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구찌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DDP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절대적 전형’ 전시회 기념, 영상 으로 만나보다

구찌를 ‘지금의’ 구찌로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의 변화무쌍한 디자인 스펙트럼은 지루할 틈 없이 한계를 넘어서며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침입과 변형으로 이루어진 실험실 ‘해킹 랩’을 탄생시키며 디자이너이자 연구가, 실험가로서 계속 시도하려는 미켈레의 정신을 엿볼수 있다. 해킹 랩을 통해 발렌시아가의 철학을 파고든 ‘해커 프로젝트’ 등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2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쇼에선 거울이 주는 특별한 영감을 바탕으로 패션의 초현실적인 힘을 표현했다. 굴절 효과를 통해 환상으로 가득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바로크 스타일의 거울처럼, 옷은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어 우리 존재의 매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자기 복제가 거장만이 해낼 수 있는 발자국인양 용인받는 이 시대에 미켈레는 자신만의 서사와 상상력으로 제동을 건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를 통해서다. ‘아키타이프’란 이름에서 보듯 복제되지 않는 ‘전형’을 발굴하고, 포착하며 보존해내려 한다. 지나갔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독창성과 재생 불가능한 구찌의 순간들을 재발견하게 된다. 지난해 구찌 100주년을 기념해 미켈레가 직접 큐레이팅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처음 선보인 전시.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 한 지난 6년 간의 여정에 사람들을 초대해 상상과 이야기의 세계를 걸으며, 예상치 못한 반짝이는 순간들을 함께 넘나드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면서 “내 상상으로의 여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처럼, 감정의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7일 국내 매체를 영상으로 만났다. 구찌 데코의 붉은 색 벨벳 소파에 앉아 여지 없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 미켈레는 파란색과 흰색 교차 배치된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황토색 바지로 편안한 모습이었다. 현장에선 해외 유수 디자인 상을 수상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모더레이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켈레는 “무엇보다도 행복하다”면서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일을 해왔고, 그런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전시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탈리아와 한국과의 거리는 멀지만, 창의적인 활동에 있어서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전시회가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정착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열정이 필요했고, 그만큼 제겐 커다란 선물이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7년이란 시간이 남달랐을 것 같다. 100주년을 맞은 소감은.
“구찌와 구찌 사람들은 나에게 가족 친척이나 마찬가지다. 구찌의 사람들은 구찌의 근원이자 브랜드를 지탱하는 뿌리다. 이곳에서 미래를 위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흥분됐다. 구찌는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나 마크가 아니다. 100년이란 시간을 보낸 뒤에 구찌는 아름다움의 장소가 됐다.”
-구찌는 MZ 세대를 사로잡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트렌드를 주도하면서도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당신만의 비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젊은이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1년 반쯤 전에 선보인 구찌 페스트(GucciFest)를 통해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함께 작업했다.(재능있는 15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미켈레가 직접 선정해,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가 촬영한 미니 시리즈 ‘오버추어 컬렉션’과 함께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기념하는 영상도 촬영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순환시킨다는 것은 유용한 작업이다.”

-’구찌의 눈(Gucci Eye)’ 을 전시 메인 이미지로 사용한 이유는?
“내 작업은 보는 모든 것을 녹음하고 녹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눈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눈은 상징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이다. 어떻게 보면 마술적인, 마법적인 눈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놓치지 말고 보아야할 것이 있다면.
“하나를 짚기는 어렵겠지만, 우선 구찌 ‘콜렉터스’에 많은 것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캠페인을 미니어처로 만든 디오라마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당신이 첫 컬렉션에서 ‘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 관심있는 꿈은 무엇인가.
“나는 항상 꿈을 가지고 있다. 삶의 원동력이다. 꿈이라는 것은 큰 게 아니다. 작은 것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엇을 경작한다, 심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꿈꾸는 것을 꿈꾼다.”
-급성장 이후 팬데믹으로 정체가 있을까 했는데, 발렌시아가 해커프로젝트부터 이번 익스퀴짓 쇼의 아디다스 협업까지 구시대적 패션계의 법칙을 깨고 항상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어떠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꿋꿋하게 지키는 용기와 과감성이 궁금하다.
“비밀이라고 말씀드린다면, 굉장히 어릴 때 열정을 열심히 심었다. 그 커다란 열정이 원동력이었고, 어떤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참아내는 의지가 됐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열정이 내 삶을 경작했다고 할수 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일로서 접근하면 안된다. 애인으로서 접근해야 된다. 매일 매일 하는 일에 대해 감사드리고 아침에 눈을 뜰때마다 감사를 드려야 한다. 내 나이가 되면 여러가지를 느끼게 될 것인데,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수 있게 하는 힘과 에너지다. 여러분들의 열정을 열심히 심으라. 경작하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구찌도 그렇고 다른 브랜드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구찌의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는 유엔난민기구 UNHCR에 50만 달러를 기부하여 우크라이나의 폭력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특히 폭력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폭력과 거리가 멀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패션 업계에 있는 회사들도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 옆에 함께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찌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제가 아는 하는 일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협조하고 지원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 드린다.”
-100주년을 지나 새로운 첫 해를 맞이했다. 앞으로 구찌의 모습, 당신이 그려낼 구찌의 미래는 무엇인가.
“구찌의 미래는 전적으로 지금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구찌는 사춘기라고 생각한다. 마치 지금 막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존속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기에 영원히 젊음을 간직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