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향한 적극적 실천… ‘수선’ 통해 전달되는 가치
루이 비통 LOUIS VUITTON 세기를 넘어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여정
지난 2019년 파리 패션 위크에 참석했을 때다. 지금은 탄소중립 같은 지속가능환경 문제가 모든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몇몇 환경운동가와 실리콘밸리 사업가가 주도하는 ‘시대정신’ 같은 분위기였다. 특히 희소성과 배타주의를 앞세운 럭셔리 패션업계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프랑스의 르 몽드를 비롯한 유럽 유력 매체 기자들 수백명이 한꺼번에 콘퍼런스 장에 몰려드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진두지휘 아래 탄소배출을 줄이고 동물복지권을 존중하는 등의 ‘라이프 프로그램’을 직접 발표하러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해당 컨퍼런스에 초청돼 아르노 회장의 열정적인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르노 회장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펀드를 결성해 탄소 줄이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가죽 제품 등을 제작할 때 동물 복지권을 최대로 살리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에 대해 추적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를 책임지던 현 LVMH 패션그룹 회장이자 아르노 회장의 맏아들인 앙트완 아르노는 “약속(pact)보다 행동(act)으로 보여주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시절이라, 아르노 회장과 그의 아들을 비롯해 지속가능과 친환경에 앞장서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등이 등장해 ‘지속가능성’을 부르짖는 것에 대해 몇몇 매체들은 의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Z세대를 중심으로 단지 브랜드의 명성을 넘어 그 제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가치’가 중요시되는 걸 럭셔리 업계가 오히려 빠르게 읽었다는 평가가 일었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적극적 실천, 국제 자연 보전을 위한 파트너십 체결
지난 1854년 트렁크 제작을 통해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루이 비통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도 상당했다. 브랜드 헤리티지인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로 선보이는 동시에, 장인 정신 및 여행 예술의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비전을 뒀기 때문이다.
루이 비통은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제품의 모든 생애 주기에 친환경적 공정을 적용해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있으며, 제3기관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회 및 환경적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일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최근 비영리 야생동물보호단체인 피플 포 와일드라이프(PFW)와 국제 자연보전을 위한 5개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지속가능성을 향한 보다 적극적인 실천에 나섰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루이 비통과 PFW는 면적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케이프 요크 반도 내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증진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 계획을 지원할 예정이다. 파트너십은 2030년까지 5백만 헥타르의 동식물 서식지를 복원하고자 하는 LVMH 그룹의 목표를 비롯해, 2023년까지 전 세계 땅과 바다 30% 보전을 목표로 세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 내용과도 부합한다.
◇'지속성’이 지속가능성의 핵심… ‘수선’을 통해 전달되는 가치
10년 전쯤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비통의 5대손인 파트리크 루이비통을 인터뷰하러 갔을때다. 루이비통이란 브랜드가 LVMH에 속해있지만 루이 비통 가문 일가들은 여전히 장인 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당시 파트리크 역시 최고급 주문형 트렁크를 만드는 ‘장인 중의 장인’이었다. 그가 강조한 건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 일일이 손으로 못을 박고 고치고, 또 과거의 가죽과 똑 같은 것을 보관했다가 수정하는 등 ‘대를 이어 쓸 수 있는 제품’을 구현하려는데 집중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루이 비통은 유구한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높은 내구성에 집중해 ‘수선’을 통해서도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 중이다. 루이 비통의 첫 공식 수선 기록은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날에도 매년 60만 건의 수선을 진행하고 있다. 루이 비통의 수선 공방은 전 세계 12곳. 수선을 위한 장인 및 전문가 1200명이 고품질의 소재와 탁월한 노하우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노력 하고 있다. 특히,수선 제품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의 거주지 근거리에서 수선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수선 작업의 98%가 고객 거주지 근거리에서 진행된다.

또 루이 비통은 2025년까지 제품 생산 및 보관에 사용되는 모든 원재료를 100%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고,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률을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패션쇼와 전시, 쇼윈도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제품도 재사용 및 재활용한다. 실제로, 현재 패션쇼 등 루이 비통 행사에 사용되는 자재의 93%가 재사용 및 재활용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루이 비통의 2023 봄-여름 남성 패션쇼 세트 구성 요소들은 생태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지속가능하게 관리되는 산림에서 공급한 재료로 제작됐으며, 쇼 장식 및 집기 등은 현지 파트너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재사용 및 재활용됐다.

◇예술 활동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사회 가치 환원도
최근 파리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지난 2일(현지시각) 대강당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을 선보였다. 임윤찬은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이번 오디토리움은 ‘음악의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주제로 기획됐다. 루이 비통은 2014년 10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개관한 이래 차세대 유망주들과 함께하는 뉴 제너레이션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꾸준히 기획해오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지난 2017년 함께한 바 있다.
루이 비통은 재단 미술관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도 문화 예술을 함께 향유해오고 있다. 이는 소장품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재단의 목표를 반영한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는 2019년 개관전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를 선보인 이후 게르하르트 리히터, 앤디 워홀 전시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알렉스 카츠 전시를 모두 무료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