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시계 제작자이자 시계 제작자들의 왕”… 트래디션에 혁신·예술을 더하다
입력 2021.10.22 09:58 | 수정 2023.06.02 15:57

브레게
2021 신제품 마린 컬렉션·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브레게 마린 5547. 골드 소재 선버스트 블루 다이얼로 로마 숫자 인덱스를 갖췄다. 3시 방향에 알람 서브 다이얼, 9시 방향에 타임존 디스플레이. 12시 방향에 알람 작동창, 6시 방향에 날짜창이 있다. 고유 번호와 브레게 서명이 있다. 가죽 스트랩은 러버 또는 티타늄 브레이슬릿으로도 출시됐다. 골드 소재 슬레이트 그레이 엔진-터닝 다이얼이 장착된 18K 로즈 골드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브레게 제공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의 로고를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아마 ‘시계 마니아’라고 찬사를 받을 것이다. 1775년 창립된 브레게의 유구한 역사를 꿰뚫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한 줄이면 브레게에 대한 통찰력을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왕들의 시계 제작자이자 시계 제작자들의 왕 (the watchmaker of the kings; the king of the watchmakers).” 이전부터 브레게를 사랑하고 착용해온 애호가 뿐만 아니라,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브레게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의 오차를 최소화 하는 장치) 전시를 통해 브레게의 역사를 접한 이들이라면 좀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천재 창작가’이자’’발명가’, ‘천체 과학자’이자 시대를 앞서간 ‘기술자’이며 미래를 내다봤던 ‘혁신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1747~1823)가 설립한 것이 브레게이자, 이는 곧 시계 혁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브레게는 시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다.
올해 브레게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클래식’에 한번 더 경의를 표하면서 전진해 나간다. 브레게를 대표하는 모델 마린 컬렉션과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트래디션 컬렉션에 새로움을 더한 버전을 선보였다. 마린 컬렉션의 경우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만큼 인기. 레인 드 네이플은 눈부신 화려함을 더했다. 특허와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트렌드의 물결 위에서 예술로 빚은 조타수 키를 움직이며 항해해 나가는 것이다.
모험과 정복을 상징하는 마린 컬렉션
해양·항해 분야에서 과학적 도구로 사용되었던 과거의 타임피스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인 마린 컬렉션. 2017년에 출시되었던 마린 라인에서 진화를 거듭한 차세대 버전은 스포티한 세련미를 더했다. 올해 선보인 제품은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의 로즈 골드 버전과 블루 다이얼의 티타늄 버전을 새롭게 추가했다. 첫 번째 5517 모델은 세 개의 핸즈 디스플레이와 날짜 표시 기능을 갖춰 깔끔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40mm 직경. 11.50mm 두께로 10bar(100m) 방수 기능이 있다. 55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이 있다.
5527 모델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장착됐고, 대형 센트럴 핸드(가운데 시계 바늘)로 측정된 시간을 표시한다. 42.3 mm 직경. 13.85 mm 두께. 10bar(100m) 방수 가능을 갖추고 있다. 3시와 9시 사이에 위치한 세 개의 카운터는 분과 시, 스몰 세컨즈를 완벽하게 나타내 가독성이 좋다. 48시간 파워 리저브. 5547 모델은 알람 기능과 세컨드 타임존을 갖추고 있다. 40 mm 직경. 13.05 mm 두께. 5bar(50m) 방수로 36개 주얼리로 돼 있고, 45시간 파워 리저브다. 세 모델 모두 별도의 창을 통해 날짜를 표시하는 것도 장점이다. 또 로마 숫자를 갖춘 아워 챕터, 야광 도트, 야광 코팅한 골드 소재의 각을 낸 브레게 문팁 핸즈, 그리고 섬세한 마린 디테일의 센트럴 핸드를 갖추고 있다. 티타늄 브레이슬릿 뿐만 아니라 가죽 또는 러버 스트랩도 출시됐다.
