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지배할 트렌드 중에서도 순간 심장박동 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건, ‘시스루 룩(see-through look: 비치는 소재를 사용해 피부나 속옷을 드러나게 하는 패션)’이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주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 시스루 의상들의 끝없는 릴레이가 펼쳐졌다. 샤넬은 섬세한 튤(tulle: 드레스에 많이 사용되는 견, 면, 인조 섬유를 기계 편직하여 그물처럼 만든 소재) 소재의 시스루 롱 스커트와 드레스들을 선보였고, 버버리는 란제리와 조합된 시스루 드레스를 오버사이즈 재킷과 스타일링 했다. 미우미우는 브라톱과 숏팬츠가 드러나는 시스루 톱과 스커트의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스루는 2023년 전체를 관통하는 유행이다. 2023년 가을, 겨울 시즌까지 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시스루 룩은 피부나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찔한 스타일이라 셀레브리티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전유물과 같이 여겨져 왔다. 지난 아카데미상 영화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는 베르사체의 대담한 블랙 시스루의 코르셋 드레스를, 출산을 앞둔 리한나는 만삭의 배가 드러나는 알라이아의 블랙 시스루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영국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에 참석한 한소희도 속이 비치는 림아크라의 그린 시스루 드레스로 이슈를 일으켰다. 최근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한 2023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에서도 단연 시스루가 ‘페스티벌 룩’으로 돋보였다. 뮤직 페스티벌의 달이라 불리는 4월이 되면,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과 아티스트들의 ‘페스티벌 룩’이 함께 주목 받는다. 블랙핑크는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한 의상을 입었는데, 핑크빛 시스루 소재와 블랙 란제리 룩이 믹스된 스타일로 블랙핑크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로살리아는 블랙 가죽 팬츠와 브라톱에 연한 핑크 시스루 셔츠 원피스를 걸쳐 입었다. 또한 카일리 제너, 레오니 한느 등 수많은 셀레브리티들이 시스루 룩을 이번 시즌의 페스티벌 룩으로 선택했다.
이번 봄-여름 시즌, 시스루 룩을 국내 패션 스트리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될까? 한없이 매혹적이고 세계적인 트렌드임엔 틀림 없지만, 국내에선 시스루의 수위 조절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롭기 어렵다. 소매와 목 주변 정도만 시스루 소재로 만들어진 의상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짧은 상의와 팬츠 또는 스커트를 입은 후, 그 위에 시스루 소재 셔츠, 블라우스나 재킷을 레이어링해 입는 것도 시스루 룩에 대한 기품있는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