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아미AMI

지난 1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소실과 복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광화문을 배경으로 검은 바닥의 런웨이가 펼쳐졌다. 화이트 슈트 차림의 세계적인 톱모델 신현지에게 조명이 쏟아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2023 봄여름 쇼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하트 로고로 특히 잘 알려진 아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렉산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탄생한 브랜드. 또 프랑스어로 친구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미는 복고적인 감각의 풍성한 재킷, 유연한 가죽의 다양한 등장, 목에 짧게 둘러 시선을 사로 잡은 스카프 등으로 정장과 캐주얼을 아우르는 실루엣을 선보였다. 또 화이트, 레드, 네이비 등으로 이어지는 색감은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한 듯했다. 디올 옴므, 마크 제이콥스, 지방시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인 마티우시의 세련된 재단 감각도 엿볼 수 있었다.
아미는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전면 복귀한 서울패션위크와 협업해 무대를 선보였다. 아미가 국내에서 쇼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 아미의 쇼를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가 한국을 찾았고, 신현지 박태민 등 스타 모델도 대거 런웨이를 장식했다. 거리 캐스팅을 통해 무대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아미의 한국 성장은 눈부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9월말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 9월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전세계 최대 규모로 431.33㎡(약 130평) 크기의 총 4개층으로 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쇼에 앞서 매체 앞에 나선 마티우시 CD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시간들, 느낌과 경험을 옷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5년 전 탄생한 아미의 하트 로고는 편지나 엽서를 쓸 때 그의 이름 첫 글자에 하트를 얹어 표현했던 것에 착안했다. 마티우시는 “로고를 단 의상을 선보인 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접했고, 로고를 지속하게 됐다”면서 “로고 제품과 로고가 없는 제품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말했다. 고급 브랜드에서 일했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를 만든 것도 친구들과 함께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접근성을 확대한 것이다.
아미는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단지 패션 디자이너로 기억되기 보다는 가족과 동료,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탄생하고, 유지되고,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그의 한 문장 속에 녹아있었다. “호기심과 따뜻함이 가득한 열린 자세로 친구들과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것이 인생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