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V”……… 완판은 기본, 진정한 영향력 K팝스타
입력 2021.03.26 10:03

자고 일어나면 또 늘어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숫자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하기사 요즘 뉴스를 보면 긍정적인 걸 좀처럼 찾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이번엔 긍정적인 소식이다. 바로 국내 스타들이 연이어 글로벌 브랜드의 공식 앰버서더로 임명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MZ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가 국내 스타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K팝 스타들을 비롯한 국내 스타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증거다. ‘테스트 베드’로서 한국을 이용하던 시절에서 지나, 한국 스타들이 지닌 막강한 팬덤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문화가 더욱 중요해진 요즘 ‘떴다 하면’ 세계에 이목이 쏠리는 한국 스타에 해외 명품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①버버리 앰버서더인 백현이 버버리 로고가 새겨진 가방과 의상으로 세련됨을 과시했다. ②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1MM 제품을 착용한 글로벌 앰버서더 현빈. ③맥퀸 앰버서더 전지현이 2021 봄여름 컬렉션에서 스컬프추럴 미니 주얼 사첼을 선보이고 있다. ④발렌티노의 새로운 글로벌 광고 캠페인 ‘발렌티노 디바스(DI.Vas)’ 모델이 된 배우 손예진.
구찌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엑소 카이(Kai)는 최근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총괄 디자이너와 협업해 카이 이름을 내건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카이가 가장 좋아하는 테디베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다. 캡슐 컬렉션이란 특정 시기마다 발표하는 컬렉션 대신 작은 규모로 특별하게 발표하는 컬렉션을 말한다. 주로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때 자주 선보이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 한국 앰버서더로 이름을 알린 카이는 이듬해 구찌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되면서 전세계 할리우드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인 최초로 구찌 아이웨어 글로벌 모델에 2년 연속 발탁되는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디자이너와의 든든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까지 선보이게 됐다.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카이를 향해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카이의 표정은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반응을 이끌어내는 매혹적인 힘을 지닌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완판’은 기본. 25일까지 판매됐던 이번 캡슐 컬렉션에서도 일부 제품은 정식으로 선보이기 전에 예약판매를 통해 완판 되기도 했다. 엑소의 백현은 버버리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고, 엑소 세훈 역시 디올 남성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등 엑소 멤버들의 세련된 이미지가 해외 브랜드를 사로잡고 있다. 샤넬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제니는 국내외에서 ‘인간 샤넬’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최근 솔로곡을 발표한 로제 역시 생로랑의 앰버서더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태국 국적의 블랙핑크 리사는 셀린느와 불가리 등의 앰버서더로 역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방시는 신예 에스파를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찾는 K팝 스타인 BTS의 경우 루이비통 남성 2021 가을겨울 패션쇼의 온라인 초청을 받은 장면이 일주일도 안 돼 1억500만회를 넘기는 등 브랜드 사상 최고의 조회수를 올린 바 있다. BTS의 독점영상 예고에 루이비통의 유튜브 공식 계정 구독자 수는 하루 만에 20만명이 늘어났다.
샤넬 앰버서더로 2021/22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기념한 사진시리즈를 작업한 블랙핑크 제니.
K팝 스타 못지않게 글로벌 브랜드를 사로잡은 것이 K드라마 스타들. 넷플릭스등 글로벌 OTT를 통해 K드라마를 본 해외 팬들이 급격히 늘면서 국내 배우들의 위상 역시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유럽에선 K드라마 시청량이 전년대비 2.5배나 늘었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이자 이후 공식 연인으로 발전한 현빈과 손예진을 비롯해 군 제대 후 복귀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으로 이전보다 더 폭발적인 매력을 선보인 김수현 등이 대표적이다. 현빈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됐고, 김수현은 지난해 스위스 시계브랜드 미도의 한국 앰버서더로 활동한 데 이어 최근 아시아 앰버서더로 그 보폭을 넓혔다. 김수현이 착용하고 나온 제품은 판매가 치솟으면서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판매량을 계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송혜교 역시 쇼메 아시아퍼시픽 앰버서더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펜디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전지현 역시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알렉산더 맥퀸의 앰버서더가 됐다. 우아하면서도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모습이 해외 팬을 사로잡고 있다.
배우 손예진은 발렌티노의 글로벌 광고 캠페인인 ‘발렌티노 디바스(DI.VAs)’ 모델로 발탁됐다. ‘디바’라고 하면 오페라에서 최고 각광을 받는 프리마돈나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여기서의 디바는 ‘DI.fferent VA.lues’의 줄인 말이다. 발렌티노 측은 “다름을 인정하고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며 낭만적이면서도 공감하는, 지적인 태도를 포함하는 걸 추구한다”면서 문화 앰버서더로 손예진의 가치를 높이 샀다. 발렌티노는 이번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면서 아시아를 강조했다. 한국의 손예진, 일본의 고우키, 중국의 관효동을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견해,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최근 들어 일부 해외에서 잇단 아시아 혐오범죄가 발생하는 데에 대해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구찌 글로벌 앰버서더인 엑소 카이(김종인)가 선보인 ‘구찌X카이 협업 컬렉션’ 제품.
그 어느 때보다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이러한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다.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숫자는 하나의 예시일 뿐 진정한 ‘영향력’을 가늠할 완벽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수년간 학습을 통해 알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것이 ‘MIV(Media Impacted Value·미디어 영향 가치)’다. 미국 뉴욕의 럭셔리 마케팅 플랫폼이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론치메트릭스(LaunchMetrics)가 선보이는 것으로 하면 해외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에 등장해 어떠한 청중(audience)에게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에 대해 계산하는 것이다. 미디어 자체의 영향력과 콘텐츠 품질, 실제 바이럴(입소문) 현황 등 다각도로 고려해 추출해낸다.
론치메트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핑크 지수가 등장한 디올 2021봄·여름 쇼의 게시물은 61만4000달러(약 6억9000만원)의 MIV(Media Impacted Value)를 창출했다. 이는 디올의 2020 가을 쇼에서 가장 성공한 게시물로 꼽히는 것의 두배가 넘는 가치다. 디올은 이를 통해 MIV 측면에서 루이비통과 샤넬을 제치고 최상위 브랜드로 올라섰는데, 그 중심에 지수 관련 게시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디올은 지수와 협업한 이후 평균 MIV가 33%나 증가했다. 이 결과 디올은 지난 3월 지수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했다. 디올 측은 “지수가 디올의 현대적인 비전 그리고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열정적인 창의성과 결을 같이하는 특별하고 대담한 매력을 가졌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MIV(Media Impacted Value)’ 파워를 주도하는 한국 스타들의 이름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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