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세 파우더로 피부가 빛나는 시간, 단 1분
입력 2022.10.28 10:10

시슬리 Sisley 아시아 태평양 매니징 디렉터 니콜라스 체스니어 인터뷰

“1분이면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대개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즉석 식품 조리 문구이거나 혹은 그게 무엇이 됐든 과대 혹은 과장 광고이거나. 하지만 이젠 속도와 경쟁한다. 상대방을 사로 잡는데 “10분이면 된다”며 가수 이효리가 농염하면서도 자신만만한 태도로 ‘저스트 텐 미닛’을 읊은 게 이미 20년전 이다. 10분도 짧은 것 같았건만, 요즘엔 “3초면 된다”고들 한다. 즉석 데이팅 앱을 통해 상대의 사진과 프로필을 손가락 하나로 휙휙 넘기며 ‘좋아요’를 평가하는데 1초면 충분하고, 서로 ‘찍은’ 상대를 대면했을 때 호감도가 3초 안에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해야할 것은 많고,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한 것 같은 시대의 단면이다.
프랑스 고급 화장품 시슬리의 신제품 엑스폴리에이팅 엔자임 마스크. 미세한 흰색 파우더 제형의 제품으로 물에 닿으면 진한 크림으로 변한다. /시슬리 제공.
다시 회로를 돌려 ‘1분’이란 단어를 되살려보자. 프랑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 ‘엑스폴리에이팅 엔자임 마스크’를 소개하며 내세운 문구가 바로 ‘1분’이다. 제품 이름에서 보듯, 각질 제거(exfoliating)를 하는 효소(enzyme)로 된 마스크다. 각질 과일 효소를 함유한 시슬리의 첫 번째 스킨 케어 제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스크팩이라면 얼굴을 덮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1분이라고 설명하니 갸웃해진다. 거기에 단 1분으로 먼지 같은 각종 피부 오염 물질을 씻어내고, 각질을 제거하고, 촉촉하게 보호막을 씌워주고 얼굴빛까지 환하게 한다니, 덥석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하지만 ‘3초면 상대를 꿰뚫는다는’ 5G 시대에 기술도 당연 진보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시슬리 화장품 아시아 태평양 대표 니콜라스 체스니어에게 직접 들은 탄생 배경에도 ‘속도전’이 있었다.
―1분이란 단어가 솔깃하게 만들지만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분 마스크라는 단어 자체가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우리가 마스크팩에 정통했기 때문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자 발견이다. 각질 제거에 굉장한 효과를 보이는 효소가 바로 파파인(천연 과일인 파파야에서 발견되는 주요 분해 효소)이다. 피부의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피부가 맑아지게 하지만 문제는 안전성과 효율성이다. 파파인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대신 깨지기 쉽고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물과 닿는 순간 그 유효 성질을 잃게 된다. 즉 물과 섞여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효능이 급감하는 것이다. 연구 끝에 파파인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파우더 형태라는 것을 찾아냈다. 사용 직전에 물에 섞어 써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니콜라스 체스니어
제품 표면에 ‘1분(1 minute)’이라고 적힌 건 이러한 연구와 개발을 통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로션 같은 형태의 긴 통에 담긴 이 제품은 그의 설명대로 미세한 파우더로 돼 있었다. 샘플을 손바닥에 조금 덜어 물을 묻혀 살짝 거품을 낸 뒤 손등에 발랐다. 여느 세안제나 비누처럼 풍성한 거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진한 크림형태로 변했다. 잠깐 둔 뒤에 물로 닦아내는 방식이었다. 기존 효소를 내세운 제품은 더러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입자가 고왔다. 물과 섞으면 거칠게 뭉치던 제품들과 달리 부드러운 마스크 팩처럼 쉽게 발렸다. 순간, 이효리의 노래 가사가 다시 생각났다. 사람과 사람이든, 효소와 물이든, 즉석 만남의 시대라 해도 ‘내 것이 되는’ 데에 쏟는 진심과 정성은 단지 시간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발 과정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했나.
