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길들이고 함께 즐긴다”
입력 2023.04.21 10:21

2023 워치스 앤드 원더스에서
다시 확인한
에르메스

당신이 시계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확성에 방점을 둘 수도 있고, 단번에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묻는 건,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는 도구로 시계처럼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몸에 항상 지닐 수 있기에 그만큼 친밀한, 자신의 내밀한 자아라고나 할까. 소맷단 위로 살짝살짝 시계의 얼굴(다이얼)이 드러나는 순간, 그 사람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읽게 한다. 그런 점에서 에르메스가 말하는 이 문장은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다. “에르메스는 시간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길들이고 함께 즐긴다.” 무(無)에서부터 무한대 (8을 가로로 눕혔을 때의 모습)에 착안한 에르메스 H08 시리즈, 태양계를 몽환적으로 재해석한 ‘아쏘 쁘띠 룬’, 힘찬 말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까지 시간의 신비와 깊이를 담으려는 철학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3 워치스 앤드 원더스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에르메스 H08 크로노그래프. 다양한 층으로 이뤄진 합성 물질 블록을 깎아내 제작한 에르메스 H08 크로노그래프의 쿠션 형태 케이스는 견고함과 동시에 가벼운 착용감을 선사한다. /에르메스 제공
아티스트 클레멍 비에이유가 시간을 재해석한 2023 워치스 앤드 원더스 에르메스 시노그래피(무대장치).
◇가독성에 정확성까지…에르메스 H08 크로노그래프
에르메스 시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이 2021년 디자인한 H08. 광물성 텍스처, 깊은 색감, 컬러풀한 터치, 정돈된 기하학적 라인이 공존한다. 새롭게 선보인 크로노그래프 버전의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케이스는 다양한 층으로 이뤄진 합성 물질 블록을 깎아내 제작한 독특한 모습을 자아낸다. 이 고성능 소재는 탄소 섬유, 열경화성 에폭시 수지, 그래핀 분말로 구성된다.
새틴 피니싱과 폴리싱 처리한 티타늄 베젤은 텍스처감이 느껴지는 미들 케이스 위에서 대비를 만들어내고, 3시 방향의 블랙 PVD 코팅된 크라운은 가장자리를 오렌지 컬러로 처리한 모노푸셔를 통합하고 있다. 두 개의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와 쿠션 형태 날짜가 생기를 불어넣고, 블랙 핸즈와 빛을 발하는 아플리케 숫자, 아워 마커가 이를 더욱 강조한다. 오렌지 컬러 터치는 전반적으로 통일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을 높인다. 동력은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탑재한 에르메스 H1837 기계식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가 공급한다. 이 모델에는 에르메스 특유의 짜임을 연상시키는 구조가 특징인 오렌지 러버 스트랩을 매치했다.
에르메스 H08의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소재는 알루미늄 처리한 유리 섬유 , 슬레이트 분말로 이뤄 져 있다 . 이 천연 색소가 은은한 실버 반영을 만들어내고 , 덕분에 블랙 세라믹 베젤과 크라운이 돋보인다. 옐로, 그린 , 블루 혹은 오렌지 컬러 터치가 명료한 디스플레이를 강조한다. /에르메스 제공
◇기분까지 밝아지는…H08 컬러풀 베리에이션
올해 에르메스 H08은 색상만으로도 기분을 변화시킨다. 블랙 핸즈와 빛을 발하는 아플리케 숫자를 올린, 섬세하게 피니싱 처리한 콘크리트 그레이 다이얼의 입체감을 강조하는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이 돋보인다. 시계 글라스의 실(seal), 미닛 트랙, 바니싱 처리한 초침 위 옐로, 그린, 블루 혹은 오렌지 컬러 터치가 명료한 디스플레이를 강조한다. 에르메스 H1837 기계식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1. 어벤추린, 마더오브펄, 아라고나이트, 오팔로 빚어낸 우주 속 세계가 장인의 정교한 작업을 통해 부조 효과와 입체 효과를 만들어는 아쏘 쁘띠 룬. 2. 말의 신성한 질주를 담아낸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각 24피스 한정이다. /에르메스 제공
◇달을 그대 품안에…아쏘 쁘띠 룬
아쏘 시계는 1978년 앙리 도리니의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했다. 70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라운드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마구인 등자 모양의 러그를 더했다. 다이아몬드 후광에 둘러싸인 어벤추린, 마더오브펄, 아라고나이트, 오팔로 빚어낸 우주 속 세계가 소재와 텍스처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동시에 머나먼 행성을 떠올리게 한다. 에르메스의 매뉴팩처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H1837를 탑재했다.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제작되는 블루 사파이어 악어 가죽 스트랩이 시계의 완벽한 미학을 더한다.
◇이것이 레전드다…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각진 러그를 갖춘 라운드 케이스가 질주하는 말의 실루엣을 스터드로 완성한 에나멜 화이트 골드 다이얼을 감싸고 있다. 금박에서 잘라낸 작은 모티브인 빠이용(paillons)을 겹겹의 에나멜 사이에 삽입해 완성하는 빠이요네 에나멜 기법을 이용해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장인은 손으로 에나멜링하고 폴리싱 처리한 골드 표면에 레이저를 이용해 아주 작은 구멍을 깎아낸다. 그리고 1678개의 로즈 골드, 혹은 블루 비즈를 하나하나 그 틈에 넣은 후 에나멜에 고정시키기 위해 오븐에서 굽는다. 울트라 씬 에르메스 H1950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지름 39.5mm의 라운드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담긴다. 모두 24피스 리미티드 에디션. /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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