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이라 잣대가 더 박한 것일까…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보이는 것일까…
[THE BOUTIQUE 편집장 레터]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9월 유엔 총회 무대에 선다.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이다. 매년 9월 열리는 유엔 총회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일반토의를 비롯해 국제사회 각종 이슈를 논하는 부대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청와대 측은 “특별사절 임명은 국민의 외교 역량 결집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혀 나가고자 하는 공공외교의 일환”이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탁월한 활동을 펼치는 민간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이슈를 주도하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총회 등 주요 국제회의에 참석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할 다양한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또 환경, 빈곤과 불평등 개선, 다양성 존중 등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을 촉진할 다양한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국경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활동하는 BTS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전 세계 청년 세대를 대표하고 있다. BTS보다 더 잘 어울리며 더 잘해낼 이가 누가 있을까 싶다. ‘대통령 특사’라는 그 자체는 ‘영광’이겠지만, 이쯤 되면 청와대가 ‘묻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문화 예술인이 만들어내고 있다. 우린 ‘BTS 보유국’ ‘봉준호 보유국’ 이다. 우리가 만들면 세계가 보고 즐긴다. 문화예술계의 질적인 성과를 계측화하기 어렵다지만 문화 올림픽이 있다면 연속 금메달로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고 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룬 업적에 비해 문화 예술인에 대한 평가는 박해 보인다. 등이 굽는 줄도, 손가락 지문이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피·땀·눈물 흘려가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우리나라를 일궈나갔다면 문화 예술인들은 우리의 긍정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BTS에 대해 군 면제를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쉴새 없이 나오는 것도 민간 외교관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을 ‘아이돌’이라 불러서일까. 우상이기 때문인지, 질책은 다른 분야보다 강한 것 같다. 정치인들은 학교폭력 가해자였어도, 성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다시 등장한다. 언론 인터뷰나 회고록 같은 데서 슬쩍 한번 ‘반성하는 듯’ 지나가는 정도다. 누가 용서한 걸까.
BTS가 비틀스였다면, 우리는 어떤 대서특필을 하고 있었을까. 세계를 점령했다며 역사를 바꿨다며, 다양성의 시대와 세계관의 서사를 열었다며 쓰고 또 쓰고 있을 것 같다. BTS의 음악성이 저평가되고 있다며, “왜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파하는 외신들을 보고나니 더욱 그렇다.

‘우리의 것’이라 잣대가 더 박한 것일까.
결은 좀 다르지만, 외신을 보다 국내에서 인수한 MCM이란 브랜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 보이밴드 ‘조너스 브러더스’ 삼형제의 뒤를 이은 넷째 동생인 배우 프랭키 조너스가 브랜드 홍보 대사가 됐다는 것이었다. 2000년생으로 소위 말하는 Z세대. 요즘 틱톡에서 200만 팔로워를 모으며 인기 스타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으로, 우리에겐 어느덧 ‘중년’ 브랜드 같았던 MCM이지만 Z세대들에겐 새로운 브랜드로 꼽힌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올해 미국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1~5월) 대비 130% 성장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미국 대표 럭셔리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 입구 메인 쇼윈도에서 ‘빈티지 모노그램 자카드 캡슐 컬렉션’을 전시하기도 했다. 미국 백화점은 바이어들이 직접 물건을 사는 직매입 방식이기 때문에, 쇼윈도는 백화점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만큼 쇼윈도에 입성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존심과 독일의 감성이 담긴 MCM이다. 독일에서 탄생했고, 현재 독일 출신 디르크 쇤베르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럽 감성을 더한다. 수많은 해외 브랜드 중에서 출신은 유럽이었으나 주인을 따지면 중동,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사모펀드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보이는 것일까. 세계인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섬세하고 세련됐으며 꼼꼼하다고. 세계가 인정하는 것을 우리는 왜 애써 외면하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