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함’ 속 착용감… 그 이상을 담다
입력 2020.11.20 10:39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의류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아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복’을 꾀할 것이다.
▲지구 환경을 위해 ‘물질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올버즈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며 직접 투자자로 나서 ‘미래를 위한 패션브랜드’로서의 올버즈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가치관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올버즈 제공
그리고 항상 진전을 거듭한다는 올버즈(Allbirds)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결과를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엠마 왓슨 등 세계적 유명인들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등이 애용하며 ‘실리콘밸리 운동화’라 불리던 올버즈는 이번엔 ‘어패럴 라인(의류 제품군)’을 선보이며 다시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5년차 스타트업인 이 회사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는 별칭에 힘입어 현재 기업가치 17억 달러(약 1조 8800억원)의 유니콘 회사로 성장했다.
그들이 말하는 ‘편함’ 속에는 착용감 그 이상이 담겼다. ‘지속가능성’에 따라 지구 환경을 최우선하며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신발의 경우 뉴질랜드산 최고급 메리노 울,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추출한 섬유,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든 스위트폼(SweetFoamTM)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어패럴 라인(의류)’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핵심가치인 지속가능성, 심플한 디자인, 편안함을 기반으로 했다.
올버즈가 새롭게 선보인 어패럴 라인. 언제 어디서나 편히 기대고픈 이미지다.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Zoom)으로 만난 올버즈의 공동창업자 팀 브라운과 조이 즈윌링거는 “신발에 이어 양말, 또 이번에 의류 제품군을 내놓게 된 건 브랜드의 자연적인 진화”라면서 “미니멀한 디자인에 지속가능한 소재를 혁신하면서 더욱 훌륭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창립 초기부터 ‘소비자들은 단지 지속가능한 제품을 사려는 게 아니라 훌륭한 제품을 사는 것’이라는 모토를 염두에 뒀던 그들이다. 이제 패션계 중요 패러다임이 된 ‘지속가능성’을 좇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소재 개발과 혁신을 통해 패션 산업 그 이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토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뉴질랜드 축구국가대표출신이자 디자인을 전공한 팀과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조이의 만남은 ‘미래의 옷장’에 대해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좋은 제품을 좋은 방식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그들의 염원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러한 자기혁신과 제작 철학은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던지는 ‘물질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초창기 시절 올버즈 제품력에 반한 디캐프리오는 올버즈에 투자를 하며 스스로 ‘홍보 대사’ 못지않은 역할을 해왔다. 올버즈의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통해 탄생한 올버즈의 어패럴 라인에도 신발과 마찬가지로 모두 탄소 발자국 라벨을 부착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탄소 발자국의 표시는 무게 단위인 ㎏ 또는 심어야 하는 나무의 수로 표시하게 된다.
올버즈 제공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올버즈는 애써 선택해 ‘최초’의 발자국을 남겼다.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하기 시작한 최초의 패션 브랜드가 된 것이다. 또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탄소 펀드’를 만들어 스스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수익의 일부를 재생 농업, 풍력 발전, 쓰레기 매립지 배출 가스 줄이기 등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헌신과 열정이 담긴 행보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의상은 브랜드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메리노 울을 비롯해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 등 혁신적인 천연 소재를 발굴해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어패럴 라인은 티셔츠, 점퍼, 카디건, 푸퍼(일종의 패딩 점퍼) 총 4가지 아이템으로 선보인다.
화려하게 꾸며놓지는 않았지만 빈틈없는 디자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올버즈 의류 제품. ◀남성용 푸퍼(재킷), ▶여성용 점퍼(스웨터)
코로나 사태 이후 ‘편안한 옷’이 모두의 옷장을 채워나가는 요즘, 또다시 새로운 브랜드에 돈을 써야 하는 고민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소비자는 말한다. “한번 입으면 다른 옷은 입기 어렵다”고. 부드러운 촉감과 따스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다른 의류에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는 올버즈 의류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남다른 소재감에 일주일 내내 거의 벗지 못했다”고 적었고, 캐나다 토론토 스타 기자는 “티셔츠는 어깨에서 느슨하게 드리워지며 기분 좋은 무중력 상태를 유지하는 듯 하다”고 평했다. “실루엣은 순수하지만 너무 평범하지는 않고, 친숙하지만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는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의상과 비례를 살짝 다르게 해 오버사이즈 느낌을 내지만, 평소보다 사이즈를 작게 입으면 또 딱 맞는 스타일로 연출 가능하다는 것이다. 캐주얼해 보이지만 격식 있는 자리에 입어도 충분한 기본형으로 기존에 있는 의상들과도 쉽게 어우러진다.
새롭게 개발한 혁신적인 소재 XO™를 사용한 TrinoXO™ 티셔츠는 바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버려진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활용해 제작했다. 키토산 소재 관련한 갑각류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 요소는 제외하고 제작했다. 오랜 기간 세탁 없이 입어도 냄새를 최소화하고 옷이 새것처럼 유지되는 게 장점이다. 울 카디건과 점퍼는 올버즈의 시그니처 소재인 뉴질랜드산 프리미엄 ZQ 인증 메리노 울로 만들었다. 미국 보그는 “17.5미크론(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정도로 매우 가는 실)로 뽑아낸 촘촘한 짜임은 거의 캐시미어처럼 느껴진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Trino™ Puffer(트리노 푸퍼)는 메리노 울과 피부 자극을 최소화 하는 텐셀을 혼합해 착용감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불소 화합물이 없는 DWR 생활 방수 처리 코팅을 하여 궂은 날씨에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또한 충전재는 구스, 인조 다운을 대신해 텐셀(천연 펄프 섬유)과 재활용된 폴리에스터 등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대체재를 활용해 기존 아우터와 차별화했다.
한국 론칭 기념하여 출시한 울 파이퍼 부산 에디션 / 울버즈 제공
뿐만 아니라 울 관련 제품을 부산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며 한국과 인연이 깊은 올버즈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울 러너, 트리 대셔에 이어 새로운 모델 ‘울 파이퍼(Wool Piper)’ 컬렉션을 선보이며 한국 론칭을 기념해 한글날인 10월 9일에 맞춰 오직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울 파이퍼 부산 에디션(Wool Piper Busan Edition)’을 선보인 바 있다. 울 파이퍼 역시 메리노 울, 사탕수수 추출물로 만든 스위트폼, 폐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신발끈 등 올버즈를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또한 다른 올버즈의 제품과 마찬가지로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한 탄소발자국 라벨이 부착되어 있다. 올버즈 공동 창업자인 팀과 조이는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제품을 탄생시키는 길을 터주게 된다”면서 스타일과 품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결과물을 통해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걸 세계에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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