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다
입력 2021.12.17 09:55

디올 dior 2022 디올 크루즈 컬렉션

디올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패션 사진 촬영을 허가받은 최초이자, 또 유일한 브랜드다. 디올의 이번 2022 크루즈 컬렉션 화보는 지난 1951년 프랑스 매거진 파리스 매치(Paris Match)에 실린 무슈 디올의 오뜨 꾸뛰르 사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당시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옆에서 촬영됐다. 촬영지와 장소 허가 : 그리스 문화체육부 - ODAP -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사진작가 ⓒ Ria Mort. / 디올 제공
디올(dior)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전설적인 파르테논 신전 앞에선 모델들은 그 자체로 여신(女神)이자 그리스 신화에 드리운 주인공 같았다. 그리스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는 ‘2022 디올 크루즈 컬렉션’이 전설적인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사진작가 리아 모트(Ria Mort)의 렌즈에 담겼다.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그 곳. 성스러움을 보존한 신전. 신화적 느낌을 자아내는 드레스를 통해 클래식하고 영원한 시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던 디올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의 만남은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태고적 신성함과 숭고함이 카메라를 통해 전달되는 동안 또 한 번의 사실의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 70년 전 아테네의 유물 근처에서 촬영된 무슈 디올(Monsieur Dior)의 아이코닉한 오뜨 꾸뛰르(haute-couture) 작품 사진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지녔다는 것.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파고드는 시도이자, 디올을 탄생시킨 천재적인 무슈 디올의 시대적 창의성을 넘나드는 예술 활동에 디올답게 경배를 보내는 것이다. 신화 속 인물들, 그리고 세련되면서도 순수한 매력의 고대 페플럼(고대 그리스 시대에 천을 몸에 감아서 걸치던 긴 의복을 페플로스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해 만들어진 것으로 허리 등을 졸라 하단을 부풀리게 하고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드는 것) 에서 영감을 받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모던함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 고대 유적지의 화려한 자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가볍게 살랑이는 드레이프(drape·주름을 드리우거나 느슨하게 주름을 잡은 것) 드레스와 밝은 화이트 컬러의 수트…. 그리스 사진작가의 렌즈를 통해 매혹적이고 현대적인 오디세이를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1951년 파리스 매치에 실린 무슈 디올의 오뜨 꾸뛰르 작품 사진. 촬영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의상: 크리스챤 디올의 1951 가을-겨울 Longue 라인의 Angleterre 드레스(안젤리나), Pérou(카트린느), États-Unis(프랑스), Gréce(알라), France(마리 테레즈), Mexique(르네), Australie(럭키), Brésil(잔느). ⓒ Jean-Pierre Pedrazzini / Paris-Match / La Scoop.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그려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에서 2022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작업은 마치 디올 문화의 뿌리, 즉 마음속에서 펼쳐지는 생각을 신체에 직접 투영해 내는 문화의 기원을 만나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할 때 제 마음을 가장 확고하게 끌어당긴 아이디어는 바로 공유였습니다. 한 자리에 고요하게 머물러 있는 시간 속에서 예술과 패션에 관한 비전이 조화를 이루는 거죠. 디올 헤리티지는 다양한 바디, 여러 가지 스타일, 그리고 끝없는 상상을 조화롭게 펼쳐보이며,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어느 시점을 그리워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창조해낸 2022 크루즈 컬렉션은 무슈 디올의 사진 속에서, 또 그리스 신화 속 창의력을 구조적으로 재편해냈다. 예술은 만들어진 사물이 아니라 페플럼처럼 누군가의 창조력에 달렸다는 것. 대리석과 고대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여신의 튜닉은 패브릭과 세로 명암 대비를 넣은 핸드메이드 플리츠로 천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닌, 현재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파편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열망을 통해 문명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패션은 창조와 발견, 예술과 고고학, 그 모든 미학의 총집합이다.
치우리가 이번 디올 크루즈 패션쇼와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사진 촬영 작업은 아카이브에서 발굴해낸 사진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그녀는 “위대한 사진작가이자 기자였던 장-피에르 페드라치니가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무슈 디올의 컬렉션을 사진 속에 담아낸 1951년 작품 파리 매치(Paris Match)”라면서 “작품 속 이미지에는 예술을 향한 크리스챤 디올의 애정, 그리고 패션과 예술을 결합하여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지도를 다시금 그려내고자 했던 그의 열망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디올의 이번 2022 크루즈 컬렉션 화보.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옆에서 촬영됐다. 촬영지와 장소 허가 : 그리스 문화체육부 - ODAP -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사진작가 ⓒ Ria Mort.
“디올은 그리스 문화부와 그 어느 곳에서도 비할 데 없이 탁월한 유적지 관리 담당자와의 협업으로 부여받은 특별한 권한을 활용해 그리스 유산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를 지금 바로 이곳에 되살려낼 수 있었지요. 이를 바탕으로 제 작품의 지향점을 설정해 주는 미학이자 다양한 문화와 풍부한 스토리를 품은 아름다움이라는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실력 있는 사진작가인 리아 모트는 갤러리 소유주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알렉산더 아이올라스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리스에 대한 기억에 뿌리를 둔 정교한 디올 컬렉션의 매력과 추상화가인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사진 속에 온전히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인류의 전반적인 의상 연출의 기원이 된 완벽한 의상, 즉 페플로스에 대한 저의 연구로 승화되었죠.”
리아 모트의 사진은 변형되지 않은 피사체 그 자체의 본성을 바탕으로 무한한 힘을 발휘하며, 그 구조의 뿌리에는 그리스의 신전이 자리잡고 있다. 치우리는 강조한다. “이제 여성 모델들은 그 어느 것도 숨기지 않은 채 카메라를 당당하게 응시하면서 오직 과거와 미래, 열정과 실험이 어우러진 의상의 힘만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깃든 여러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카메라 밖으로 세상을 향한 그녀의 당당하고 희망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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