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 탄생 150주년 기념… “예술 혼 전체를 조명”
바이엘러 재단 기획 ‘몬드리안의 진화’… 라프레리와 함께한 보존 프로젝트의 또다른 진화

지난 6월 5일(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바이엘러 미술관(Fondation Beyeler)이 선보인 새로운 전시에 세계 미술계가 들썩였다. 추상미술의 대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이 탄생시킨 80여 점 이상의 작품이 ‘몬드리안의 진화(Mondrian Evolution)’라는 타이틀 아래 대중에 소개된 것. 지금까지의 전시 중 몬드리안의 예술적 발전 과정을 가장 포괄적으로 다룰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은 물론 이전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몬드리안의 희귀작까지 포함돼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해외 미술 전문매체인 아트넷, 아트뉴스 등을 비롯해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리퍼플리카 등 해외매체들이 연달아 몬드리안의 ‘진화’에 찬사를 보냈다.

오는 10월 9일까지 열리는 몬드리안 전시는 스위스 미술관 중 가장 많은 몬드리안 작품을 보유한 바이엘러 재단에서 몬드리안 탄생 150년을 기념해 기획했다. 바이엘러 재단의 창시자이자 당대 유명 화상(畵商)이었던 에른스트 바이엘러(1921-2010)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아트 바젤’을 지난 1970년 창립한 이들 중 하나.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을 미술의 수도로 격상시킨 공헌자다.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있는 건 대칭의 미학을 선사한 천재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 바이엘러 재단과 함께 스위스의 또다른 자존심으로 불리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 라프레리가 품질과 정밀성이라는 공통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손잡아 이뤄냈다.
◇그는 어떻게 기본으로 돌아가 추상주의의 대가가 되었나

2020년 첫 발을 내디딘 ‘피에트 몬드리안 보존 프로젝트(Piet Mondrian Conservation Project)’는 몬드리안의 핵심 회화작품 네 점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보존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Tableau No. I, Composition with Yellow and Blue, Composition with Double Line and Blue, Lozenge Composition with Eight Lines and Red 등 총 네 작품이 대상. 라프레리는 이번 전시의 파트너사이자 보존 프로젝트 단독 후원사로 지난 2년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시 관계자들은 이번 보존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몬드리안의 진화’라는 핵심 키워드 끌어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엘러 재단의 수석 큐레이터인 울프 퀴스터는 “추상미술에 이르는 몬드리안의 여정이 몬드리안 스스로가 칭했던 것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된 하나의 진화였다”고 밝혔다. 퀴스터는 몬드리안 하면 떠오르는 후기 작품 보다는 그의 미학적 역사를 밟아가며 예술 혼 전체를 조명한다. “자연은 언제나 몬드리안의 예술을 지배하는 원칙이자 그가 이뤄낸 최고 성취의 주제입니다.” 몬드리안의 가장 추상적인 작품들 조차도 영감의 원천은 자연에 있었다는 것이다. 퀴스터는 “’몬드리안의 진화”는 추상미술을 개척했던 몬드리안이 스타일과 주제 면에서 새로운 시도와 검토를 거친 끝에 신조형주의에 이르렀다는 사실까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직관과 정밀의 조화
예술 보존 과정에서는 심층 조사, 과학적 연구, 상태 평가, 그리고 시간과 변화가 몬드리안 작품 네 점에 미친 영향 예측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X 방사선, 적외선 반사복사법, 재료 분석 및 고배율 확대 등의 기술이 사용됐다. 스타일의 진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예술작업에 핵심이었다. 몬드리안은 그림을 새롭게 다시 그리기보다는 그림을 여러 번 수정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다 잘 담아내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높은 기준을 만족시켰다.

1930~1932년에 몬드리안은 세 개의 회화 작품에서 Composition with Yellow and Blue라는 동일한 구성적 구조를 사용했다. 디지털 영상 처리 프로그램에서 겹쳐 놓아보면 각 작품의 구성적 요소인 위치, 크기 및 선들에 미세하게 수정된 요소들이 숨어 있다. 그 결과 완전히 다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몬드리안이 완벽에 이르기 위해 실험과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것에 전혀 두려움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또 Composition with Double Line and Blue와Tableau No. 1를 심층 연구한 결과, 모든 선들의 폭은 거의 정확히 동일하고 모든 각은 완벽한 90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저너리 아티스트의 본질적인 직관에 따라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졌다고 판단될 정도에 이르기 위하여 정밀 도구를 이미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라프레리 측은 “몬드리안의 이러한 빈틈없는 작업 과정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한 이상의 추구는 라프레리의 정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풍경화부터 추상화에 이르는 궤적을 연결하다
몬드리안은 작품 활동 초기, 19세기 후반의 네덜란드 풍경화뿐만 아니라 상징주의와 큐비즘에 영향을 받았다. 이후 192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흰색 바탕에 검은 선의 직사각형 배열과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의 3원색으로만 구성된 비구상미술의 회화적 언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시는 연대 순으로 엄격하게 작품을 나열하기 보다는 커리어 초반의 구상미술 작품과 후반의 신조형주의 구성화 작품을 짝지어 배열해 변화의 관계를 보여준다. 어스름의 숲을 깊이 탐구한 몬드리안의 1890년대 작품을 컬러 테이프를 사용한 1941년 작품과 같이 전시하는 방식이다. 대조적인 20세기와 그 이후의 예술사조를 결정할 정도로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낸 몬드리안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키기 위해 예술의 근본적 요소를 거침없이 탐험한 진정한 의미의 선구자였다.
라프레리는 “이번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럭셔리라는 개념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프레리의 핵심 정수이기도 하다. 라프레리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몬드리안의 정밀하고 미니멀리즘적인 미적·기하학적 요소와 형태의 순수성에 크게 영감을 받은 라프레리의 예술적 전통을 이어받는 것”이라면서 “동시에 예술·문화 산업에도 공헌할 수 있어 기존 사회적 책임 준수 프로그램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럭셔리 개념 바꾸는 라프레리, “예술과 과학의 완벽한 교집합을 위해”

전 세계 90개국에 선보이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라프레리는 스킨케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피부 세포 연구의 선구자’ ‘안티에이징 기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니한스 박사는 과학이 젊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 확신하며 1931년 ‘쎌루라 과학’을 개발한 뒤 독점적 쎌루라 콤플렉스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캐비아와 골드, 플래티늄 등 희소성 있는 고귀한 원료와 라프레리의 연구·기술이 더해졌다. 혁신, 성능, 럭셔리 서비스와 더불어 브랜드 태생지인 스위스의 순수성, 정확성, 탁월함을 담았다.
과학에 이어 예술 역시 1978년 브랜드 탄생부터 불가분의 관계였다. 스위스 몽트뢰에서 펼쳐진 클리닉 라프레리의 예술적 열정부터 현대미술가인 니키 드 생 팔과의 결정적인 만남에 이르기까지 라프레리의 모든 자취가 예술과 관련 있었다. 2017년엔 스위스 바젤, 홍콩 및 마이애미 비치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매년 예술가에게 라프레리의 가치를 시간의 프리즘을 통해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창작을 의뢰한다. 럭셔리의 관례를 깨고, 놀라움과 영감을 찾아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라프레리는 “브랜드의 대담한 정신은 탐험, 개척, 그리고 모험이라는 예술가의 대담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