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현실의 단상 그리고 현대 도시의 재해석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20년 11월 27일부터 2021년 1월 17일까지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시프리앙 가이야르’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필름과 비디오, 사진과 조각,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어 온 작가는 문명과 자연, 숭고와 하위문화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엔트로피에 주목해 왔다. 그는 역사와 지리를 관통하는 방대한 시공간의 탐험을 통해 동시대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안함으로써 오늘날 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진 아티스트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유목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 세계를 탐험하며 작업하는데 지리적 기반 위에 존재하는 과거 문명의 유적들과 그 위에 덧붙여져 현대적 유물이 되어가는 모더니스트 건축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소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현대 도시에 주목해 왔다. 그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 내는 풍경을 포괄적으로 ‘도시적 폐허’로 간주하며 그 원인인 시간의 침식과 문화적 식민주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와 인간의 치기 어린 야만성 등을 폭로한다. 그러나 도시적 폐허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다분히 양가적인 것으로 19 세기 낭만주의에서 드러난 폐허에 대한 매혹과 본인 스스로 청소년기에 탐닉했던 하위문화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흑백논리로 규정할 수 없는 현대적인 삶의 복합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2월 초 코로나19로 첫 번째 국경 봉쇄가 있기 직전 마지막 로스앤젤레스 여행에서 이중 노출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23점과 조각 오브제인 신작 벤치 2점, 그리고 작가 작품 세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초기 작품인 〈호수 아치〉(2007)와 〈황금과 거울의 도시〉(2009)도 함께 선보인다. 멕시코의 휴양도시 칸쿤에서 촬영한 〈황금과 거울의 도시〉(2009)와 짧지만 치명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호수 아치〉(2007)는 20 대 후반이었던 작가가 통찰했던 문명과 현실에 대한 단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23점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LA 도시 전역의 주류 상점과 식물군을 이중노출로 중첩시킨 작품들로 폐허와 자연의 범람을 상징화한다.
시프리앙 가이야르는 ‘The Marcel Duchamp Prize(2010)’, ‘Prize of National Gallery for Young Artists, Hamburger Bahnhof, Berlin(2011)’등을 수상했으며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