마린 컬렉션은 매해 기술적 진화를 선보인다. 2018년엔 티타늄을 도입했다. 해양 환경 특유의 염분이 있는 공기와 부식에 강할 뿐만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견고하다. 해양을 테마로 한 마린 라인에 매우 이상적인 소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부터 현대적인 면을 강조하는 티타늄 브레이슬릿도 함께 선보였다. 티타늄 마린 모델에 수공 선버스트(주변은 짙고 중심부분으로 흐려지는 것) 피니싱 다이얼을 장착했다. 매우 미세한 라인이 카르투슈(cartouche·장식 디자인에서 양쪽 끝이나 한쪽 끝이 말려 올라간 모양의 무늬로 보통 그 안에 글자나 문장을 배치한다)에서 다이얼 가장자리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타임피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색감으로 마감돼 컬렉션에 대한 헌사를 보냈다.
마린 컬렉션 하면 떠오르는 기요셰(노끈을 꼬은 듯한 문양을 새겨놓는 것) 디테일 역시 강화됐다. 로즈 골드 모델은 오리지널 모델을 탄생시켰던 영감을 가득 반영했다. 바다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선박의 둥근 창(porthole)을 닮은 골드 다이얼에는 파도 형태를 간직한 기요셰 패턴을 더한 것. 다이얼의 다양한 인디케이터(시간 등 각종 정보를 알리는 것)와 매우 정교한 디자인을 강조해 주는 기요셰 패턴은 슬레이트 그레이 톤으로 세공돼 로즈 골드의 깊이감과 한층 대비된다. 새로운 모델의 칼리버 역시 전적으로 브레게 인하우스에서 설계됐으며, 세 가지 셀프 와인딩 칼리버는 6개의 다른 위치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브레게의 기술력과 정확성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다. 자성에 대한 저항력 등의 다양한 특성을 지닌 실리콘 소재를 사용했고, 세 모델에는 모두 골드 소재 로터가 탑재됐다.
브레게 레인 드 네이플 8938. 161 개의 브릴리언 트 컷 다이아몬드 (약 1.82 캐럿)를 세팅한 베젤, 1 개의 브리올레트 다이아몬드(약 0.26 캐럿)가 세팅된 크라운, 384개의 다이아몬드(약 0.89 캐럿)를 스노우 세팅한 골드 다이얼 등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오렌지 레더 스트랩을 갖춘 로즈 골드 버전. /브레게 제공
여왕의 화려함 레인 드 네이플8938
이번 신제품은 ‘눈부시다’는 말 자체일 것 같다. 안그래도 마니아 층을 양산하고 있는 레인 드 네이플 라인인데, 극도의 화려함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새롭게 선보인 레인 드 네이플 8938은 섬세한 스노우 세팅으로 장식한 다이얼로 보석 그 자체로 보인다. 물론 브레게 특유의 혁신은 기본이다. 블루 스트랩이 장착된 화이트 골드 버전과 오렌지 스트랩이 장착된 로즈 골드 버전으로 돼 있다. 색상의 조화 역시 보는 이의 심미성을 자극한다.
브레게 창업자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시계는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 콩도르세 후작 부인, 조세핀 황후와 같이 전설적인 인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중 나폴레옹의 여동생인 카롤린 뮤라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다. 브레게는 그녀를 위해 1812년 당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손목시계를 최초로 제작했다. ‘특허 왕국’ 브레게로서 ‘최초’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원형을 벗어난 타원형의 모습은 지금도 수많은 다른 브랜드에서 비슷하게 구현되는 전설 그 자체다.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탄생의 순간이었다.
이번 제품은 보석 세공의 확장된 모습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계로 옮겨오면 이는 훨씬 더 복잡한 일이다. 타임피스(시계)를 진귀한 젬스톤으로 장식하는 제작방식은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워치메이킹 전통. 탁월한 기술력과 끊임없는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다. 동심원 방식의 전통적인 세팅과는 달리, 스노우 기법은 다양한 크기의 젬스톤으로 다이얼을 커버해 세팅 소재가 최소한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한다. 그만큼 스톤을 고르는 것부터 세팅작업, 크기를 맞추는 모든 일 하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이다.
