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에 기술력을 더… “스타일리시하게 나이먹는 법”

피부 타입도, 취향도 제 각각이라 선물하기 가장 까다로운 것 중 하나로 꼽히는 게 화장품이라지만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식물 추출성분을 사용하는 ‘피토테라피(phytotherapy·약용식물요법)’ 화장품의 선구자로 일단 사용해보면 달라지는 피부 느낌에 마니아층에선 ‘써보면 안다’라는 말로 통한다. 선물하기에 좋고, 선물받으면 더 좋은 대표적인 브랜드라는 것이다. 각종 사용 후기를 보면 ‘시슬리’라는 이름 그 자체로 신뢰한다는 이들이 상당수지만 특히 지난 1999년 첫 글로벌 안티 에이징 케어인 ‘시슬리아 글로벌 앙티-아쥬’를 선보이면서 일명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 ‘필수 화장품’이라는 팬덤을 낳기도 했다. 당시 각종 국내외 기사를 보면, 그간 주름에 대한 고민을 일부 개선하고 화사해진 피부 결을 선보이던 여타의 제품과 달리 업계 최초로 피부 세포 환경을 연구해 피부 노화 전반을 다루면서 안티에이지 화장품 업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한다. 여기에 후생유전학 주제를 탐구하고 3차원적인 행동 노화를 다루면서 한층 더 근본적인 세포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파고들었다.
‘기술력에 기술력을 더했다’며 시슬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아쥬 라 뀌르’는 피부 활력 에너지를 깨우고 재가동시켜 4주 만에 피부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4주 프로그램’ 제품이다. 지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주제인 자가포식(autophagy ·세포 내 단백질 분해·재활용) 현상을 연구해 ▶피부를 자극해 깨우고(Impulse) ▶ 피부 본연의 제거 기능을 재가동시키고(Reset) ▶ 자연 방어와 항산화 기능을 끌어올려 보호 기능을 통합하고(Consolidate) ▶통합된 효과로 피부 최적화를 이루어낸다(Renaissance)는 것이다. 하루에 두번 적당량을 바르고 4병을 주기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극강의 피부 리셋; 피부 활력 증진 방법’이라는 기사를 통해 “시슬리 제품은 안티에이징 화장품계에서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아쥬 라 뀌르’는 뷰티계 레드카펫 중심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 하다”고 적었다.
이번 제품 연구와 출시에 시슬리의 필립 도르나노 회장과 이메일로 만났다.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풀어내는 방식에 그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매일 신제품을 비롯해 각종 제품을 시험해본다는 그는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화장품 업계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요즘,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자세로 접근하는 강한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시슬리를 떠올리며, 전문성과 열정, 또 가족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는 그에게 어쩌면 필연적인 가치로 보였다. 항상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경제부터 역사 문학 시 등 깊은 사유를 보이는 그와의 대화는 “스타일리시하게 나이먹는 법”으로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건강하며,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와 꿈을 갖고 살기 위해(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나이가 드는 것을 반대하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화장품은 당신을 젊어 보이게 도와줄 것이고, 젊은 기분을 누리며, 나이가 들어서 얻을 수 있는 이점(편안한 마음, 여유, 확신 등)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슬리(Sisley)에 관한 것입니다: 훌륭한 제품들과 매우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당신은 당신의 건강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노화가 우리의 모든 프로젝트, 우리의 모든 꿈과 삶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식물성 화장품 분야를 개척하며 많은 혁신을 했습니다. 바이오 쪽으로도 투자하거나 개발할 생각은 없나요.
“네, 물론이지요. 우리는 이미 매우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슬리는 이러한 혁신의 많은 부분에서 선구자였으며, 보다 나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포뮬라에 유기농 성분을 사용합니다. 시슬리는 가장 최고의 활성 성분을 사용합니다. 그것이 브랜드의 철학이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자문하려고 노력합니다. 시슬리아 라 뀌르는 좋은 예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뷰티 업계 역시 기존 방식과 달리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전세계적으로 좋은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우리의 포뮬라들을 계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또 시장에 최고급,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려 할 때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모든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고객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접촉(contact)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개인적인 접촉은 당신이 치료나 상담을 받을 때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그것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고객과의 이러한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전문적인 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Covid-19의 발병은 사회적 거리를 두게 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핵심이 소중한 ‘인간의 가치’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터치’에 대한 공포감 역시 적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시기에 일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록다운 후 다시 뷰티 어드바이저를 방문하는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그들이 서로 껴안는 것 등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특히 화장품에서 인간의 접촉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사람들이 만질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제품을 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 가치를 지킬 것입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흔들리지 않게 이끄는 방법과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국제적인 가족 기업이 될 기회가 있고 100개 이상의 국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어려운 시기에 전 세계의 모든 우리 팀들이 그 상황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시슬리가 이 시간을 큰 어려움 없이 헤쳐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 직원들의 월급과 일자리를 지키는 데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참여했고, 필요할 때 집에서나 공장에서 일하거나 물류센터에서 일했고, 나는 프랑스에 격리된 동안 그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회사가 이 위기 시기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단결했는지를 보는 것은 대단한 자부심입니다. 나는 이 순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모두가 하루하루 살아내기 힘든 요즘, 최근 가장 힘이 된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접 한글로 작성해 보내줬다. 한국에 와서 25년 된 직원을 만났을 때 자부심을 느꼈다는 도르나노 회장의 상대에 대한 배려와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무를 심는 데 가장 좋았던 때는 20년 전이었다. 두 번째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