을 밀접하게 느끼기 위해 만들어졌다. 디에고는 이 운전 전용 슈즈를 차안에서 일상의 거리로 외출시키며 슈즈 밑창의 혁신을 일으켰다. 바로 가죽 밑창에 구멍을 뚫어 댄 133개의 고무 페블 밑창이다.

로얄 패밀리와 할리우드 스타들의 슈즈
133개의 고무 페블이 달린 고미노는 발을 위한 장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에고는 1년 동안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가죽과 고무의 미학적 기능적 균형을 연구했고 주변 지인들에게 시착을 시켰다. 지역 유지였던 친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1978년 고미노에 ‘JP 토즈’란 이름을 붙였다. 그 후 마법과 같은 일이 펼쳐졌다. 고미노는 수많은 미디어에 소개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토즈 브랜드를 명품 패션 하우스로 성장시켜 갔다. 1980년대 모나코 공녀 카롤린, 까드린드 드뇌브, 잭 니콜슨, 마이클 더글라스 등 로얄 패밀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고미노를 신고 있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포착됐고, 1990년대가 되며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의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세기의 패션 아이콘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일상의 데일리 룩부터 리조트 룩까지 고미노를 근사하게 매치시켜, 고미노를 패션 피플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이 되게 했다.

컬러부터 소재까지 예술적인 수공예품
고미노의 위상은 점점 높아가며 토즈는 여유롭고 우아한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됐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각각의 고미노는 열정적인 장인들을 통해 100개 이상의 다양한 생산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고무 페블 밑창과 함께 고미노는 최고급 가죽과 소재, 팬톤 컬러칩처럼 무한한 색감으로 컬렉터들의 소유욕을 일으킨다. 고미노 그 자체가 예술적인 수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40년 이상 경력의 가죽 마스터가 검열한 최상급 가죽들만 선별하여 일년 내내 60% 습도를 유지하는 가죽 저장고에 보관된다. 한 조각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희귀 가죽부터 500 여종의 가죽들을 갖추고 있다. 이 가죽들을 토즈 장인들이 하나하나 꿰매고 손질한 끝에 고미노가 완성된다.

클래식에서 영원으로 고미노의 모던한 진화
2천년대가 되며 고미노는 토즈만의 클래식 위에 현대적인 진화를 펼쳐갔다. 브랜드의 새로운 시그니처인 모노그램 더블 T가 장식되거나, 작은 반짝이 장식과 골드와 실버의 한정판이 출시된다. 2014년엔 토즈 슈즈와 관련된 삶의 순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고미노 팬 전용 웹사이트인 ‘닷츠 오브 라이프(Dots of Life)’ 와 같은 디지털 프로젝트를 펼치기도 했다. 2016년엔 페라리와 콜라보레이션한 ‘토즈 포 페라리(Tod’s for Ferrari)’가 고미노와 페라리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었다. 짙은 레드 컬러의 ‘토즈 포 페라리’는 페라리 로고가 수놓아져 있고 같은 레드 컬러의 쿠션감 있는 안창이 있어, 마치 빨간 가죽 시트의 페라리에 몸을 싣는듯한 느낌을 선사해 페라리와 토즈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원하는 모델을 선택한 후 가죽 종류, 재질, 컬러, 안감 등을 정하고 자신의 이니셜을 새기는 맞춤 서비스 ‘마이 고미노’로 고미노 팬들에게 특별한 소장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