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작이란, 인내심과 기다림 그리고 정교함… 수학 세상에 ‘詩’를 입힐 수 있는 일”
입력 2021.12.17 09:46 | 수정 2023.06.02 15:53

루이비통 Louis Vuitton
미셸 나바스(Michel Navas)
루이비통 워치메이커 인터뷰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이 말은 아마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아는 라틴어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접한 이들이든, 고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가 처음 썼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든 ‘카르페 디엠’을 삶의 지표 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 ‘카르페 디엠’이 ‘시간’이라는 원천적인 단어에 도전장을 내밀며 기술적·예술적 충격을 선사했다.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 마스터 워치메이커인 미셸 나바스(Michel Navas)가 최근 한국을 찾아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루이비통 제공
루이비통이 새롭게 선보인 ‘땅부르 카르페 디엠’을 통해서다. 지난 4월 세계적인 시계들이 모여 최신 기술과 궁극적 예술을 신작을 선보이는 ‘2021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마니아들을 들썩였던 작품. 뱀, 해골, 모래시계 등 독특하고 파격적인 디자인부터 시선을 끈다. 과거 성당의 종탑에서 매시간 종을 치게 한 자크 마르를 현대적으로 접목해 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프레임을 두 개의 축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점핑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파워리저브 디스플레이, 오토마타 메커니즘 등 네 개의 컴플리케이션이 추가됐다. 중앙에 있는 뱀 머리가 들리면서 해골의 이마 부분 구멍으로 시간이 나타나고, 방울뱀 꼬리가 파워리저브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모래시계 아래에서 진동하며 분침 역할을 한다. 해골 눈이 있던 자리에는 루이비통의 상징인 모노그램 플라워가 나타난다. 해골이 웃음을 짓는 순간 ‘Carpe Diem’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시간을 전달한다. 분명 시계이지만 그 자체로 철학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탄생시킨 주인공이자 스위스 제네바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 마스터 워치메이커인 미셸 나바스(Michel Navas)까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전설적인 시계 디자이너 제럴드 젠타와 1980년대 7년간 함께 일하며 최상의 기술력을 익힌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7년 자신의 회사를 만든 뒤 2011년 루이비통이 이를 인수하며 루이비통과 함께 일하고 있다. 대를 이어 시계 제작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계 제작이란 인내심과 기다림, 정교함 등 정신적 육체적 노력과 극복이 필요하긴 하지만 수학의 세상에 시(詩)를 입힐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좋아한다”며 말을 이었다.
루이비통 땅부르 문 플라잉 뚜르비옹. 제품. 그중 ‘제네바 인증’ 사파이어 제품은 최고급 시계만 받을 수 있다는 제네바 인증을 받은 최초의 사파이어 시계다. 나바스가 “자신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시계 중 하나”로 꼽았다. /루이비통 제공
땅부르 카 르페 디엠. 루이 비통 시계 공방에서 개발 및 조립한 기계식 핸드와인딩 무브먼트인 LV 525 칼리버 사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로 구성된 자크마르 메커니즘으로 100시간 파워리저브. 세계적인 에나멜 페인터인 아니타 포르셰가 다이얼과 뱀, 치아 등 핸드페인팅 다이얼로 예술화 시켰고, 딕 스틴만이 다이얼, 뱀, 해골, 치아, 모래시계 등을 수공 조각으로 완성했다. 모래시계는 특히 곡면 유리로 구현해냈다.
―땅부르 카르페 디엠은 마치 마술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만큼 매우 복잡하면서도, 당신이 ‘수학에 시를 옮긴다’고 말한 것처럼, 마치 삶과 죽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워치 메이킹 업계는 시간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다 계산해야 하는 매우 수학적인 곳이다. 하지만 오토마타(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뜻하는 것으로 기계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말한다)에는 인간 세상(human World)이 담겨 있다. 모래시계도 또 다른 특징이다. 모래시계가 손목시계로 구현된 사실상 세상의 첫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카르페 디엠은 사실상 시계 그 이상이다. 시간을 알려주는 동시에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손목 위의 예술 작품(piece of art)이다.”
―마치 성경의 에덴 동산 같이 각종 유혹 같은 것도 연상시킨다.
“맞다. 정말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뱀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어떻게 보면 어둡고 슬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지어 해골도 웃고 있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두 개의 꽃도 피어 있다. 어둠 속에도 행복함이 담겨 있는 ‘happy watch’다. 무엇보다 ‘카르페 디엠’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말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순간을 즐겨야 한다.”
땅부르 스핀 타임 에어 비비엔. 여성용 하이 주얼리 시계로 점핑 아워 기능을 탑재했다.
―당신이 하는 일은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작은 시계 판 안에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하는 일이라 일상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매일이 즐겁다. 지금 이 순간만 봐도, 처음 방문한 한국을 알아가고 있지 않은가. 영화 ‘기생충’ ‘마더’ 등을 통해 이미 한국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도착 직전 내 딸이 ‘오징어 게임’을 반드시 보라고 강력히 추천할 만큼 전 세계를 들뜨게 한 문화적 강국이다. 나는 늘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고, 이를 내 직업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다. 시계판은 매우 작지만 이 작은 세계 속에 담긴 경험과 상상은 국경을 넘어 시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루이 비통에는 다양한 걸작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말 훌륭한 팀이 있다. 루이 비통이어서만 가능한 베스트 팀과 테크놀로지, 노하우로 예전에는 선보일 수 없었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루이 비통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카르페 디엠도 물론이고, 슈프림처럼 새로운 브랜드들과의 협업에 많은 사람이 감탄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당연히 위대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패션업계와 다르게, 워치 메이킹의 호흡은 매우 길다. 우리는 지금 2025~2026년에 선보일 시계를 만들고 있다. 3년 전에 구상한 카르페 디엠만 보더라도, 4035개의 컴포넌트를 디자인하고 배치하고, 손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 (time factor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시간을 만드는 사람들 아닌가. 하하. 회사 이름에도 정말 시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건강과 시간 두 가지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인데, 우리는 계속해서 시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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