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퍼렐 윌리엄스… 패션계를 또 뒤집어 놓다
입력 2023.03.10 09:53 | 수정 2023.04.12 10:51

전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었다. /루이 비통
이렇게도 화제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달 중순 발표된 루이 비통의 새로운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선임에 대해서다. 건축 전공자로 음악 DJ, 스타일리스트, 스타트업 창업자, 디자이너 등 ‘천재 위의 천재’로 불리며 루이 비통 남성 부분을 이끌던 버질 아블로가 지난 2021년 암과 싸우다 41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 뒤였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났지만, 버질 아블로가 마치 패션이란 장르를 새롭게 건축하듯 차곡 차곡 그려왔던 설계도로 컬렉션을 이어오며 마치 여전히 그가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공백을 거의 느끼지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그를 추억하고 기념하는 컬렉션이 더욱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서 버질 아블로의 친구이자 가수인 퍼렐 윌리엄스가 메종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소식은 패션계를 다시 뒤집어 놓았다. 루이 비통은 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한 이유를 밝히며 “퍼렐 윌리엄스는 음악과 패션,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세계를 확장한 개척자적 인물로,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면서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선보여온 그의 독창적인 행보는 혁신과 선구자적 가치관, 기업가 정신의 가치를 강조해 온 루이 비통과 닮아 있다”고 밝혔다. 루이 비통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2004년과 2008년 진행되었던 협업에 이어, 새로운 남성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루이 비통과 함께하는 퍼렐 윌리엄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패션을 넘어서는 그의 창의적 비전과 함께 루이 비통의 새로운 챕터를 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의 선임 이후 보그 비즈니스는 예술가들의 입을 빌어 “직업적으로, 개인적으로, 창의적으로, 예술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글이 올랐다고 전했다. 루이 비통 주가 선임 발표 당일 2.6%나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퍼렐은 이미 샤넬과 협업하며 화제를 올린 바 있다. 남성복을 만들지 않는 샤넬이 퍼렐과 협업하며 남녀 공용 의상을 내놓았고, 후드 티셔츠 하나에 수백 만원을 호가해도 시중에 내놓기도 전에 예약 판매로 매진되기도 했다. 21세기 판 ‘팝컬처’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는 동시에 ‘디자인’의 정통성을 밟았던 이들에겐 물음표를 던져주기도 한다. 해외 패션지들은 패션 칼럼니스트나 해외 유명 편집샵 컬렉터의 입을 빌어 “팔로워 수가 높고, 화제가 되면 디자인의 기본을 배우지 않아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직업적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이 흥하던 시기, 외부인을 수혈해 새로운 시각을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를 비롯해 현재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패션에 남다른 철학이 있는 이들이었다.
장인 정신을 내세우냐, 팔리는 것을 만들어야 하느냐로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팔리지 않으면 옷이 아니라는 가혹한 말도 돌아다녔다. 이젠 옷을 넘어 옷 위에 명성을 얹어 파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진정성이 사라졌느냐 따지기도 어려운 일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전략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통찰력있는 이들이 대중 스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향성은 패션 하우스가 정해주는 게 아니다. 소비자에게 달렸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한, 그것도 한 때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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