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과 예술성, 두 가지 모두 절정을 이루는 브랜드 메종 까르띠에
재능이 뛰어난 이를 두고 흔히 ‘다재다능’ ‘팔방미인’이란 수식어를 쓰곤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뭐든 잘한다는 건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다 잘해내기엔 깨부숴야할 벽이 너무 많다. 때문에 초월적 주체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뿐인가. 현대 사회에서 지혜롭게 살아남는 미덕은 균형감이다. 작업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삶과 일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성공했다’고 마냥 추앙하지는 않을 태세다.
그런데 그 뛰어난 개개인들이 모여 집단 지성으로 디자인을 창출해내고, 장인 정신으로 구현하며, 170여년간 집적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낸다면 어떨까. 말하자면 매년 올림픽 경기를 치르듯, 각 분야의 국가대표 ‘선수’급 인재가 모여 최고조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다. 리듬 체조나 우아함과 예술성, 기계 체조의 힘과 정확성을 겸비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좀 더 쉽게 말해 창의적인 안무와 매번 진화하는 기술력, 유연함, 예술적 기교 모두를 갖춘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서 느끼는 우월적인 감동과 타고난 근력과 순발력, 민첩성, 테크닉과 정확성까지 갖춘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기록을 경신할 때 느끼는 짜릿함을 동시에 지닌 이가 있다면, 거기에다 인간적인 스토리까지 지녔다면?
기술력과 예술성 부분에서 각각 자석의 양극단을 차지하는 듯 보이는 시계·보석 분야에서 완벽한 균형감을 이루며 두 가지 모두 절정을 이루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프랑스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메종 까르띠에(Cartier)다. 1847년 프랑수아 루이 까르띠에가 자신의 이름을 따 보석 아틀리에를 세운 뒤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이란 찬사를 받은 이 브랜드는 창립자의 손자인 루이 까르띠에가 1904년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를 만들며 시계 역사도 바꾸어 버린다. 루이 까르띠에의 친구인 비행사인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이 비행 중 당시 거의 유일한 시계였던 회중시계를 보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을 귀담아 손목에 고정하게 된 것이다. 불편함이 세상을 바꾸는 발견이 되는 현상, 21세기 스타트업계에서 유행하던 ‘디스럽트(파괴적 혁신)’의 순간이었다.
까르띠에는 전통적으로 시간을 선형적이기보다는 순환하는 것으로 표현해왔다. 시계에서 무브먼트는 부품이란 뜻이지만, 무브먼트 자체는 또 움직임이란 뜻도 지닌다. 시간이 흘러가는 현상이 그 모든 부품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니, 시(詩)적 용어를 과학적으로 대체한 듯하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적인 시계박람회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 참가한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의 인터내셔널 대표 & CEO 역시 ‘더부티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비슷한 수사(修辭)를 사용했다.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이번에 나온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신제품인 산토스-뒤몽 스켈레톤을 설명하면서 “하늘 위, 더 나아가 자유를 추구한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의 꿈은 일종의 시(詩)가 됐고, 이는 산토스 뒤몽이 직접 제작한 비행기 형태를 한 마이크로 로터가 특징으로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시계로 우아하면서도 위트넘치게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까르띠에의 시그니처, 스켈레톤 워치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켈레톤 워치는 조각적인 프레임 안에 떠 있는 듯 보이는 무브먼트의 완벽한 균형미를 담고 있다. 스켈레톤으로 봤을때, 이제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산토스 뒤몽 워치의 얇고 정제된 형태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까르띠에 매뉴팩처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
올해 까르띠에는 새로 개발한 9629 MC 오토매틱 스켈레톤 칼리버로 시계 마니아를 들썩였다. 1904년 오리지널 모델의 우아함을 보존하면서 유산을 발전시켜 나갔다. 골드 혹은 스틸 케이스와 함께 존재감 있는 스크루, 비즈 크라운과 블루 카보숑으로 2019년 재해석한 산토스 뒤몽 워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다.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에게 경의를 표하는 구조적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혁신적일 뿐 아니라 스토리가 담긴 이 무브먼트에는 기능적인 로터를 축소해 넣었다. 1907년 산토스-뒤몽이 디자인한 것으로 시대를 앞서 나간 비행기 드모아젤(Demoiselle)을 본 뜬 형태가 특징이다. 마치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 상징이 됐다.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러한 미학적, 기술적 특징은 그의 업적에 비견할 만하다. 그는 22대 이상의 비행 기계를 디자인하고, 많은 발명에 대한 특허를 보유했으며, 실험적인 비행에서 매번 목숨을 건 도전을 감행할 정도로 항상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한 인물이었다. 라쇼드퐁의 까르띠에 매뉴팩처 또한 21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새로운 마이크로-로터 칼리버를 개발하는데 2년여의 시간을 투자했다.
핑크 골드와 스틸 소재로 제작한 산토스 뒤몽 스켈레톤 워치는 옐로우 골드와 네이비 래커 버전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한층 세련된 매력을 보여준다. 모든 디테일, 베젤, 케이스를 래커 처리한 것이 특징으로 특히 스켈레톤 브리지에는 수작업으로 더욱 정교하게 래커를 입혔다. 이 외에도 뚜르비옹,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스켈레톤 포켓 워치, 바케트컷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산토스 드 까르띠에 그리고 그레이 래커 브리지로 미학적 아름다움을 드러낸 파샤 드 까르띠에가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메이킹의 특별함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