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역 혁신가를 위한 다큐
입력 2022.09.16 10:51

현대자동차·UNDP(유엔개발계획) 함께 진행한 ‘for Tomorrow’

다큐멘터리 영화 ‘for Tomorrow’ 스틸컷.
베트남 다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찐티홍은 거리에 흉물처럼 쏟아지는 각종 폐기물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닿는 곳은 단지 눈으로 보기에 깨끗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일자리가 생겨났고, 돈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쓰레기를 이용해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한 덕이다. 지역 사회 여성 400여명이 그녀 덕에 일자리를 얻었다. 남들이 ‘더럽다’며 고개 돌리고 버려둘 때, 그녀의 남다른 시각과 행동이 지역 사회를 변화시켰다.
시에라리온의 엔지니어 엠마뉴엘 알리우 만사래이는 고철의 마법사다.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고철이나 각종 부품을 조립해 태양광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이라 태양광이나 태양전지는 삶의 질을 바꿔놓을 중요한 수단이었다.
엠마뉴엘은 다른 지역 사회에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은 없는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방법은 없는지 탐구했다. 단지 작은 동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는 이제 전 지구적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비극을 통해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않았는가. 기후 변화와 각종 오염, 또 사회적 불평등까지 지구 저편의 목소리로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덧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좌우하고 있다. 지속가능은 일부 환경운동가의 구호가 아니라, 이제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필사의 도전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UNDP 협약식./현대자동차 제공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다큐멘터리 영화 ‘for Tomorrow’
베트남에서 시에라리온까지 거리는 1만3000km정도. 대륙 건너 끝과 끝에 사는 찐티홍과 엠마뉴엘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역 혁신가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포 투모로우(for Tomorrow)’를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대했다는 것. ‘for Tomorrow’는 현대자동차와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유엔개발계획)가 지난 2020년 9월부터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교통, 주거, 환경 등 오늘날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전세계 각계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현실화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의 캠페인이다.
‘포 투모로우’를 통해 각 지역 혁신가들이 어떻게 삶을 일구고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 지역 사회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카메라 앵글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 맨해튼 영화제 다큐멘터리 상(2015)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유한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 엘리어트 V. 코텍이 제작을 맡고, 베트남 출신 독립 영화 감독 안 트란이 메가폰을 잡은 다큐멘터리 영화 ‘for Tomorrow’를 통해서다. 카메라는 지난 2년여 동안 총 52개국에서 78개의 다양한 솔루션이 제안되고, 이를 실현하는 치열한 과정을 담아냈다. 제 77차 유엔 총회 기간 중인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링컨 센터 내 월터 리드 극장에서 진행된 시사회엔 UNDP 아킴 스타이너 등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화는 베트남의 찐티홍과 시에라리온의 엠마뉴엘을 비롯해 기후 변화부터 지역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중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헌신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인도, 페루 등 5명의 지역 혁신가를 조명했다. ‘누구나 미래를 바꾸는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for Tomorrow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를 담아냈다. 다큐멘터리는 스타워즈 시리즈 등에 출연한 영국의 인기 배우 데이지 리들리의 나직하면서도 강단있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리들리의 목소리는 지역 혁신가들의 성취를 하나씩 전하며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거대한 떡갈나무는 작은 도토리에서 뿌리를 틔운다. 소소한 아이디어처럼 보여도 그 작은 씨앗은 일단 길러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풀뿌리 혁신의 힘이며, 주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지역 혁신가들의 힘이다.” 내레이션을 맡은 리들리는 “전 세계적인 문제와 싸우고 있는 풀뿌리 혁신가들의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목소리가 될 수 있어 엄청난 영광”이라고 밝혔다.
