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품질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 지난 40여년간 브랜드 가치를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어”
입력 2021.10.22 09:38

짙은 초록빛이 사이사이 스며든 녹색 정원 속에 빨갛고 노란 물고기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파란 물결을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듯한 수초 사이를 뚫고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였지만, 청정한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는 듯했다.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에 선보인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2021 리미티드 에디션’ 팝업 스토어. 폴란드 아티스트인 엘즈비에타 라지비우가 디자인한 병(bottle)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슬리 제공
최근 찾은 서울 영등포구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백화점 한 층을 거의 정원처럼 구성한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의 대형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 있었다.
31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팝업 스토어는 시슬리의 아이코닉한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2021 리미티드 에디션을 위해 설계된 곳이다. 폴란드 아티스트인 엘즈비에타 라지비우와 올해로 4년째 손잡았다. 그녀의 감각이 살아있는 보틀(bottle)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시슬리를 사랑해준 대중에게 바치는 예술적 헌사이기도 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한곳인 ‘아시아’를 모티프로 아시아에서 만났던 마법같은 정원,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들, 그리고 무성하고 푸르른 정글과 해저를 찬미했다. 시슬리 코리아 측은 이를 확장해 거대한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세상을 구현해냈다. 팝업 스토어를 찾는 이들은 센텔라 아시아티카, 인삼, 로즈마리, 홉, 그리고 쇠뜨기풀 등 에뮐씨옹 에꼴로지끄를 이루는 식물추출물의 일부가 된 듯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 보였다.
니콜라스 체스니어 시슬리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가 최근 ‘더현대 서울’ 5층에 선보인 시슬리 팝업 스토어를 찾았다. 그는“한국의 생동감이 세계 문화계에 다양한 색채를 입히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투명한 피부결에서 영감받은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시슬리 제공
니콜라스 체스니어 시슬리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 인터뷰
31일까지 선보이는 시슬리 2021 리미티드 에디션 팝업 스토어 ‘사운즈 포레스트’ … ”철학 나누고 이해할 수 있는 전시공간”
지난 1980년 탄생한 에뮐씨옹 에꼴로지끄의 탄생 41주년과 2021 리미티드 에디션 팝업 스토어를 기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니콜라스 체스니어 (Mr. Nicolas Chesnier) 시슬리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를 만났다. 2004년 10월부터 시슬리 아시아 퍼시픽 지역 매니징 디렉터를 역임하면서 일년에도 수차례 한국을 오갔던 그였지만 코로나 시국에 거의 2년 넘게 찾지 못했다던 그였다. “너무나 완벽한 장소”라면서 “단순히 팝업 스토어라기 보다는 일종의 시슬리의 철학을 함께 나누고 이해 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시슬리는 단지 제품만을 팔기 위해서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이윤만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시슬리의 가진 가치관의 많은 부분을 벌써 포기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식물과 자연에서 해법을 찾는 창업자의 철학에 맞게 우리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시슬리는 전진하고 있습니다. 팝업 스토어 역시 코로나 시국을 극복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가려는 시슬리의 도전과 시도를 담았습니다.”
―코로나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시슬리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에 위기를 가져왔지만 반면 일부 생각의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시킨 점도 있다. 마스터클래스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하면서 좀 더 많은 대중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도 있게 됐다. 국경이 폐쇄됐지만 역으로 국경을 넘는 일이 거꾸로 자유로워졌다고 개념을 바꿔볼 수도 있다. 그 사이에 좀 더 확고해 진 것은 디지털 시대라지만 역시 우리들은 ‘인간적인 만남’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뷰티 컨설턴트의 역할이 코로나로 많이 축소됐지만 앞으로 뷰티 컨설턴트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전문화되고, 더 다양화되고, 더 만나고 싶어한다. 우린 이 시국을 ‘뉴노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보다 더 좋은 제품을 현명하게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생각의 재편을 하고 있다.”
―시슬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뚜렷한 강자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결집하려 한다. 처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시슬리는 프랑스에서 문을 닫지 않은 유일한 화장품 회사였다. 많은 곳들이 공장을 닫고 매장을 철수했지만 우린 연구 개발실을 계속 열어놓고 끝까지 연구와 개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필립 도르나노 시슬리 회장은 현장에 계속 나왔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면 우리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 코로나 위기에서 시슬리라는 브랜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회사 종업원들에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었다. 그 덕에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다!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진다는 말, 그림자가 있어야 빛이 보인다는 말을 이번에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
―위기 속엔 비전있는 리더가 돋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강점은 우리가 하려고 했던 분야에 계속 남아있고 이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시슬리는 ‘피토테라피(phytotherapy·약용식물요법)’ 화장품의 선구자다. 그 당시에는 그 방법이 최상일 것이라는 직관(intuition)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지난 40년간을 뒤돌아 볼 때 우리의 선택이 최고였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경쟁 브랜드 속에서도 우리는 도도하게 살아남아 있고, 우리의 가치를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 때때로 브랜드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 일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슬리는 일관적(consistent)인 정책으로 타협하지 않았다.”
에뮐씨옹 에꼴로지끄는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제품 사용 전, 사용해도 좋다. /시슬리 제공
―동서양, 남녀 피부 결이 다를 수 있는데 제품은 한가지로 나온다.
“남성들이 물론 더 피부결이 두꺼울 수 있지만. 피부 생리학(physiology)적인 측면에서는 인종과 남녀에 상관없다. 그래서 우리가 노화와 주름, 다크 스팟 같은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주름을 생각할 때 침대 매트리스 생각하며 된다. 어떻게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릴 때처럼 매트리스 스프링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한가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언제나 출발점은 피부 생리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화학자, 생리학자, 환경학자 등 다양한 과학자들이 연구소에 포진돼 있다. 어떻게 피부가 악화되고, 어떤 환경 변화에 따라 피부가 변화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임신이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피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한다. 고농축이면서 가벼운 질감이면 피부 흡수를 도울 수 있고 시슬리 역시 최대한 가벼운 발림성을 추구한다.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중요한 건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피부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품이 잘 스며들 수 있다.”
―고가 제품군으로 선보이는 것도 일종의 마케팅 아닌가?
“피토테라피, 피토 코스메톨로지를 연구하면서 하이엔드, 최고급 제품을 선보이려면 연구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다른 합성(synthetic) 원료 등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슬리에겐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길이다. 제대로 농축을 하고 성분을 추출하면서 고급 성분 제품(하이엔드)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윤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것이 다른 화장품과 시슬리의 근본적인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추출 요법을 이용하는 비슷비슷한 화장품들도 많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슬리의 명성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필립 도르나노 시슬리 회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연구조사(리서치)팀을 만난다. 테크니컬 팀을 비롯한 리서치 팀을 만나 항상 연구하고 트렌드를 분석한다. 오너가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리서치 팀을 만나는 건,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정말 드문 일이다. 연구조사자들이 독특한 발명가나 과학자는 아니더라도 기획하고 계획하고 결정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매주 중요한 일을 한다. 이게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점이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또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우리는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 항상 돌파하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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