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에 ‘존엄성’을 담다
입력 2022.04.22 09:34

랄프 로렌 2022 가을/겨울 컬렉션

지난 10일 열린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뮤지컬 ‘카바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그의 부인 한나 배그쇼위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에디 레드메인은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의상으로 세련된 모습을 연출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옷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성공을 이야기할 때 옷만큼 잘 표현해주는 것도 없다. 단지 입는다고 전부가 아니다. 그를 향유하고 소화해낼 만한 자신감이 충전됐을 때 몸에 밴 우아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한 때의 유행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약간의 긴장감을 주면서도 자신에게 잘 맞는 스타일을 고르는 눈도 필요하다. 미국 20세기 문학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위대해 질 수 있었던 건 ‘랄프 로렌’ 슈트를 마음에 품었던 때일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성공의 증표. 랄프 로렌이 보여준 품격만큼 자신을 절제하고 다스리는 데 충실해야 그제서야 위대함의 정수(精髓)를 품을 수 있다.
최근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의상에 존엄성을 담았다. 그는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이번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이렇게 말을 꺼낸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하며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패션을 재해석해낸다. “이 친밀한 공간에서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을 때,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비극과 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제 머릿속에는 팀원들과 또 여러분 모두와 함께 다시 모여 협업과 창의성이 영감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희망을 나누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평화에 대한 희망과 팬데믹이 종식되고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데 뭉쳐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컬렉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삶에 대한 낙관주의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랄프 로렌 컬렉션. 남녀 통합쇼로 이뤄진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남성복 퍼플 라벨 의상들. / 랄프 로렌 제공
남녀 의상 모두 함께 선보인 이날, 남성용 퍼플 라벨은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게 했다. 블랙 앤 화이트가 지닌 예술적 감각을 기반으로 한 레디-투-웨어로, 전통적인 남성복 패턴인 글렌 플레이드와 핀스트라이프를 컬렉션 전체를 통해 선보이며, 패턴 조합과 그래픽 디테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니트와 아우터웨어는 아늑한 북유럽 스웨터와 시어링 양가죽 폴로 코트, 레드 울 기병 승마복 코트로 추운 날씨를 위한 풍성한 의상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랄프 로렌은 “저의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테일러드 실루엣의 날렵한 라인으로 더욱 강렬해진, 시대를 초월하는 블랙 & 화이트의 스타일을 기념한다”면서 “우리가 다시 뭉친 지금, 뉴욕의 현대미술관이라는 상징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하면서도 친밀한 환경에서 이번 컬렉션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친밀함이 편안한 스타일로 표현됐고, 턱시도 스타일 의상 등도 선보이며 격식있는 자리에 대한 욕망도 해결했다.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 / 로이터뉴스1
퍼플 라벨의 인기를 다시금 확인한 건 지난 10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개최된 2022 올리비에 어워즈에서였다. 뮤지컬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을 통해서다. 각종 영화를 통해 비교 불가 대체 불가 연기력을 선보인 에디 레드메인은 뮤지컬 ‘카바레’를 통해 무대를 휘어잡으며 카바레가 7개 부문 상을 휩쓰는 주역이 된 것. 그는 이날 랄프 로렌 퍼플 라벨 Spring 2022 턱시도를 착용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네이비 핸드메이트 자카드 턱시도 재킷, 턱시도 셔츠, 크림 컬러 트라우저, 네이비 실크 보타이, 리넨 포켓 스퀘어 그리고 네이비 벨벳 슬리퍼 등으로 멋을 즐겼다. 매번 탁월한 연기변신으로 대중에게 놀라움을 안기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 랄프 로렌이 말한 ‘모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삶에 대한 낙관주의’는 에디 레드메인 그 자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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