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
글로벌 앰버서더 된 레드벨벳 슬기
‘2021 홀리데이 컬렉션’ 글로벌 캠페인 주인공으로 나서

버틴 자만이 꽃피울 수 있는 자신만의 아우라.
혹은 전쟁터 철의 장막을 뚫고 자라난 장미라고나 할까.
내재된 화려함에 앞서 실력을 다져나갔다.
몰입에 이은 몰입, 완벽에 완벽을 더해왔던 시간들.
재능으로 뒤덮인 날카로운 가시들은 경쟁이란 철망과 싸우며 카리스마를 키웠다.
흔들릴 때 마다 마음의 축을 다잡았다.
레드벨벳 슬기, 혹은 강슬기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공통점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SM엔터테인먼트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14년 레드벨벳으로 데뷔한 슬기는 그만큼 단단해 있었다.
이제 그는 세계적인 K팝 스타가 돼 글로벌 팬들 앞에 섰다.
이탈리아 보니토 작은 마을에서 14남매 중 11번째로 태어나 6살 때부터 신발을 배워 9살 때 처음으로 자신이 신발을 만들었던 페라가모.
이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페라가모와 슬기는 이렇게 닮아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노출됐지만 중심이 살아있는 사람은 유혹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슬기는 춤으로, 노래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중을 설득했다.
슬기가 했던 이야기 중 인상적인 문구가 있다.
“과거에 했던 인터뷰 중 바꾸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
‘그때의 슬기는 이랬구나’ 하면서 자신을 오히려 되돌아 본다는 것이었다.
슬기는 올곧은 자신을 찾아 매일 성장하고 있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1898년~1960년)는 어떤가. 어떤 이들에겐 인기 아이템인 ‘바라슈즈’ 등 리본 달린 슈즈 정도로만 기억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페라가모는 혁신 그 자체였다. “디자인은 모방해도 편안함은 모방할 수 없다”는 말을 창조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단지 이동을 위한 보호장비로서의 신발의 시각을 뛰어넘었다. ‘안식’을 주는 신발을 추구했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인류 해방을 추구한 혁신가였다. 가죽을 다루는 ‘장인’이기도 했지만 그는 UCLA에서 인체 해부학을 공부했고, 화학공학, 수학, 응용화학 등을 공부한다. 해부학을 연구하면서 사람이 똑바로 서 있을 때 발 중심 면적 4cm 정도쯤에 체중이 쏠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심 축을 찾아 신발 중앙에 철심을 박아 체중을 지탱해 신발의 모양을 살리고 피로를 줄였다. 신발에 인체 공학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패션사에 발명을 넘어선 혁명에 가까운 제품을 만든 것도 페라가모였다. 아티스트들은 흔히 최악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 최상의 창의가 피어난다더니 페라가모가 2차대전 당시 내놓은 웨지 샌들(1938년)이 그랬다. 전쟁 때문에 강철이 모자라자 라피아 코르크를 이용해 밑창과 굽을 만들었다. 지금 봄 여름이면 쉽게 볼 수 있는 인기 아이템인 웨지힐이 세계 최초로 페라가모 손에서 탄생했다. 페라가모는 이후에도 각종 신발 제작 기법을 탄생시키며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신발을 창조시켰다.
팬들이 레드벨벳 슬기를 가리켜 무대 위와 무대 밖의 차이가 크다며 ‘갭차이’를 말하기도 한다. 평소엔 마냥 순수하고 귀여운 아기곰같기만 한데, 무대 위에선 몽환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눈빛과 서늘하다가도 따스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관중을 단번에 매혹시켜버린다. 겉에선 단순하고 매끈해 보여도 그 안에 수많은 인체공학적 비밀과 장인들의 비법이 담긴 페라가모의 복잡다단한 ‘갭차이’ 역시 슬기와도 닮아있다. 무대에서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나비 같은 슬기. 발에 신겼을 때 날아갈 듯 나비처럼 만들어주는 페라가모. 거의 100년 차이의 둘에게 ‘노력하는 천재’라는 같은 별명이 붙은 건 우연이 아닌듯하다.
한 세기 지나 신발을 넘어 의상, 가방, 액세서리, 향수 등 토털 브랜드로 확장한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지난 6월 글로벌 앰버서더로 슬기를 임명했다. 단단하고, 중심이 살아있는 슬기에게서 초창기 페라가모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페라가모와 슬기의 인연은 지난 20AW 컬렉션 때부터 시작됐다. 21SS 컬렉션 화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예술적 영감과 미감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레드벨벳 슬기, 아티스트 강슬기로서 중심잡힌 철학과 예술적 미학을 페라가모가 알아보았고, 슬기 역시 패션사의 혁명가이자 발명가이자 창의력의 산증인인 페라가모가 현대적인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다시한번 패션사에 혁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된 것에 대해 레드벨벳 슬기는 “페라가모의 우아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였던 컬렉션과 글로벌 영화감독들과 협업한 캠페인도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며 “앞으로 페라가모와 함께할 멋진 활동들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눈빛이 매력적인 슬기를 앞세운 페라가모는 이번 ‘2021 홀리데이 캠페인’을 통해 ‘우정의 온기’를 선사한다. 코로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36.5도를 느끼기 어려웠던 그간의 시간을 훌훌 털고 인간미를 느끼자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한국 중국으로 연결되는 에피소드로 두번째 에피소드인 한국판은 주인공 슬기가 이탈리아 친구들로부터 비밀스러운 초대장을 받으며 시작한다. 전통적 한옥 스타일 집에 모여 슬기의 친구 요요, 제니, 태준이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밤새 영화를 함께 보는 ‘무비 나이트’를 통해 그들만의 ‘홀리데이’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주도해 제작한 캠페인이지만 한국 고유의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탈리아 측에서 이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특별히 한옥과 한국의 정서가 느껴지는 무대를 꾸몄다는 후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순간. 슬기가 건네는 자연스러운 웃음은 사랑하는 연인을 대변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타국에서 코로나로 어쩔수 없이 떨어져야 했던 가족을 떠올리기도 한다. 화려하면서도 애틋하고 끈끈하면서도 지성적인 슬기의 목소리처럼 각각의 이미지는 영화의 전신인 ‘활동사진’처럼 강력한 연결고리로 맺어진다. 홀리데이 캠페인 속 ‘무비나이트’에 상영되는 영화 ‘살바토레 슈메이커 오브 드림(Salvatore - Shoemaker of Dreams)’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어느새 우리는 ‘가죽’에서 새로운 삶을 꿈꿨던 6살 꼬마 페라가모의 ‘드림’ 속 주인공이 되어 있고, ‘아이돌’이란 세계를 상상하며 춤과 노래를 사랑한 중학교 1학년 슬기의 ‘드림’ 속에 놓여 있다.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춤을 추곤 했다는 슬기, 야간 대학에 다니며 밤을 새가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페라가모. 남을 좇지 않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 이들. 창조와 혁신의 출발은 열정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있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이 남긴 따스한 온기를 즐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