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은 명품 브랜드들에게도 기업 미래를 결정짓는 경영 네비게이션이 됐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투자가치를 판단하는 비재무적 지표다. 예전에는 영업이익, 부채, 자산 등 재무적 요소를 우선시했지만, 이제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비재무적인 요소가 기업의 미래를 평가하는 가치 지표가 됐다. 곧 ESG경영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책임 있고 신뢰 받는 기업으로 경영해가는 것이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명품 브랜드에게 ESG는 숙명이 됐다. 가죽과 모피 등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동물에게 얻은 재료, 수공예 작업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섬유 생산에서 발생되는 환경 오염, 소비와 사치를 둘러싼 이슈 등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품 패션하우스들 중에서 ESG 리스크 관리 1위로 손꼽히는 브랜드는 에르메스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의 전 세계적 보호를 위한 워싱턴 협약(CITES)을 지키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환경 보호를 위한 지속가능 전략을 통해 ESG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로부터 시작되는 환경보호

따뜻한 웜 오렌지(warm orange) 컬러의 포장용 박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빛나는 메종의 상징이 됐다. 1942년,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크림 컬러의 포장 박스가 부족해지며 당시 공급 업체는 남아 있던 오렌지 컬러로 급하게 박스를 제작하게 된다. 크림 컬러가 부족해 긴급 공급된 컬러였지만, 이 대체 컬러는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명품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컬러가 된다. 팬톤 컬러 팔레트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오직 에르메스만의 오렌지 컬러로 수집가들은 컬러의 깊이감이나 질감, 로고, 가장자리의 선과 디테일 등을 통해 박스를 구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따뜻한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 안에는 에르메스의 ESG 기본 정신이 담겨 있다. 친환경 원료와 비오염성 수성 잉크로 프린트 되며, 박스 소재는 100% 재활용 소재다. 또한 오렌지 박스와 종이 가방 안에 사용하는 티슈 페이퍼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숲에서 얻은 원료로 만들어지며, 국제 산림 관리 협회의 FSC(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 산림 및 목재와 종이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으로 지속가능한 관리 기준을 세워 잘 부합하는 대상에게 부여한다) 인증을 획득했다.

그 외에 에르메스는 수자원과 에너지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새로운 생산 시설을 설립해가며 제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 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가고 있다. 특히 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에르메스 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적극 추진해가고 있다. 동물 복지 협회(FAWC: Farm Animal Welfare Council), 세계야생생물기금(WWF: World Wildlife Fund),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합 협회(RSPCA UK: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국제 악어 농장주 협회(ICFA: International Crocodilian Farmers Association)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적 전문성을 갖춘 단체들과 협력하여, 기관들이 지지하는 방식을 실천해가고 있다.
장인 기업 에르메스가 세상에 남기는 발자국


에르메스의 지속 가능성 활동의 행보는 ‘풋스텝 어크로스 더 월드(Footsteps across the world)’ 컬렉션을 통해 빛을 발한다. 1837년 설립된 가족 경영 기반의 독립적인 장인 기업 에르메스 다운 사회공헌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장인들의 전통 수공예 기술의 보존과 전수를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 전통문화의 보존과 후원을 위해 설립된 아름지기 재단과 함께 서울에 위치한 고궁들의 내부 집기를 재현해냈다. 전통 수공예 대가인 박명배 소목장, 손대현 칠장, 박문열 두석장, 박성규 칠피장이 철저한 고증에 따라 조선 왕조의 섬세한 공예품을 부활시켰다. 이 복원 사업은 2015년부터 에르메스가 한국의 문화재청과 함께 기획하고 후원해온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단계로 장인정신과 기술 전수를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에르메스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알베라 롱드르 상을 수상한 영화 및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데릭 라퐁(Frédéric Laffont)이 에르메스 메종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남기고자 하는 보존과 전수의 발자국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또한 에르메스는 국내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최초의 명품 패션 브랜드이기도 하다. 에르메스 재단은 2000년부터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계를 후원해왔다. 국내외 미술계 인사 4인의 심사위원단이 1차 서류 심사와 2차 심층 인터뷰 심사를 통해 최종 1인을 선정하는데, 수장자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갖게 된다. 또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재단 지원으로 연 3-4회의 기획 전시를 통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땀한땀 미래를 만들어가는 에르메스의 지속 가능성

에르메스의 지속 가능성 경영은 한땀한땀 최고의 수공예로 명품을 만들어가듯 기획되고 실행되어 가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제품만을 제작하고 자원 순환의 원칙을 생산 과정에 통합하고 혁신적인 대체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지속 가능한 오브제, 직원 누구나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고 재교육을 통한 인사 이동을 장려하며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고용, 파트너들과 공동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하며 모든 공급 채널에 제3자 인증 제도의 도입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한 협업 등 에르메스 기업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한 스텝씩 전진하며 발전시켜가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에르메스를 세계 1위 명품의 신뢰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대대적인 블록버스터급의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도 에르메스가 여전히 최상위 럭셔리 패션 하우스이며 신뢰받는 것은 에르메스의 앞선 ESG 경영 때문이라 평가 받는다.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