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0년을 꽉 채웠던 숫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깜깜해진 도시 속 저 멀리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휑뎅그렁한 기분 마저 들지만, 그래도 연말 아닌가. 연인 가족 친구들이 서로를 기념하고 싶은 마음까지 희미해지는 건 아니다. 멀어진 거리만큼 우리는 흔쾌히 곁을 내어주는 온기를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한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를, 혹은 그녀를 향한 마음, 무엇을 고를지 생각하면서 떠올리는 그 사람의 모습, 설렘 가득 즐거웠던 기억에 절로 발그레해지는 두 볼, 모든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물건을 사러 가는 길, 그 사람의 표정을 생각할 때 절로 나오는 콧노래 그 모든 게 합쳐진 것이 하나의 선물이다. 이 지면을 보면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그에게, 그는 당신에게 그 자체로 선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