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혼자'라는 키워드가 '실용주의'를 만나 제2의 와인 전성시대
입력 2020.08.13 17:54

'제2의 와인 전성시대'다. 겉멋으로 마시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코로나 사태'와 '혼자'라는 키워드가 '실용주의'와 만나 '와인'이 됐다. 실용주의라니, 와인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이지만 맥줏값과 별 차이 없는 중저가 와인의 득세는 와인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대폭 무너뜨렸다. 코로나 사태로 회식이나 미팅 같은 술자리가 줄었는데도, 혼자만의 시간 속을 와인이 비집고 들어왔다. 가까운 미래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 우리는 지금 주어진 이 순간의 소중함을 즐기기 위해, 혹은 해소하기 위해, 위로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잔을 기울인다.

중저가 와인이 대폭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올 상반기 주요 편의점 와인 매출을 보면 이마트 24는 전년 동기대비 22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GS25 역시 28.6%, CU 52.5% 등이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인 불황을 우려해서인지, 최근 해외 유명 매체에서도 좀 더 합리적이고 즐기기 쉬운 '여름 와인'을 찾는 데 바쁘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질 때를 대비해 슈퍼마켓에서 쉽게 고를 수 있는 와인 위주로 골랐다.

바다가 부른다. 코로나 사태로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와인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집에서도 좋지만, 싱그러운 내음으로 온몸을 자극하는 여름 와인 들고 야외에서 한잔하면 온갖 시름도 사르르 녹을 듯하다.
바다가 부른다. 코로나 사태로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와인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집에서도 좋지만, 싱그러운 내음으로 온몸을 자극하는 여름 와인 들고 야외에서 한잔하면 온갖 시름도 사르르 녹을 듯하다. /greeceandgrapes.com 홈페이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꼽은 '가성비 갑' 와인

월스트리트저널 푸드&와인 칼럼니스트 레티 티그(Teague)는 '먹기 쉽고 가성비 좋은(Easygoing and Excellent Value)' 여름 와인을 꼽으면서 탄닌이 과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산미가 있고, 오크향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적당할 것이란 기준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느낌으로 약간의 과일 풍미를 머금고 있으며 음식이 있든 없든 그 어떤 상황에도 모두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갖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한다는 것. 영화로 빗대자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같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느낌이란다.

티그가 좋아하는 건 이탈리아 시칠리에서 재배되는 프라파토(Frappato) 품종으로 딸기와 라즈베리 향의 풍미가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도수가 높은 제품이 많아 이 조건에선 탈락. 예산으로 정해놓은 50달러 미만(미국 기준) 가격만 아니라면 피누 누아 품종이 적합하겠지만 어느정도 균형감 있는 맛을 이루려면 25달러를 초과한다. 그녀의 추천은 포르투갈 화이트인 비뉴 베르데(Vinho Verde). 대부분 10달러 미만에 9~10% 정도 도수의 약간은 탄산처럼 거품이 있는 와인으로 차갑게 해서 마시면 여름에 딱!

1. 2019 Aveleda Fonte Vinho Verde(아벨레다 폰테 비뉴 베르데),$7(현지 가격. 유통업체 별로 차이 있음

2. 2019 Erste + Neue Pinot Grigio Alto Adige(이르스트 노이에 피노 그리지오 알토 아디제),$13

3. 2019 Mas de Cadenet Côtes de Provence Sainte Victoire,$17(쉬마스 데 카드네 코테 드 프로방스 셍트 빅투아르. 쉬라 그르나슈 신소 품종이 섞인 것. 옅은 핑크빛의 가벼운 산미와 과일향이 느껴지는 맛)

4. 2018 Burgáns Albariño Rias Baixas(부르간 알바리뇨 리아스 바이샤슈. 스페인 백포도주 알바리뇨 품종),$12.

5. 2018 Pierre-Marie Chermette Poncié Fleurie ,$24 (피에르 마리 셰르메트 폰시에 플뢰리. 보졸레 제품들이 대체로 쉽게 접근하지만 플뢰리 제품은 그 중에서도 좀 더 품질 좋은 것으로 유명)

스파클링와인
뉴욕타임스가 꼽은 여름 스파클링

뉴욕타임스 푸드&와인 평론가인 에릭 아시모프(Asimov)는 여름을 즐길 단어로 '스파클링'을 내세웠다. 코로나 사태로 축하할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아 샴페인 시장이 큰 타격을 입긴 했다지만, 따르는 순간부터 챠르르르 기포를 내며 샤르르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는 청각을 자극하고, 입안에선 톡톡 기포가 터지며 매혹적인 촉감으로 혀를 유혹한다. 어린 시절 비눗방울 불 듯 생각만 해도 설레는 '버블'을 두고 볼때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샴페인이 단연 생각난다는 것. 하지만 그는 최근 들어서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 제품도 상당하다고 말한다.

1. AT Roca Clássic Penedès Reserva Brut Nature 2016 $22.50(AT 로카 클라식 페네데스 레제르바 브뤼 나튀르 2016)
유기농 재배법 등을 이용해 스페인 토착 품종인 마카베오(macabeu), 빠레야다(parellada), 자렐로(xarello)를 섞은 상큼한 느낌의 스파클링 와인. 햄과 굴 등과 어울리면 좋다.

2. Terres Doré es de Jean-Paul Brun FRV100 Rosé Sparkling Wine NV $22.99(테르 도레 드 장 폴 브룅 FRV100 로제 스파클링 와인 NV)
보졸레 생산자인 장 폴 브룅의 스파클링 와인. 7.5도 알코올 도수로 밸런스가 적당하고 적당히 달고 발랄한 느낌이다. FRV100을 각각 프랑스어로 읽으면 '에프/에르/베/성트/'로 'effervescent(기포가 넘치는, 와인용어로는 발포와인)이라는 뜻이다.

3. La Taille aux Loups Montlouis Brut Tradition NV $24.99(라 타이유 오 루프 몽루이 브뤼 트라디시용 NV)
루아르 계곡의 유명 와인 메이커인 재키 블롯이 탄생시킨 제품으로 스파클링과 하이트는 타이유 오 루프 상표로, 레드는 도멘 드 라 뷔트(Domaine de la Butte)로 붙는다. 부드럽고 우아하며 슈냉 블랑(chenin blanc) 품종 스파클링 중에선 아주 탁월하다.

4. Domaine de Montbourgeau Cré mant du Jura Brut Zé ro NV $26.99(도멘 드 몽부르고 클레망 뒤 쥐라 브뤼 제로 NV)
프랑스 쥐라 지역 생산 제품은 샴페인과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샴페인 스타일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도멘 드 몽브루고 제품은 풍성하고 크리미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5. Ferrando Erbaluce di Caluso Spumante 2012 $38.99(페르난도 에르발루체 디 칼루소 스푸만테 2012)
알프스 네비올로 품종의 카레마 와인 생산자로 유명한 페르난도의 스푸만테. 살구 향이 섞인 높은 산도와 허브 향이 특징인 에르바루체 품종으로 샴페인 기법으로 만들어졌으나 훨씬 드라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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