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주얼리&워치 메종 까르띠에 코리아 김쎄라 사장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대형단독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이 서로 위용을 뽐내는 서울 청담동 거리를 걷다 보면 괜히 위축되곤 했다. 우리 말로 ‘집’을 뜻하는 ‘메종’이란 이름이 붙었다지만, 영화 ‘맨인블랙’이나 ‘007시리즈’속 MI6 부대원처럼 검은 슈트를 빼입은 ‘정예요원’들이 거대한 유리문 앞을 지키는 장면부터 영화 속에나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전 여기 오시는 분들은 누구든지 뛰어나가서 끌어 안아 드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하고도 자주 나누는 말이기도 합니다. 메종을 찾는 많은 분이 목적 구매를 위해 오시곤 하잖아요. 사랑의 결실이든, 기념일이 됐든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순간에 저희를 찾아주시는데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소중할 수밖에요. 저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구매에 대한 경험적 가치를 극대화 시킬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를 교류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도 해낼 계획입니다.”

흔히 ‘명품업계’라고 하면 떠오르는 콧대 높은 거만함 같은 건 찾기 어려웠다. ‘환대(歡待)’라는 단어가 우아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프랑스 럭셔리 주얼리&워치 메종 까르띠에 코리아 김쎄라 사장은 “예술적 미학을 제품 안팎으로 경험하고, 제품을 넘어 하나의 세계로 확산한 까르띠에 메종의 DNA를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06년 까르띠에 코리아 리테일 총괄을 거쳐 2009년부터 까르띠에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쎄라 사장은 “한국의 산, 꽃, 보자기 등을 프랑스의 관점에서 증폭시킨 모이나르&베타유 건축가의 디테일을 비롯해, 각자의 방식으로 메종 곳곳을 발견(discovery)하고 참여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미술이나 음악, 건축, 문학, 공예 등 경계를 가리지 않고 메종을 찾는 이들이 문화적 교류를 나누고, 이러한 영감을 더욱 발전시켜 외부로 발산하고 전파하는 연결 지성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 바그(뉴 웨이브)’에 착안한다면, 까르띠에 메종 청담을 통해 ‘까르띠에 웨이브’를 선언하는 셈이다.

‘까르띠에 웨이브’의 결정체는 5층의 ‘라 레지당스’에서 찾을 수 있다. 4~5층을 하나로 연결한 개방감을 지닌 공간으로, 다양한 아트&컬처 프로젝트를 전개할 계획이다. 숫자(매출)에 매몰돼 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는 공간이다. 2008년 아시아 최초의 까르띠에 메종 오픈 멤버로, 2016년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 재도약하는 과정을 진두지휘했기에 자신있게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 “3~4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프랑스 본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루어낼 수 있었죠. 기존 VIP 고객들 위해서도 다층적이며 심도 깊게 배려하는 건 기본이고요, 동시에 훨씬 다변화된 고객에게 다가서고 받아들이려는 개방감에 방점을 두고 진화했습니다. 시장의 성숙도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크리에이터의 도시 서울이라는 장소적 특징을 모두 고려해 선보인 것이지요.”
‘흐름’이라는 의미에서 ‘까르띠에 웨이브’는 건축·디자인에서도 차별화된다. 파사드부터 한옥의 문과 창호에서 얻은 모티프를 이용해 유연한 곡선이 내부에 흐르고, 2층 언약의 공간(How far would you go for love)은 존 폼프의 샹들리에와 장인이 하나하나 수작업한 드라이플라워 콘솔이 리듬감을 배가시킨다. 3층 르 살롱 프레스티지는 특별 제작한 자개 모자이크가 가미된 콘솔이 원석의 컬러를 은유한다. 장인들의 수공예로 탄생하는 ‘메티에 다르(metier d’art)’의 정신을 곳곳에 흐르게 했다. “하이 주얼리의 경우 한 제품에 보통 100시간에서 300시간 정도 공을 들여 완성합니다. 전 세계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의 존재’들도 있지요. 이젠 젊은 세대들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문화적으로 최대한 향유할 수 있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있죠. 작품의 탄생 이전부터 이후까지 경외와 축배의 시간을 공유하고, 예술가의 혼(魂)을 느끼며 창의적 영감을 주고받는 ‘까르띠에 웨이브’를 전파하는 메종 청담의 앞날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