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특별 자선 경매에 나온 아티카퓌신 컬렉션 22점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작품이 명품 가방 위에 새겨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트피스로 소장 된다면? 예를 들어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묘법(描法)’이 루이 비통 가방에 그려진다면? 작년 박서보 화백이 참여해 화제가 됐던 루이 비통의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컬렉션 22점이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소더비에서 온라인 특별 자선 경매에 올려진다.
카퓌신(Capucines) 백은 1854년 루이 비통이 첫 매장을 연 파리의 ‘뇌브 데 카퓌신 거리(Rue Neuve-des-Capucines)’의 이름에서 탄생했다. 카퓌신 백은 2013년 출시된 이래 루이 비통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 라인으로 홈페이지에서 따로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상징성을 지닌다. 프랑스 영부인 마크롱 여사가 공식 석상마다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카퓌신 백을 들고 나와 ‘마크롱 여사 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유럽 로열 패밀리들이 사랑하는 백으로도 유명하다. 루이 비통은 2019년부터 세계적인 미술가와 협업한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내로라 하는 현대 미술가들에게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인 카퓌신 백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그리게 한 것이다. 이는 약 100년 전부터 루이 비통 창립자의 손자인 ‘가스통 루이 비통(Gaston-Louis Vuitton)’이 예술가들에게 루이 비통 매장들의 쇼윈도와 미술품 전시를 의뢰한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번 특별 자선 경매 행사에 선보이는 아티카퓌신 22점은 박서보 화백을 비롯해 우르스 피셔(Urs Fischer),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과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독창성과 루이 비통 장인정신의 만남이 빚어낸 예술적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박서보 화백의 아티카퓌신은 작가의 대표 연작 ‘묘법’ 중 2016년 작을 기반으로 디자인됐다. 둘째 아들이 세 살 때 초등학생 형의 국어 공책 칸 안에 글씨를 써 넣으려 썼다 지웠다를 반복적으로 연필로 내갈기는 모습을 보고 탄생한 ‘묘법’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현대 미술사에 기념비적인 연작이 됐다. 흑백만을 고집해오던 박서보 화백은 최근에 흑백을 초월하는 깊이 있는 색채 세계를 펼쳐왔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압구정동과 청담동 명품 부티크를 찾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쓰는 색채를 확인하고 검증해왔다고 말했다.

박서보 화백만의 독특한 ‘묘법’ 질감과 붉은 색채를 카퓌신 백의 가죽 표면에 고스란히 담아낸 과정 자체가 예술이다. 보드라운 카프스킨(calfskin: 부드러운 질감과 고급스러운 광택을 지닌 고가의 송아지 가죽)에 고도의 3D 고무 사출(가공된 틀에 액체 상태의 재료를 주입해 모양을 뜨는 정교한 공법) 작업으로 섬세하게 붓질 효과를 표현해냈다. 또한 엄선된 밝은 레드와 버건디 색감의 가죽에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고색미 넘치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손잡이는 메탈 프레임과 호두나무 소재를 사용했고, LV 로고는 깊은 버건디 색감과 어울리는 가죽 상감 장식을 더했다. 마치 박서보 화백의 작품이 담긴 캔버스 그 자체를 가공하여 카퓌신 백 형태로 리폼(reform) 했다고 여겨질 만큼 경이로운 작품이다.
소더비 경매에 올려지는 아티카퓌신 22점 가방의 플랩 하단에는 작가의 사인이 담겨 있다. 각각의 백은 또 작가의 사인이 더해진 모노그램 루이 비통 부아뜨 샤포(Louis Vuitton Boie Chapeau: 동그란 원형 형태의 루이 비통 백 시리즈)에 담겨진다. 루이 비통과 소더비의 아티카퓌신 자선 경매 행사는 온라인 공매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익금은 해당 아티스트가 직접 선정한 자선 단체 또는 비영리단체에 전달된다. 박서보 화백이 함께한 ‘아티카퓌신’ 수익금은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루이 비통은 아티카퓌신 백 22점을 7월 1일부터 5일까지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Rue du Faubourg Saint-Honore)에 위치한 소더비 파리 지부에서 공개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