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The Brave, OTB… “용기가 나면, 좋아서 하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에요 Be Brave!”
입력 2022.05.20 10:08

이탈리아 대표 패션 그룹 OTB 렌조 로소 회장

렌조 로소 OTB 회장. /OTB 제공
“디젤(Diesel)에서 글렌 마틴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선 쇼를 봤나요? 환상적이었죠. 아! 당신의 신문에 게재됐었군요! 요즘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그게 바로 디젤의 힘인 거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그룹 OTB의 렌조 로소(67) 회장은 멈추지 않는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가 “청바지는 나이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듯했다. 20대 못지않은 혈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으니까.
그가 세운 OTB는 ‘Only The Brave’(용감한 자들만)의 약자. 고급 청바지로 잘 알려진 디젤을 비롯해 우아함의 대명사인 질 샌더, 패션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와 아미리, 빅터&롤프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전개하는 세계적인 패션 그룹이다. 그의 사명(仕名)을 빌어 굳이 따져보자면, 패션에 좀 더 도전적이고 용감한 이들이 소화할 만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모아뒀달까. 로소 회장은 최근 OTB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 지사의 설립을 통해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파워풀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다.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그가 “세련됐다”고 입마르게 칭찬한 한국은 OTB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렌조 로소는 “서울은 오늘날 럭셔리 패션 비지니스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영향력있는 도시 중 하나” 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자수 성가 억만장자로 이름난 그는 말 그대로 마이더스의 손. 질기고 뻣뻣한 데님을 두고 100% 이탈리아 생산에,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해 1978년 디젤 브랜드로 고급 청바지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도 107만여명의 ‘디젤 매니아’라는 패션 커뮤니티의 시초가 되었으니 디젤에 대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MM6
디젤
렌조 로소가 ‘찍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는 ‘와이 프로젝트’로 패션계를 강타한 라이징스타. 2020년 글렌 마틴스가 디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고, 렌조 로소의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디젤이 가장 뜨는 브랜드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 뉴욕타임스는 “올해 최고의 위대한 디자이너”라고 했고 GQ와 하버스바자 역시 “디젤에 새 생명을 불러일으켰다”고 극찬했다.
디젤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성장세가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렌조 로소와 글렌 마틴스의 ‘합작’은 성공했다. OTB 그룹의 2021년 매출은 15억3000만 유로(약 2조 420억원)로 팬데믹 이전을 회복했다. 존 갈리아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휘하는 메종 마르지엘라 매출 역시 2020년보다 25% 성장했다.
“수많은 브랜드가 있죠. 하지만 난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알다시피 존 갈리아노는 디자이너의 왕 중의 왕이고, 글렌 마틴스, 프란체스코 리소(마르니), 빅터&롤프 모두 세계적인 디자이너입니다. 환상적인 쿠튀리에에요(쿠튀르 디자이너). 질 샌더는 로고 플레이 없이 실루엣으로 말해주죠. 그 자체가 럭셔리인겁니다!”
그의 또다른 전략 포인트는 ‘이웃’.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주변에 어떤 브랜드 옆에 있느냐도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어떤 럭셔리 브랜드가 주위에 포진돼 있는지를 따져본다는 것이다. 방한 기간 동안 국내 백화점 관계자들을 만나 브랜드 포지셔닝 등과 관련해 각종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는 글렌 마틴스가 한국을 찾을 수도 있겠죠! OTB 그룹에 속한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수도 있고요. OTB 한국 지사가 설립됐다는 것이 그런 의미입니다.”
질 샌더
아미리
그에게 용기(brave)는 빠질 수 없는 질문. “많은 사람이 뭘 해야 더 용기 있는가. 뭘해야 더 미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몰입하는가를 묻습니다. 하지만 더 특별한 무언가를 해서 용감하다기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는 자세 그 자체가 용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용감하다’는 글자가 붙어서 남다르게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지역 사회에 무언가 돌려주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용기를 발휘하게 만듭니다.” 그는 자선과 재활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그룹은 우크라이나의 난민들을 지원하는 자선 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은 여성들을 돕기 위한 정신 건강 관리 및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선 및 기금 프로그램을 통하여 어린이들을 육성하고 중독과 사이버 폭력을 퇴치합니다.”
빅터&롤프
청바지엔 나이가 없듯, 꿈을 꾸는 것에도 나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옷이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니 빠져들게 됩니다. 자신을 쏟아붓게 됩니다. 신이 납니다. 열정과 애정이 생깁니다. 서핑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글을 쓰든 자신의 용기가 어디서 발휘되는지 찾아보세요. 실패하는 일이 있다 해도 일어나서 다시 쏟아붓게 됩니다. 용기가 나면, 좋아서 하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에요. Be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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