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6일, 가장 섬세하고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패션의 예술, 2023년 가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 파리에서 열렸다. 샤넬의 꾸뛰르 쇼는 센강을 따라 세워진 돌길 위에서 진행됐고, 디올은 로댕 미술관(Musée Rodin)의 정원을 여신들의 정원으로 뒤바꾸었다. 처음 오뜨 꾸뛰르에 참여한 톰 브라운은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를 점령해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웅장한 회색 수트의 컬렉션들로 꾸뛰르 세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패션 하우스들의 꾸뛰르 컬렉션은 고급 아뜰리에 최고 장인들이 이뤄내는 초절정의 아트 크래프트이다. 꾸뛰르의 고객들은 맞춤 제작으로 단 하나뿐인 예술적 패션을 소장하여 자신의 드레스 룸에 걸어두길 원하며, 꾸뛰르 패션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는 디자이너들의 무한한 창의성을 눈에 담는 특급 경험이 된다. 2023년 가을 오뜨 꾸뛰르에서 올려진 예술적 작품들의 트렌드 도슨트를 따라가 본다.
3D 플라워가 피어난 드레스의 정원
2023년 가을 오뜨 꾸뛰르의 정원에는 변함없이 꽃들이 만개했다. 아르마니 프리베, 샤넬, 잠바티스타 발리 등에 플라워 자수와 프린트들이 꽃봉오리를 펼쳤는데, 이번 시즌 플라워 트렌드를 특별하게 한 건 입체적 3D 플라워 장식이다. 지난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 영어로 Ready-to-wear이며 기성복을 의미)에서도 입체적인 3D 플라워는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였는데, 꾸뛰르 컬렉션에서 3D 플라워는 옷감이란 캔버스의 예술 작품이 됐다.
여전사들의 드라마틱 드레스 수트
마치 여전사들의 아머(armor: 갑옷)처럼 보이는 꾸뛰르 드레스들이 컬렉션 전반에 등장했다. 갑옷 안의 철망 수트를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로 변화시킨 장 폴 고티에, 현대의 잔다르크를 보는 듯한 알렉산드로 보티에의 드레스들이 인상적이다. 발렌시아가는 잔다르크에게 영감 받은 드레스들로 창의적인 고딕 중세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마치 SF와 판타지가 크로스오버된 영화를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했다.
영화 듄의 서사적 드레스 코드
아직 개봉 전인 드니 빌뇌브 감독의 두 번째 ‘듄(Dune)’ 영화 예고편이 오뜨 꾸뛰르의 런웨이에서 프리미어되는 듯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영화 속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이 무한한 창의력의 날개를 펴준 듯했다. 미래적이고 부드럽게 흐르는 드레스와 화려하게 드레이프(drape: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주름)된 후드 스타일은 스키아파렐리에서부터 디올, 이리스 반 헤르펜까지 주요 런웨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듄’의 서사적 미학이 빛나는 드레스들의 행진이었다.
망토와 드레스의 매혹적인 앙상블
고전 영화 속 여주인공들의 긴 망토를 어깨에 걸친 드레스 룩은 많은 여성들의 판타지가 되곤 했다. 파티장에 도착해 벗은 망토를 에스코트한 남자 주인공이 젠틀한 제스처를 취하며 받아주고, 여배우의 매끈한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장면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이번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선 샤넬, 디올, 톰 브라운 같은 디자이너들이 고혹적인 모던 버전의 망토와 드레스 앙상블을 선보였다. 특별한 주목이 필요한 파티나 이벤트라면 이 망토 룩이 수많은 드레스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