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모델 겸 패션사업가 킴 카다시안, “나같은 몸매를 위한 패션도 필요해”
입력 2022.10.07 10:47

밀란패션위크서 돌체앤가바나 큐레이터 변신
”살이든 주름이든 삶의 굴곡을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누군가의 입에 자주 오르내려야 살아남는다는 할리우드 특유의 생존방식 때문일까, 아니면 자유로운 패션계 특성상 개인의 논란과는 자유로운 걸까. 미국의 유명 모델 겸 패션사업가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다. 적어도 패션계에선 말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돌체앤가바나 패션쇼를 큐레이팅한 모델 겸 패션사업가 킴 카다시안. /로이터·뉴스1
최근 소셜미디어 ‘뒷광고’로 벌금 폭탄을 맞는 등 상식 밖의 행위와 돌발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그녀를 추종하는 이들의 지지세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리얼리티 TV스타’의 원조격으로 그녀만큼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이도 없는 것 같다. 육감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볼륨 있는 몸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포즈는 그녀 이후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 됐다. 1m60cm정도의 아담한 키인데도 위풍 당당한 태도 때문인지 그녀의 키에 대해 인식하는 이들도 많지 않아보였다. 마른 모델들이 익숙한 패션계에서 어느 덧 ‘워너비스타’가 돼 버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리사 암스트롱 패션 수석기자의 평가를 보자. “킴 카다시안의 과도한 듯한 스타일은 일종의 ‘상류층 패션’에는 어긋나는 듯 보였지만, 어느 새 그녀는 패션계에서 가장 화제를 일으키는 ‘멧 갈라(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자선 패션행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돼 버렸다. 그녀를 비웃거나 꺼리던 이들도 어느새 그녀의 스타일을 따라하거나 그녀가 무엇을 내놓을지 관심을 둔다. 어떻게든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녀와 그녀가 일으키는 반응들은 우리 시대에 새로운 문화적 밀당을 일으키는 세력이 됐다.” 지난해 발렌시아가 쿠튀르쇼에서 온몸을 검은색 세퀸(반짝이) 드레스로 휘감고 에얼리언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모습은 그녀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93만 5000달러(약 13억 3000만원)의 가치를 일으켰다고 한다.
/로이터·뉴스1
그런 그녀가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봄여름 돌체앤가바나 패션쇼에서 패션 큐레이터로 변신했다. 최근 유행하는 1990년대의 스타일을 되살리듯, 돌체앤가바나가 지난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선보였던 아카이브에서 그녀의 스타일을 골라 디자이너가 재창조한 것이다. 그들은 킴의 언니 코트니 카다시안의 결혼식에서 만났고, 킴 카다시안이 돌체앤가바나의 상당한 마니아이자 디자이너가 갖고 있지 않은 아카이브 제품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에 서로 놀라며 의기투합하게 됐다.
돌체앤가바나 디자이너가 코트니의 결혼식과 가족들 의상을 담당했고, 하객들은 돌체앤가바나 장식이 된 보트로 이동하는 등 나흘간 벌인 결혼식을 통해 2540만달러(약 390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브랜드 영향력 조사기관 런치매트릭(Launchmetrics)이 밝혔다. 관능적인 패션에 일가견 있는 패션 듀오와 킴의 만남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상, 콘셉트,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호평을 일으켰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녀는 일부 기자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패션계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모든 체형이 중요하며, 패션이 좀 더 다양한 체형을 위해 포괄적으로 변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패션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길 바라고, 또 여러 체형을 위해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쇼에도 극도로 마르고 어린 모델이 다수였지만, 플러스 사이즈에 나이가 지극한 모델도 적지 않았다. 살이든, 주름이든 삶의 굴곡을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평가가 많았다.
리얼리티 스타, 사업가, 인플루언서, 예비 변호사, 사교계 명사 등 그녀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럿이지만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절한 사람이 되어 친절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들 똑같이 대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난 그저 행복한 인생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미디어가 만들어낸 스타를 현실로 끌어와 해부하려는 것도 어쩌면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좋은 사람으로 살 것이고, 우리는 헤쳐나가야 할 삶이 있으니까.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