“연구, 개발, 각종 시험에 5년이 걸렸다. 파우더 타입의 파파인 포뮬라를 고안하고, 등나무와 코코넛에서 유래한 식물 유래의 계면활성제, 피부를 환하게 해주는 비타민 B3 등 여러 성분을 배합했다. 마스크팩처럼 얼굴을 덮는 동안 모공을 덮고 있는 생활 오염 물질과 각질을 제거하면서 모공을 조여주는 역할도 한다. 직접 써보면 다르다는 걸 느낄 것이다. 매일 쓸 필요도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도 괜찮다.”
프랑스 시장조사기업 NPD에 따르면 시슬리 화장품의 마스크 제품은 프리미엄 화장품 마켓을 대상으로 한 베스트셀러 조사에서 1위를 했다. 천연 유래 추출물을 통해 민감성 피부를 포함한 모든 피부에 적합해 인기라는 평가다.
―극미세 파우더이기 때문에 제조 공정에서 불순물이 첨가되면 안될 것 같다.
“흰색 연구복으로 중무장한 연구진에 놀랄 수도 있다.(웃음) 방진복(防塵服)에 머리, 신발 등 모든 보호막을 착용하는 건 기본이다. 제조 시설은 압력차를 이용해 불순물이 섞이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여담이지만, 우리 연구시설은 수십 년 전부터 매일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착용한 터라 코로나 팬데믹 초기 우리의 마스크를 해외에 대량 기부하기도 했다.”
①티스푼 사이즈 만큼 파우더를 덜어 손바닥 위에 올린다. ②손가락을 이용해 물을 첨가해 파우더를 섞는다. 물과 닿는 순간 크림으로 변한다. ③얼굴과 목에 눈가 주변을 피해서 얇게 바른다. ④1분간 피부에 올려놓은 후, 전체적으로 물로 씻어 낸다. 물기를 닦아 낸 후 일반적인 스킨 케어를 하면 된다.
―마치 고급 복잡 시계 매뉴팩처가 상상되기도 한다. 시계 다이얼 안에 어느 먼지도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비슷한 시설을 갖춘 걸 본 적 있다.
“기존에 없던 기능과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해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듯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는 블랙 로즈 마스크 등 훌륭한 기능을 지닌 마스크 제품이 여럿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작은 사실 빠르고 효과적인 각질 제거였다. 그런데 실험을 하다보니 각질이 제거되고 피부가 정화되면서 보습막이 형성되고, 또 즉각적인 광채(radiant)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광채가 우리가 가장 놀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모공을 줄이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사용 직전에 섞고, 1분 정도 얼굴에 두고 씻는 것 외에 제품 효과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사용법이 있는가.
“프리(pre)마스크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마스크 라인을 쓰기 전에 쓰는 마스크라는 얘기다. 또 각질 제거 과일 효소를 함유한 우리의 첫 번째 스킨 케어 제품인 만큼 스킨 케어의 일부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마스크 사용 뒤 토닉 로션을 사용하면 좋다.”
시슬리 여의도 더 현대 팝업 현장.
―그런데 아무 물이나 사용해도 되는가? 유럽과 한국은 물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내가 만약 제품을 개발한다면 파우더 전용 에센스나 전용 물을 함께 내놓을 것 같다.
“우리 연구 개발팀에 귀띔하겠다.(웃음) 약간의 미네랄이 다를 수 있어도 물이라는 성분의 차이는 나라별, 지역별로 크게 없을 것 같다. 수온도 마찬가지다. 18도, 25도, 30도에도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한국에 이 제품을 선보이기 앞서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미국 측 관계자가 파리 연구소를 방문한 뒤 제품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판매 수치를 예측하는데, 미국 관계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는 그 수치를 10배 높였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선보인 뒤엔 그 수치가 첫 예측치의 20배가 됐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 예측치를 수정해 높였다. 화장품 품질에 더욱 민감하고 트렌드에 앞선 한국에서도 이미 예약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놀라운 반응을 들었다. 한국도 초기에 설정했던 판매 예측치를 웃돌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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