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명품업계 전망…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묻다
입력 2022.06.16 11:15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명품업계가 그랬다. 국경이 봉쇄되고 많은 공방이 문들 닫고, 물류의 문제가 생겼음에도 명품에 대한 가치는 오히려 치솟았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개최한 ‘럭셔리 서밋’에선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죽음’이란 걸 갑작스레 직·간접 경험한 이들이 현재의 나를 위해 지갑을 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두려움에 맞서는 정신적 무기로 쓰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또 다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팬데믹이 종식된다는 희망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인한 각종 불안 요소, 유럽발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들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움추러들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은 K팝·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영향력 확대와 MZ 세대의 소비력 강화까지 더하며 한국을 넘어 최소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해외 쇼핑객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CEO들이 방한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직진출하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면서도 백화점 매장도 확대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마치 갤러리처럼 다양한 브랜드에 볼거리·쉴거리를 갖추고 각종 혜택까지 갖춘 한국의 백화점은 전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또다른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에게 하반기 명품 업계 전망을 물었다. 또 각 백화점마다 차별화 포인트도 곁들였다.
롯데백화점… “Uber Luxury(최상급 럭셔리) 도입. 가격보다 존중받는 경험을 우선으로!”
명품이 더 이상 명품으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 ‘명품이 흔해졌다’고 이야기하는 때가 진짜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남들만큼’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걸 소비자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개되지 않았던 럭셔리 워치와 파인 주얼리를 먼저 도입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고객들이 명품 병행 수입 또는 해외 현지에서의 쇼핑을 선호했던 이유는 단 하나, 가격 차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험하게 된 국내 백화점과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객들의 쇼핑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다. 매장에 한걸음 내딛는 순간부터 그 곳을 떠나는 순간까지의 ‘A~Z’를 경험 한 고객들은 쇼핑의 결과만큼이나 그 ‘여정’의 ‘가치’를 원하게 되었다. 일례로, 이전에는 면세점이나 현지에서 명품을 단순 구입하는데 집중하여, 그 과정은 무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박스를 버리는 것까지 ‘국룰’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명품매장에서의 여정과 ‘언박싱’(Unboxing 포장된 새 상품의 박스를 여는 행위) 영상을 SNS에 게시하는 것이 하나의 ‘의식’처럼 됐다. 특히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은 가장 트래픽이 우수한 100여평 공간을(일평균 2~3만명) 과감하게 할애했다. 올해 11월, 더 많은 고객에게 럭셔리 브랜드 경험(Luxury Brand Experience)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그니처 스테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
럭셔리의 메가트렌드는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쇼핑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길 원한다. 백화점 역시 쇼핑(Shopping)을 나눔(Sharing)으로 승화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를 포함한 ESG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신(新)명품부터 고급 소재 요구도 폭증, 오데마 피게 최초 직영 매장 열어”
기성 명품은 물론 베이비디올, 버버리칠드런, 구찌 가옥 등 아동 장르와 라이프 스타일 등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디올을 비롯해 델보, 알라이야 등을 비롯해 패션계에선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셀린느·로에베 등 신(新) 명품을 포함해, 기존 고객은 브루넬로 쿠치넬리·로로피아나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한 격식 있는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
럭셔리 워치&주얼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오데마피게 등 다양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들의 성장이 돋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 신세계 강남점 3층에 국내 최초 직영 매장을 오픈하는 오데마 피게는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함께 세계 3대 시계로 불리고 있다. 대표 모델인 로열오크 스틸(41mm)은 4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초고가 시계로, 팔각 배젤의 차별화된 디자인에 희소성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럭셔리 주얼리의 경우 시장 성숙에 따라 까르띠에, 티파니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부쉐론, 다미아니 등 니치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과거와 달리 다른 대범한 디자인과 컬러풀한 재료를 특징으로 하는 유색 쥬얼리에 대한 수요가 올 하반기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점 1층에 자리한 ‘더 스테이지’는 ‘쇼룸’처럼 운영되는 곳으로 루이비통(’21년 7월)과 고야드(’21년 9월)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가을겨울 상품을 백화점 업계 최초 혹은 글로벌 최초로 공개한 장소이기도 하다. 또 강남점 1층에 위치한 에르메스 파빌리온과 구찌, 펜디,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10여개의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핸드백만을 모아 판매하는 ‘백 갤러리’ 역시 차별화된 공간이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디올 입점이어 판교점엔 경기 상권 최초 에르메스 입점, 럭셔리 시장 강화”
자기 만족과 개성 구현에 적극적인 MZ세대가 새로이 명품 주요 구매층으로 급부상하며, 럭셔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럭셔리 시장의 2030세대의 진입으로 인해, 해외 신진 디자이너와 스트리트 패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트렌디한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신(新)명품화 현상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를 위한 VIP,프로그램인 클럽 YP를 통해 차별화를 인정받기도 했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고객층 공략을 위해 스포츠, 온라인 게임, 예술, F&B 등 이종 산업과 손잡고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이에 맞춰 최근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더 많은 재미와 경험을 선사하고 예술적인 감도를 높일 수 있는 팝업 스토어 등을 도입했다. 판교점에 입점한 한섬의 ‘리퀴드 퍼퓸바’처럼 한층 고급화되고 개인맞춤형 뷰티 전문 매장도 각광받고 있다.
물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의 명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은 럭셔리관 주요 명품 브랜드의 확장 리뉴얼을 통해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다변화할 계획이다. 또 오는 7월 더현대 서울 1층에 디올 입점을 시작으로 오는 4분기에는 판교점에 경기상권 최초의 에르메스가 입점하는 등 럭셔리 MD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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