총 3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로 그 자체로 빛나는 레인 드 네이플8938. 384개의다이아몬드(약0.89캐럿)를스노우 세팅한 골드 다이얼6시 방향에 자리잡은 천연 화이트 마더 오브 펄(자개) 소재의 오프센터 아워챕터가 돋보인다. 다이얼 위 에서는 전통적인 브레게 뉴머럴 인덱스와 함께 클래식한 문팁핸즈가 장차됐다. 화려함에 한층 생동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다이얼플랜지, 161개의브릴리언트컷다이아몬드(약1.82캐럿)를 세팅한 베젤,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러그에도 젬스톤이 세팅돼 있고, 크라운에 자리잡은 브리올레트(briolette·먹는 배 모양의 독특한 컷으로 일종의 물방울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좋다·약0.26캐럿) 컷 다이아몬드 역시 시계와 보석을 다루는 브레게만의 커팅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장인 정신의 결집체다. 메커니컬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비롯해 이스케이프먼트 및 실리콘밸런스스프링이 탑됐다. 브레게 장인들이 구현한 엔진터닝 플래티넘 로터가 장착된 무브먼트로 완성됐다. 36.5 x 28.45mm. 3bar(30m)까지방수가능. 고유번호와 브레게 서명이 있으며 45시간파워리저브 기능이 있다.
다이얼에 무브먼트 전체가 드러나는 트래디션 7035
또 한번 혁신이다. 브레게는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트래디션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최초로 다이얼에 무브먼트 전체가 드러나는 타임피스를 제작했다. 1/88부터 88/88까지 개별 번호가 부여된 88피스의 리미티드 에디션. 브레게 측은 “가장 수준 높은 워치메이킹 예술을 향한 찬사이자 하우스의 역사를 고스란히 구현한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제작한 서브스크립션 워치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것.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칼리버의 구조가 특히 돋보인다. 새로운 트래디션 7035는 12시 방향에 장착된 오프셋 다이얼을 비롯해 컬렉션의 모든 특징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얼에선 모든 무브먼트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감상이다. 천연 화이트 마더 오브 펄 소재의 아워 챕터. 무브먼트는 로제트 모티브가 돋보이는 중앙 배럴 주위에 세팅돼 전통적인 브리지와 휠, 파라슈트, 밸런스 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노우 세팅 기법이 적용됐다. 74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192캐럿)을 파베 세팅한 골드 다이얼과 19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456캐럿)를 파베 세팅한 골드 플레이트, 브리지에 사용된 18K 골드에는 소재가 최소한으로 보이도록 다양한 사이즈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트래디션 7035의 베젤에는 6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819캐럿)로 화려함을 더했다. 2개의 루비 및 7개의 핑크 사파이어(약 0.03캐럿)가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레트로그레이드 세컨즈 인디케이터가 눈에 띄고 크라운에도 루비를 세팅했다.
37mm 직경. 3bar(30m)까지 방수 가능하며 50시간 파워 리저브. 25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124캐럿)를 세팅한 18K 로즈 골드 핀 버클로 된 레더 스트랩으로 돼 있다.
①브레게 마린 5517을 완성하는 단계.
②브레게 마린 5547의 섬세한 제작 과정.
③브레게 트래디션 7035의 다층적인 측면.
④타원형 다이얼의 시대를 연 레인 드 네이플의 올해 신작인 8938.
⑤브레게 트래디션 7035. 74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192캐럿)을 파베 세팅한 골드 다이얼에 모든 무브먼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⑥레인 드 네이플 8938. 블루 레더 스트랩에 블루 스틸 소재의 브레게 오픈 팁 핸즈가 눈에 띈다.
⑦브레게 마린 알람 뮤지컬 5547. 섬세하게 홈이 파인(fluted) 케이스밴드를 갖춘 18K 로즈 골드 소재 케이스에 18K 로즈 골드 브레이슬릿 제품이다.
⑧브레게 마린 크로노그래프 5527. 티타늄 소재 케이스백과 브레이슬릿으로 돼 있다. 3시 방향에 미닛 카운터, 6시 방향에 아워 및 9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날짜창이 있다.
⑨브레게 마린 5517. 해양 코드에서 영감을 받은 센트럴 세컨드 핸드에 3시 방향에 날짜 표시가 돼 있다. 골드 소재 선버스트 블루 다이얼이 장착된 티타늄 버전으로 러버 스트랩 제품. 18K 로즈 골드 소재 케이스에 가죽 또는 18K 로즈 골드 브레이슬릿으로도 출시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