바뀔수 있다는 희망과 실천 해내는 의지와 용기, 바뀌어 나가는 현실은 현장에 있는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과 연대 의식을 자아냈다.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연결돼 있으며, ‘함께 해결해나가는’ 주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다섯 명의 주인공 중 한명이자 고철로 태양광 자동차를 만든 엠마뉴엘의 경우 차세대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현대자동차 전자소자연구팀 연구원들과 만나서 앞으로 더 개발될 솔루션을 기대하게 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아제르바이잔 자밀라와 현대차 제로원 프로젝트
엠마뉴엘 못지 않게 관객의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아제르바이잔에 살고 있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 자밀라 마마들리. 그녀는 지역 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두 가지 묵직한 문제를 던졌다. 장애인 이동 접근성과 이동평등권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선 지하철 내 휠체어 이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한다. 비장애인이 어렵지 않게 발디디는 계단이 그녀에겐 홀로 넘어서긴 힘든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휠체어를 끌며 장애인 대상 접근성을 높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한 모습을 보였다. 또 자밀라는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자동차 제로원(ZER01NE)이 이동 평등권 보장을 위해 기술 개발 중인 ‘자율주행 휠체어’ 프로젝트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for Tomorrow 포스터./현대자동차 제공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자밀라와 연결된 현대자동차의 ‘제로원’은 현대차그룹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 제로원 크리에이터와 외부 스타트업 전문가 등이 합세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형태다. 제로원은 이를 통해 지난 2020년부터 장애인은 물론 이동약자의 이동평등권 개선을 위해 모두(MoDU)라는 명칭으로 ‘자율주행 휠체어’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4개의 스타트업과 제로원 크리에이터가 참여해 수동 휠체어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했다. 기존 수동 휠체어를 개조해 기능은 높이면서 가격은 낮추는 방식으로 대중화해 최대한의 이용자에게 다가가는 게 목표다. 그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휠체어 이동자를 위해 문 같은 장애물을 줄이는 등 ‘유니버설 디자인’(성별·연령·국적·문화적 배경·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 변화도 더욱 필요하다. 자밀라와 현대자동차 제로원의 만남은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를 위해 어떻게 더 긍정적으로 쓰일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제시했다. 기술이 곧 ‘휴머니즘’(인간 존엄성)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성찰하게 되는 장면이다.
엠마뉴엘, 자밀라 등이 보여준 사례와 솔루션 등을 필두로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모빌리티와 관련된 솔루션 제안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Mobility) for Tomorrow’ 커뮤니티를 새롭게 선보였다. 작년 유엔총회 기간 중 개최되었던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 1주년 기념행사’ 중 진행된 공개 토론회의 아이디어 일환으로 개설된 ‘(Mobility) for Tomorrow’는 태양광 자전거, 툭툭(tuk-tuks)등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친환경 마이크로 모빌리티(Informal Mobility)의 액셀러레이팅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솔루션 제안자들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연구소, 제로원, TaaS본부, UNDP 모빌리티 전문가 등 모빌리티 전문가들이 관련 전문 지식을 교류할 계획이다.
◇16일부터 유튜브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통해 만날 수있어
이번 영화는 16일부터 for Tomorrow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시청 가능하며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를 통해서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변화의 물결 속에 ‘누구나 미래를 바꾸는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계속된다. 다큐멘터리 카메라는 인도에 거주하는 차루 몽가가 아이들의 안전한 하굣길을 위해 디자인한 태양광 가방, 페루 안데스의 농수 보존을 위한 관개 농업 커뮤니티 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소개한다. 이번 영화는 제작부터 ‘혁신가 정신’이 도입됐다. 팬데믹 기간 동안 베트남, 시에라리온, 아제르바이잔, 페루, 인도, 한국, 미국, 기니, 과테말라, 가나 등 총 10개 국가에서 현지 제작진 및 출연진들과 비대면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어려움을 딛고 영화를 제작해냈다.
안 트란 감독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혁신가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추진력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며 “단지 가슴 따뜻한 한 줄의 뉴스 클립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기업시민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협업을 확대해오는 데 힘을 썼다”며 유엔 산하기구와의 파트너십 체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노력하는 솔루션 제안자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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