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복잡·초고가 시계를 가리켜 ‘역작’(masterpiece)이란 수식어를 달곤 하지만, 지금부터 당신이 보게 될 작품은 기존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역작이 될 것 같다. 1755년 설립된 스위스 고급 시계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이 프랑스의 자존심 루브르 박물관과 손잡고 선보이는, 전 세계 단 하나의 맞춤형 ‘캐비노티에(cabinotier·특별한 주문 제작 시계) 타임피스’다.
‘전 세계 단 하나’ ‘고객 맞춤형’ 같은 설명을 단 제품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에 대한 철학적인 깊이를 더하며 예술과 기술 그 이상의 시계를 선보였던 바쉐론 콘스탄틴의 선택은 지금껏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또 할 수 없었던 역사적인 기록이다. 바로 루브르의 미술품 그대로를 축소해 시계로 옮겨 놓는 작업이다. 구매자가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미술품 중 하나를 직접 고르면 이를 미니어처 에나멜(캔버스에 그림그리듯 명작의 축소판을 시계 다이얼 위에 에나멜 페인팅을 하는 고도의 기법) 또는 그리자이유 에나멜(흑백 또는 단색으로 농담을 표현하는 기법)로 재현하는 비스포크(고객 취향에 맞게 제작하는 것) 작품이다. 루브르가 인증한 공식 미술품 복제로 한 마디로 ‘명작’을 품은 ‘명품’ 시계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기존과 또 다른 ‘역작’인 것은 판매 수익금 전액을 루브르 박물관의 교육 연대 프로그램에 기부하기 때문. 2019년부터 루브르 박물관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바쉐론 콘스탄틴이 보여주는, 기업이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사회 공헌 방식인 것이다. ‘루브르를 위한 경매(Bid for the Louvre)’로 이름 붙은 이번 기획 전은 루브르 박물관이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 또 프랑스 최대 예술품 경매소인 드루오(Drouot)와의 협업을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해 세계 유명 럭셔리 브랜드와 아티스트 등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선보이는 특별 온라인 경매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CEO 루이 펠라는 “1년 전, 파트너십을 발표한 이후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표현되어 온 예술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헌신과 노하우(savoir-faire)의 전승은 하나 이상의 어렵고 도전적인 세계적 상황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고객의 취향에 따라 개인 맞춤 한 특별한 모델이자 마스터피스를 바탕으로 한 캐비노티에 타임피스를 경매에 부치는 것은 우리 메종의 정체성과 더불어 문화와 정서의 공유를 촉진하는 사명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워치메이킹 부품과 모든 칼리버 및 시계 케이스를 조립하는 매뉴팩처를 살펴보고, 여러 장인들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1일부터(현지시각) 15일까지 크리스티 경매 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루브르를 위한 경매’에서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작품 응찰에 최종 낙찰된 이는 루브르 박물관 프라이빗 방문을 시작으로 원하는 작품을 고르고, 또 스위스 제네바 바쉐론 콘스탄틴 매뉴팩처 프라이빗 방문을 통해 완벽한 맞춤형 제품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루브르를 비롯, 이번 이벤트는 참여하는 브랜드나 해외 작가의 명성 등 기존 보기 드문 다차원적인 협업으로 프랑스 유력 매체 르 푸앙을 비롯해 미국 포브스, WWD 등 해외 매체에서 ‘믿을 수 없이 유례없는 경매’ 등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로랑 퍼브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와 크리스티앙 셀모니 헤리티지&스타일 디렉터와 국내 독점으로 나눈 줌(zoom)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번 경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정리했다.

―루브르 작품이 시계 다이얼로 옮겨지는 과정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구매자(낙찰자)의 여정은 박물관에 보존되는 그림과 조각 중에서 다이얼 위에 에나멜로 재현될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프라이빗하게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매자의 선택에 따라 바쉐론 콘스탄틴 마스터 에나멜러는 미니어처 에나멜 또는 그리자이유 에나멜 기법을 사용해 구현한다. 18세기부터 유래돼 ‘제네바 테크닉’으로 알려진 미니어처 에나멜의 섬세한 기술은 색소와 불에 모두 숙련된 마스터 에나멜러만이 구현할 수 있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800°C 이상의 가마에서 다중 발화가 컬러와 광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오리지널 작품의 컬러에 부합하는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자이유 에나멜은 16세기에 등장한 기법으로, 골드 다이얼 베이스에 코팅된 다크 에나멜 레이어 위에 리모주(Limoges) 화이트라 불리는 진귀한 화이트 에나멜을 겹쳐서 그려내는 기법이다. 에나멜의 각 레이어는 예정된 시간에 가장 가까운 초 단위까지 엄격하게 따라 가마에서 구워진다.”
―구현 방법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도 있는가.
“루브르 박물관의 회화 걸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미니어처 페인팅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생각한다. 드로잉은 그리자이유 에나멜 기법으로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최종적으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맞춤형 작품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 시계는 경매에 부쳐졌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시계학의 정수가 돋보이는 시계로, 이러한 참여는 예술과 문화에 대한 깊은 애착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유산을 보호하며 물려주고자 하는 관심을 보여준다.”
―작품 선택에 제약은 있는가.
“단 한 작품만 제외된다. 바로 모나리자다. 모나리자는 좀 특별한 권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외 회화와 조각과 작품 등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프라이빗 투어 외에도 다양한 경험이 주어지는데.
“두번의 박물관 방문 중 첫번째는 휴관하는 주에 온전히 혼자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예술 작품에 조예가 깊은 전문 큐레이터의 소개 아래 혼자 모든 작품을 감상하며 선택하고, 선택한 작품을 재현할 방법을 전문가와 의논한다. 이후 완성된 타임피스를 받은 뒤 루브르 박물관 프라이빗 방문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걸작과 시계를 함께 감상한다.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값을 매길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네바 매뉴팩처 방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고객이 직접 모든 사항을 선택할 수 있지만, 제네바 1박을 포함해 최대 2일까지5성급 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다. 워치메이킹 부품과 모든 칼리버 및 시계 케이스를 조립하는 매뉴팩처를 살펴보고, 이번 작업 장인들을 비롯해 여러 장인들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메티에 다르(Metiers d’art·예술 경지로 끌어올린 수공예작품) 아틀리에를 방문할 수 있다. 또 바쉐론 콘스탄틴의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과 VIP 담당자를 만나며, 매뉴팩처에서 전문 셰프가 요리하는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또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경매 시작 뒤 제품을 전달까지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보통 최소 9~12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무브먼트에 대해 설명하면, 심플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최고급 에나멜 타임피스를 제작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에나멜이 가진 아름다움을 더욱 탁월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따라서 이 타임피스에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오뜨 올로제리(최고급 시계)의 신뢰성과 마감 기법 모두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제작된 인 하우스 칼리버 2460 SC로 구동된다. 플래티넘, 핑크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등 케이스 소재를 선택하고 오피서-타입 케이스백에 인그레이빙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소재와 컬러 중에서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루브르 박물관과의 협업을 기념하는 특별 마크가 새겨진 고급 시계 박스에 담긴다.”
―인증서 역시 특별하다 들었다.
“시계와 함께 두 개의 정품 인증서를 받게 된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또 하나, 미술품 복제에 관해 ‘진품’임을 인증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정품 인증서다. 구매자는 세계적 명작을 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투자를 통해 미래 사회를 위한 예술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이번 협업은 시계 이상으로, 이 모델은 파리와 제네바의 예술과 장인 정신의 교차점이 균형을 이루며 구매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기회의 상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